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는 ‘알짜 단지 청약’ 기회,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 등록’ 고려
작심한 ‘8·2  부동산 대책’, 투자자 선택은?
(사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TV를 통해 김현미 건설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로 일단 집값 폭등 현상은 잡히는 분위기다.

그동안 집값 폭등의 진원지로 꼽혔던 서울 강남권에서는 거래 절벽 조짐까지 보인다. 최근 강남권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대부분이 아파트 매도 여부와 매도 시점을 묻는 전화다. 매수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시기나 분위기 그리고 정부 정책상 지금이 집을 사야 하는 적기로 생각되지만 워낙 들쑥날쑥한 부동산 시장과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 심리로 많은 이들이 망설인다.

과연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른 부동산 전략은 무엇이 정답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와 제도에 많은 변화가 생긴 만큼 각자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다주택자, 양도세 폭탄 피하려면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의 가수요 억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등 양도세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양도세율은 주택 수와 상관없이 양도 차익에 따라 6~40%(보유 기간에 따른 차등 적용)의 기본 세율만 적용됐다.

하지만 내년 4월 1일부터 조정 대상 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팔면 주택 보유 수에 따라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의 추가 세율을 부담하게 된다.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10~30%를 공제해 줬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다주택자는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광명·고양시, 세종시, 부산 해운대·연제구 등 전국 40개 시·구에 있는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에게 해당된다.

이에 따른 다주택자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보유한 주택 중 한 채만 남겨 놓고 양도세 중과 시점인 내년 4월 1일 전에 처분하거나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이다.

무거운 양도세를 물지 않기 위해서는 처분해야 한다. 매각하지 않는 대신 제도권 주택 임대 시장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주택자 불이익을 받지 않고 떳떳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살고 있는 집을 뺀 나머지 주택을 임대사업용으로 신고하면 된다. 5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주택은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후 임대 목적으로 새로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등록세도 면제 또는 감면된다. 다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 소득을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임대 소득에 따른 소득세를 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절세 목적이라면 잔금 시점을 고려해 내년 1~2월엔 매도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며 “막판에는 잘 팔리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연내 처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라면 이번 기회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주택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 대상 지역에서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높이기 위해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가점제 적용도 확대한다.

11월 입주자 모집 공고부터 지방의 민간 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적용된다. 무주택자에게는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 당첨 기회가 확대되는 만큼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다.

현재는 청약통장 가입 후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지지만 앞으로는 2년이 지나야 1순위 자격을 얻는다. 다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통장을 가입, 1순위 청약 쇼핑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 가점제 적용도 확대된다. 가점제는 민영주택 공급 때 일반 공급의 일정 비율(40~100%)에 대해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점수로 따져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우선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하는 85㎡ 이하 아파트 가점제 적용 비율이 75%에서 모든 아파트로 확대된다. 중소 규모 아파트는 모두 가점제를 적용, 무주택자에게 청약 기회가 돌아간다.

조정 대상 지역에서도 85㎡ 이하 아파트는 가점제 적용 비율이 40%에서 75%로 확대된다. 가점제를 적용하지 않던 85㎡ 초과 아파트도 30%는 가점제를 적용한다.

가점제를 적용받아 당첨된 가구는 전국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2년간 재당첨 제한을 받는다. 민영주택 예비 입주자 선정도 추첨제에서 가점제로 바뀐다.

청약 1순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수요자라면 값싼 기존 주택을 사는 전략도 선택할 수 있다. 이번 규제책으로 시장이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다면 이번 대책과 크게 상관없다. 이번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강화 요건이 8월 3일 취득 시점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2년 이상 보유하고 양도가액이 9억원 이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 분양권도 전매 제한, “신중한 접근 필요”

분양권 보유자들은 양도세 부담이 가중된다. 내년 1월부터 분양권 전매 시 보유 기간과 관계없이 양도세율 50%가 적용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10~11월에 매도 계약이 이뤄져야 기한을 지킬 수 있다. 부동산 규제책이 나오면 풍선효과를 기대한 투자가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풍선효과는 지속 기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시장이 급변하면 기존 틈새시장이 발산하던 매력도 사라진다. 부동산은 최소 2~3년을 보유하는 장기 투자 상품인데 풍선효과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선 당장은 규제가 없더라도 시장이 과열되면 규제 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 과거에는 강남 재건축을 규제하면 강북의 재개발이나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이 이동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개발 조합원이나 오피스텔 역시 전매 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풍선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심했던 2000년대 중심지역뿐만 아니라 외곽 지역 집값이 동반 하락할 때도 많았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