[부동산 칼럼]
‘반영구적’ 수요와 ‘반짝’ 수요를 구분 지을 수 있는 안목 필요한 시기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투자 가치가 있는 내 집 마련은 수요가 몰리는 곳에 집을 사는 것이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곳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누구든지 수요가 몰리는 곳에 집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수요라는 것이 진짜 수요도 있지만 가짜 수요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짜 수요의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또는 재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다. 1000가구의 단지가 재건축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1000가구의 이주 수요가 생겨야 한다.

그 1000가구에는 집주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도 상당수 있다. 오히려 세입자가 더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집주인은 이주비가 나오므로 근처에서 전세를 얻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만 받아 나오기 때문에 근처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존에 거주했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이 인근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일반 아파트는 전세가율(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가 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50%가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집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전셋값이 싸다.

다시 말해 그 지역 자체는 입지가 뛰어나 전세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지만 재건축 단지만 낡아 전세 시세가 쌌던 것이다.
수요 속에 숨은 ‘진짜’와 ‘가짜’를 찾아라
(사진) 지난 1월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광명뉴타운 광명재개발16구역에 이주 공고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 수요 몰리는 이주 지역은 제로섬 게임

이주 수요라고 하면 재건축 단지에 살던 집주인들이 이주비를 받아 본인이 살던 단지 주변에 전세 또는 매매로 옮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매매보다 전세로 옮기는 이가 많다. 이들이 이주하더라도 몇 년간 거처하다가 재건축 진행 중인 원래 본인 집이 완성되면 본인 집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집을 사 거주한다면 본인이 새 집에 이주할 때 팔리지 않을 수도 있고 잔금을 치르지 못할 수도 있기에 전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A단지가 재건축 사업에 들어가 멸실되면 주변 지역에 있는 B단지의 전셋값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B단지의 투자 가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B단지에 이주 수요가 몰리면 전셋값이 오르고 매매가와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매매가를 밀어 올리게 되지만 이런 이주 수요는 진짜 수요가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재건축이 완공된 A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이번에는 B단지에서 A단지로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주변 전셋값이 떨어지고 역전세난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과 종종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결국 A단지의 이주로 B단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A단지 이주 때 전세 수요가 잠깐 늘어나는 것밖에 없고 이마저 A단지의 입주 때 손실로 나타난다. 길게 보면 ‘제로섬(zero-sum) 게임’인 것이다.

물론 A단지가 입주를 시작하기 전에 B단지를 팔고 나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것은 그렇게 환금성이 좋은 투자 상품이 아니다. 본인이 팔고 싶을 때 바로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누군가 그 집을 사줘야 하는데, 사줄 사람도 역전세난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제값에 사려는 사람은 없다. 결국 급매로 던져야 거래될 수 있다. 한마디로 이주 수요만 보고 매수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와 비슷한 것이 분양권 거래다. 분양권을 사는 사람 중에는 분양권만 사두면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어떤 물건에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과 그 프리미엄이 점점 커진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예를 들어 어떤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5000만원이라고 하면 그것을 사는 사람은 사두면 나중에 1억원으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 것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파는 사람의 시각으로 그 거래를 보자. 1억원까지 오를 것 같으면 매도인은 절대 5000만원에 팔지 않는다. 파는 사람은 5000만원이 적정하거나 조금 높다고 생각하니까 파는 것이다.

결국 분양권 거래라는 것은 사는 사람이든 파는 사람이든 둘 중 한 명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수요 줄어드는 가짜 수요는 반드시 손해

일반 거래의 속성도 같다. 하지만 일반 거래는 실수요든 투자 수요든 자금 계획 내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몇 년 후 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그 안에 시세 차익이 생기면 팔면 된다. 실수요자는 본인이 필요한 만큼 거주하면 된다.

하지만 분양권 거래는 적은 자본으로 프리미엄 차이를 남기는 수익 모델이다. 이 때문에 실입주 전까지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만약 그 짧은 기간 동안 본인의 분양권을 사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본인이 잔금을 모두 치르고 그 집에 입주하거나 전세를 줘야 한다.

짧은 기간 내에 누군가 자기 분양권을 사주지 않는다면 자금난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분양권에 몰리는 수요도 가짜 수요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수요는 그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더 생긴다든지(직주근접),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까지 전철이 새로 뚫린다든지(교통 호재), 그 지역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이주해 오면서 학군이 좋아진다든지(교육), 유해 시설이 없어지거나 거주 환경이 정비된다든지(환경) 하는 이유가 있다.

이 때문에 진짜 수요가 있는 지역은 ‘반영구적’으로 수요가 늘어난다. 반대로 가짜 수요는 잠깐만 반짝하고 수요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다가 한순간에 줄어든다.

이런 가짜 수요는 초기에는 진짜 수요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지만 나중에 수요가 줄어들 때 반드시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