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 재테크 공식이 달라졌다 - 상속·증여

세법개정안 상속·증여 공제 요건 강화… 부동산 대책 맞춰 다주택자도 ‘증여’ 고려

[편집자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시대가 달라지면 ‘재테크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월 2일 처음으로 공개된 ‘세법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앞으로의 재테크 공식이 어떻게 변해갈지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고액 자산가들은 최근의 달라진 재테크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달라진 재테크 공식’을 짚어 봤다.
상속·증여, 서두를수록 유리하다
50%. 현재 국내의 최고 상속세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26%)의 2배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상속과 증여의 기술이 ‘재테크의 완성’으로 여겨진다. 8월 2일 발표된 2017 세법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상속·증여와 관련한 재테크 공식은 하나로 정리된다. ‘무조건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전반적으로 ‘소득 재분배’에 방점이 찍힌 이번 세법개정안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부분은 상속·증여세다. 상속 및 증여 공제액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공제 요건을 강화해 실질적으로 상속·증여세율을 높인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상속·증여세 신고 세액공제 축소다. 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자진해 신고했을 때 내야 할 세금의 일정 부분을 깎아주는 것이다. 1982년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현금·그림·골동품 등의 상속·증여 재산을 포착할 수 있는 과세 인프라가 미흡했다. 이 때문에 재산의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공제해 줬다. 하지만 현재는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 등의 도입으로 과세 인프라가 확충되며 이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행 기준으로 상속인이나 증여인이 ‘신고 기한 내’에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하면 산출 세액의 7%를 공제해 준다. 상속세의 신고 기한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 증여세의 신고 기한은 증여인이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신고 세액공제, 2019년 3%로 축소

상속·증여 신고 세액공제율은 2016년까지 10%였지만 현재는 7%로 한 단계 축소된 것이다. 그런데 2018년 1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거나 증여 받는 분부터는 이 공제율이 5%로 줄어든다. 그다음 해인 2019년부터는 3%가 적용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에게 10억원짜리 부동산을 증여한다고 하자. 10년 이내에 사전 증여 재산이 없고 성인 자녀로 5000만원 증여재산공제(성인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때 10년간 5000만원의 기본 증여 공제 가능)를 적용받았다.

그러면 2017년, 2018년, 2019년 증여세 납부세액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증여세 산출 세액은 2억2500만원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신고 세액공제율의 차이로 납부할 증여세액은 2017년 2억925만원, 2018년 2억1375만원, 2019년 2억1825만원으로 달라진다.

김영림 상속증여 전문 세무사는 “불과 2년 사이에 900만원의 세금을 더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증여하고자 한다면 올해 안에 서두르는 것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의 부동산 대책도 부동산 증여를 서두르는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 규제 강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자산에 여유가 있는 고액 자산가들은 급매물로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 사업자로 등록해 임대 소득세의 세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기회에 증여세를 내고서라도 보유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김윤석 삼성생명 패밀리 오피서(FO)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상속·증여와 관련해 가장 문의가 많은 부분은 부동산 정책 변화에 따른 증여 상담”이라며 “특히 다주택자들은 주택 수를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증여, 서두를수록 유리하다
◆까다로워진 가업 상속 공제 조건

상속·증여를 위한 준비를 서두를수록 좋은 것은 ‘가업 승계’도 마찬가지다. 세법개정안에는 가업 상속지원제도 역시 조정했는데 공제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가업상속지원제도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상속이 개시되는 소득세 혹은 법인세의 과세 기간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기업)으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기업을 상속할 때 공제해 주는 제도다.

상속 공제 한도는 가업의 영위 기간에 따라 다른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상속 공제 한도는 동일하지만 가업 영위 기간이 변동됐다. 현재는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상속 공제 한도는 200억원, 15년 이상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500억원의 규정을 두고 있다. 올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200억원으로 동일하지만 15년 이상 규정이 사라졌다. 그 대신 20년 이상이면 300억원, 30년 이상이면 500억원으로 가업 영위 기간이 대폭 늘어났다.

김 FO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당장 가업 승계를 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기업 상황과 정부의 중소기업 가업 승계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상속세 연부연납, 기업 상속 공제 등을 검토해 승계 계획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때 가장 먼저 검토해 볼 것은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다. 일반 증여재산은 10~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생전에 계획적으로 가업을 사전 상속할 목적으로 ‘가업 승계 주식’을 증여하면 일정 금액(가업 자산 상당액에 대한 증여세 과세 가액에서 5억원)을 일괄 공제하고 10%의 특례 세율(과세표준 3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로 증여세를 과세한다.

단, 이때 가업 증여가 이뤄지기 전 부모로부터 증여 받은 동일한 가업 주식은 합산해야 하며 합산 결과 100억원을 초과한 가액은 과세특례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후 증여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면 증여 당시의 증여재산가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더해 상속세로 정산하도록 한다.

현행법상 가업 승계 과세특례를 받으려면 물려주는 기업 CEO는 가업 영위 기간 중 50% 이상 또는 10년 이상, 또는 상속 개시일로부터 소급해 10년 중 5년 이상인 기간을 대표로 재직한 60세 이상의 부모여야 한다. 또 해당 법인의 최대 주주 또는 최대 출자자로서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 등을 더해 발행 주식 총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증여자는 증여일을 기준으로 18세 이상의 자녀이면서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가 증여세 신고 기한(증여일의 말일부터 3개월)까지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단, 이 제도는 자녀 1인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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