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2017 하반기 재테크 전략 - 부동산]
부동산 정책 ‘규제 강화’ 가능성…장기적 관점서 접근 필요
강남·아파트·역세권 ‘투자 키워드’
(사진)서울 마포구의 빌딩·아파트·오피스단지 밀집 지역.(/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장미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기를 보냈다. 최근 들어 정부의 규제가 예고되며 한풀 꺾인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은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틀림없다.

한경비즈니스는 각계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향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투자자들이 어떠한 방법을 택해야 할지 들어봤다. 물론 전문가들의 조언이라고 해서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 복잡한 부동산 투자법에 대한 길잡이로만 참고하는 것이 옳다.

[답변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들(가나다 순)]


◆시장 반응에 가장 민감한 상품은 ‘아파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 세대별로 차이나는 부동산 매입 이유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은 재테크를 위해 어떤 상품에 주목해야 할까. 우선 답변해 준 6명 중 4명의 전문가가 ‘아파트’를 꼽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아파트’와 ‘주택’을 동시에 선택했다.

권 교수는 “최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 지역은 향후에도 지속적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주목해야 할 상품이다. 권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대규모 개발보다 소규모 개발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9일부터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 특례법’이 시행되면 최소 2가구 이상 주택은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 등 소규모 정비 사업이 가능한 주택지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도 ‘아파트’를 꼽았다. 김 소장은 “아파트는 시장의 반응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품으로 수요·공급 논리가 가장 명확하게 반영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 도심은 아파트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어떠한 규제가 나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과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또한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토지’를 택했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토지를 잘 선점한다면 가격 상승을 통해 훌륭한 투자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만약 투자자가 실수요까지 고려한다면 이른바 ‘목 좋은’ 아파트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빌딩·오피스텔·토지를 꼽았다. 자본으로 이익을 얻기보다 운영을 통해 수익을 보는 수익형 부동산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함 센터장은 “토지는 강원권 등 일부 교통망이 확충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호재가 이어지며 가격 상승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입의 목적이 실수요냐 아니면 투자냐에 따라 구입해야 할 상품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한다면 어느 지역, 어떠한 조건을 고려해야 할까.

권대중 교수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이나 학군이 갖춰진 강남 지역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당연히 ‘고가’다. 권 교수는 가격이 부담 된다면 상대적으로 분양 가격이 저렴한 서울 강서구의 마곡지구 혹은 위례신도시로 시선을 돌려볼 것을 주문했다.

김학렬 소장은 여전히 ‘서울’에 주목했다. 향후 10년 동안 가장 확실한 시장이며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면 교통이 가장 중요한 프리미엄 요소”라고 지적했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역세권과 신규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곳을 지켜봐야 한다. 서울 지하철 라인 중에서는 9호선·7호선·3호선·2호선·신분당선 주변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재영 교수 또한 서울과 역세권, 대규모 단지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김규정 위원은 중·장기적으로 보유와 투자를 동시에 고려할 때 서울 강남권 또는 한강변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입지적으로 투자 가치가 양호하고 공급의 희소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수익 투자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수도권의 역세권·대학가·먹자골목들의 매물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공실률과 유동인구, 임대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건을 고려하면 도심·업무지구·역세권이 이른바 ‘뜨는’ 지역을 결정짓는다. 함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서울시 영등포구·강남권·구로·마포의 거래량이 많다. 또 경기도는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동구 및 서구, 안산시 단원구를 주목하는 것이 좋다.
강남·아파트·역세권 ‘투자 키워드’

(사진)부동산 투자 상담회에서 관람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규제 강화, 부동산 시장 열기 식힐 듯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현시점의 부동산 정책은 물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투자에 대한 상식을 머릿속에 새겨 넣어야 한다.

오는 7월 말로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유예가 종료된다.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7월 말 종료되는 LTV와 DTI의 연장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여기에 정부가 LTV의 비율을 현재 70%에서 60%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부동산 투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 투자에서 대출 규제는 레버리지 효과(차입금 등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를 반감시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대출 규제가 큰 영향이 없지만 서민층 주거 지역에서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어렵게 할 수 있어 지역에 따라 규제의 영향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규제란 기본적으로 산업에 투입되는 자본의 총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갖는다. 수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매수 둔화로 영향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손재영 교수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손 교수는 “침체되고 있는 지방 쪽에는 더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위원은 “주택 금융 규제에 따라 수요 시장이 위축되고 거래 둔화에 따라 일부 지역의 단기 급등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상대적으로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서민층의 구매력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서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LTV나 DTI 강화 조치는 고가 주택, 가수요로 과열된 시장의 집값 급등과 거래량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 센터장은 “과도한 대출 규제는 자칫 시장을 냉각시킬 우려도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도가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반면 김학렬 소장은 큰 영향이 없다고 예상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지금은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세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이 부동산 시세를 결정짓는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집값 수준이 최고점을 찍었다. 또 하반기부터 아파트의 공급과잉도 우려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에서 아파트 22만9708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이는 상반기보다 54% 증가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 투자는 단기 차익보다 중·장기 차익을 고려하고 투자해야 한다. 또 일반적인 경제 상황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뭐니 뭐니 해도 ‘여유 자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하며 금융회사의 융자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은 다중 채무자가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약 실수요자라면 “새 정부의 정책이 ‘규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투자 시기를 조금 늦춘 후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렬 소장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실수요층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투자자들만 있는 시장에서는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선택하기 어렵다. 실수요가 제외된 시장은 투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손재영 교수는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일부 부채를 끼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규정 위원은 종합 자산 포트폴리오와 부동산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단기 과열이나 정부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유 가치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투자 상품에 대해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센터장은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둔 이른바 ‘갭(gap) 투자(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는 위험하다. 자본력을 갖추고 임대 소득을 목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집값의 60~70% 자기자본을 갖추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남·아파트·역세권 ‘투자 키워드’
mjlee@hankyung.com

◆ 소중한 내 자산, 어디에 투자하지?
리츠·P2P·갭 투자…소액 투자의 올바른 방향은?

수억대의 자산가만 부동산 투자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소액 투자자들 또한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과 과감한 투자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쥐고 있는 소액 투자자들은 망설임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액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가장 각광받는 상품은 ‘리츠(REITs)’가 있다.

리츠는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후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 방식을 말한다. 또 소액 투자자와 부동산 담보대출을 원하는 사업자를 중개해 주는 부동산 P2P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매달 모은 월급을 쪼개 투자처를 찾는 소액 투자자들은 ‘갭 투자’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갭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얼마 전부터 성행하고 있는 갭 투자는 집값과 전셋값 상승 폭이 주춤해지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은행 융자로 잔금을 지불했다면 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소액 투자자들은 역세권의 소형 아파트 혹은 인구가 50만 명 이상인 도시의 재건축이 예정된 소형 아파트를 주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소액 투자자들이 당장의 이익을 기대하고 많은 부채를 얻어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