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 인사이트]
‘먹을 것과 입을 것’ 지배하는 아마존… 이길 수 없다면 ‘주주’ 돼라
'아마존 공포'에 승리하는 법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미래에셋대우 운용전략실장]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6월 16일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업체인 홀푸드를 총 137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소매 식료품 경쟁 업체이자 점유율 1, 2, 4위인 월마트·크로거·코스트코의 주가는 각각 4.7%, 9.2%, 7.2% 폭락했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의 경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시장은 빠르게 아마존의 다음 타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아마존은 의류 브랜드의 론칭이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이에 따라 나이키·아마존의 연합이 예상되면서 며칠 뒤 나이키의 주가가 상승하고 스포츠 의류업계의 주식은 유탄을 맞았다. 이렇게 ‘아마존 공포(Amazon-phobia)’는 여러 산업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아마존은 미 중앙은행의 골칫덩이

아마존은 6월 말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를 선보였다. 배송 받은 옷을 집에서 입어보고 살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7일 동안 옷을 입어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할 수 있다.

여전히 미국 사람들의 40%는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아마존을 선호하는 비율도 18%까지 높아졌다. 젊은 사람들의 아마존 의존도는 더 높다. 나이키가 아마존을 통해 젊은 층을 공략하려는 이유이고 아마존의 성장 기대가 높은 이유다.

먹고 입는 두 항목은 의료·주거·교통과 함께 주요 소비지출 항목들이다.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 중에서 음식료 구입 비율은 약 7%, 의류 및 신발은 약 3%다. 아마존은 지금도 크지만 돈이 있는 곳으로 이미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소매 식료품의 시장점유율은 월마트와 크로거가 각각 21%, 10%인 반면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는 1.4%에 불과하다. 미국 온·오프라인을 더한 전체 소매시장에서 아마존의 거래금액 비율은 아직 6% 수준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장을 빠르게 빼앗아 오는 사업 전략을 감안하면 주가 부담은 크지 않다.

아마존은 올해 3월 알렉사(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를 활용한 단말기 에코 룩(Echo Look)을 선보였다. 각각 다른 옷을 입고 에코 룩으로 찍은 사진 2개를 업로드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더 나은 스타일을 골라준다. 전통 기업들은 따라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영역 확장이다. 압도적인 IT는 아마존의 대표적인 경쟁력이며 아마존 공포의 근원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은 미 중앙은행(Fed)의 골칫덩이일지도 모른다. 아마존은 현재 약 35만 명을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고 있다. 약 2년 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연초에는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향후 18개월 동안 10만 명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만드는 일자리는 다소 극단적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인력과 물류 창고를 관리하는 인력으로 양분된다.

아마존이 여는 세상은 사람 의존도가 낮아지는 세상이다. 아마존월드에서는 중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중간 계층이 아래 계층으로 내려가면 하위 계층의 임금 상승은 억제된다.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리테일 매장 8640개가 문을 닫는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6163개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아마존이 고용을 늘려도 다른 기업들의 고용 감소 규모가 작지 않다.

아마존은 임금 상승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고용도 악화시킬 수 있다. 경제 전체로 보면 기다리는 임금과 물가 상승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다. 아마존이 열심히 일할수록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는 느려질 것이다.

◆페이스북보다 센 ‘아마존의 주가 상승세’

그나마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서 평균 이상으로 고용이 늘어난 산업은 교육·헬스케어, 레저, 사업 서비스 등 단 3개 업종이다. 이들이 전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덧 40%를 넘었지만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전체 평균보다 7%나 낮다. 고용이 늘지만 임금과 물가는 오르지 않는 이유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표현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경제 전체를 키우기보다 다른 산업과 기업의 파이를 빼앗아 오면서 성장한다.
IT를 활용해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점 어려워지고 기업의 양극화도 심화된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인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의 주가는 2013년 이후 158% 급등했다. 이들의 시가총액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6%에서 13.4%로 늘어났다. 반면 S&P500에서 이들을 제외한 주가는 57% 상승하는데 그쳤다. 물론 여기에는 엔비디아·넷플릭스 등 떠오르는 ‘차세대 FAAMG’들이 포함돼 있다.

2014~2016년 3년간 FAAMG의 총순이익은 연평균 8.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0.2%에 그쳤고 작년과 재작년의 순이익은 감소했다. 기업 전체의 이익과 경제성장은 우상향이긴 하지만 거의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상황에서 FAAMG 기업들은 다른 기업을 잠식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임금 상승은 더디지만 조금 과장하면 FAAMG류의 IT, 전자 상거래 기업들의 주가만 오르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구조다.

빅데이터를 가진 IT 기업들의 미래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이들을 이길 수 없다면 주식 보유를 통해 주주로 참여해야 한다. 고평가 논란은 장기적으로 매수의 기회다. 아마존의 IT 활용 영역과 전략은 남달라 보인다.

IT 기업 중에서도 온라인에서 뛰어난 경쟁자와 싸우는 회사와 오프라인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빠르게 확장하는 회사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아마존의 주가 상승세가 온라인 네트워크 확장에 매진하고 있는 페이스북보다 강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