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투자 따라잡기⑤ ]
대세(미국) 올라탄 뒤에는 ‘신흥국 시장’에 관심…수익률 높지만 ‘리스크’ 감안해야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에서 5월 31일 개최된 ‘해외 주식 세미나’ 현장. ‘이머징 시장을 얕보지 마라’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오후 7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해외 직접투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 내내 글로벌 시장 전망과 유망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꼼꼼하게 필기하는 것은 물론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관련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열띤 강의 현장의 ‘핵심 내용’만 추려 공개한다.

◆ 신흥국 투자, 외면할 수 없는 이유

최근 글로벌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애플·구글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필두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높은 수익률로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경제의 펀더멘털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덕분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외 직접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미국’과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은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하는 곳은 ‘신흥국 시장’이다. 신흥국 시장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은 단연 ‘높은 발전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의 신흥국 주식시장 규모는 아직 미국 등에 비해 매우 작은 수준이다.

남택민 하나금융투자 해외증권팀 부장은 “신흥국 시장은 마치 한국의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시작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투자자들 역시 이와 같은 개발 국가들에 대한 학습 효과가 쌓여 있기 때문에 관심이 뜨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높은 성장 가능성’ 잡아라,  인도·베트남 주목
(사진) 인도 뭄바이거래소 트레이더들 / 한국경제신문

발전 여력이 크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만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남 부장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로 미국 증시도 상당히 많이 오른 상태이고 글로벌 증시가 동반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신흥국 시장은 아직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신흥국 시장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흐름을 봤을 때 6월을 기점으로 신흥국 시장의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흥국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위험성이 높은 것이 사실인 만큼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남 부장은 “전체 투자 자산 중에서 30% 정도는 글로벌 투자 자산으로 가져가는 것을 권한다”며 “‘미국’이나 ‘4차 산업혁명’ 투자를 중심으로 하되 전체적인 수익률을 조금 더 높이길 원하는 고객들은 신흥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권했다.

◆‘인도·베트남’ 별 6개

그중에서도 가장 유망하게 보는 시장은 ‘인도’와 ‘베트남’이다. 인도는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연평균 7%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는 국가다. 최근 제조업 경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으로 루피화의 강세가 전망되는 것도 긍정적으로 점치는 요인이다. 베트남은 연평균 성장률 5%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 국가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최근의 수출 개선과 함께 베트남 통화가치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시장도 전망이 좋은 편이다. 최근 국제 신용 평가사인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 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가 넘는 민간 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6.5%의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높은 성장 가능성’ 잡아라,  인도·베트남 주목
중국·인도와 함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히는 브라질은 지난해 이후 원자재 가격이 반등한데다 수출도 증가하며 ‘2년간의 최악의 부진’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반 이후 국제 유가가 안정되며 러시아 경기도 완만한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등 서방국들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가는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이 밖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경제성장률 반등 여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기의 개선과 함께 남아공의 수출 경기 또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남아공 통화인 랜드화의 강세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유망 ETF

해외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높은 성장성’의 신흥국 투자 매력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신흥국의 주식시장에서 개별 종목을 직접 거래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환전의 불편함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먼저 달러로 환전한 뒤 다시 동(베트남 통화)으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상장지수펀드(ETF)다. ‘ETF 만물시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 중에서도 특히 신흥국 투자 상품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 차장이 ‘유망 ETF’를 소개했다.

1) 아이셰어즈 MSCI 신흥시장 ETF(EEM)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운영하는 ETF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한다. 홍콩(20.52%)·한국(14.90%)·인도(8.84%)·브라질(7.39%) 등의 국가들이 포함돼 있고 산업별로는 IT(27.16%)와 금융(26.89%)의 비율이 높다. 글로벌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최근 3개월 수익률 9.9%, 1년 수익률 26.0%로 비교적 양호하다.

2) 뱅가드 FTSE 이머징 마켓 ETF(VWO)

세계 2위 자산 운용사인 뱅가드에서 운용하는 ETF로, ‘파이낸셜타임스·런던증권거래소(FTSE) 신흥국지수’를 추종한다. 국가 비율은 홍콩(22%)·대만(15.10%)·인도(11.82%) 등의 비율이 높고 한국은 없다. MSCI와 달리 FTSE지수에서 한국은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는 금융(30.45%)과 IT(16.43%)의 비율이 높다. EEM에 비해 IT의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의 삼성전자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3%, 1년 수익률은 21.6%다. 총보수율이 0.15%로 비교적 낮은 것이 장점이다.

3) 아이셰어 MSCI 인도 ETF(INDA)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운영하는 ETF로, ‘MSCI 인도 총수익지수’를 추종한다. 산업별 비율은 금융(22.8%)·IT(14.6%)·경기소비재(14.35%)·에너지(11.07%) 등으로 비교적 다양한 업종에 골고루 분배돼 있다. 경기소비재는 여름에 판매가 많아지는 에어컨처럼 계절을 타는 제품을 말한다. 특정 업종이 망가져도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3개월 변동성은 17.2%로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안정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ETF의 변동성은 20%를 넘어서는 것이 적지 않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9.0%, 1년 수익률은 17.0%로 ‘수익률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ETF 상품으로 꼽힌다.

4) 마켓벡터즈베트남 ETF(VNM)

미국 자산 운용사인 밴엑(VanEck)에서 운용하는 ETF로, 미국에 상장된 유일한 베트남 ETF다. ‘마켓벡터즈베트남지수’를 추종하는데, 이 지수는 베트남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의 성과를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다. 산업 비율은 금융(33.65%)·비경기소비재(20.23%)·경기소비재(16.42%) 등이 높게 차지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1.3%를 기록하고 있지만 3개월 수익률이 6.2%로 향후 베트남의 증시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순자산총액이 3억1500만 달러, 일평균 거래대금이 300만 달러로 규모가 미흡한 편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