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141호 (2017년 10월 11일)

'수수료 평생 무료’ 증권사 치킨게임 돌입

[증권인사이드]
수익 원천 다양해진 대형 증권사들…브로커리지 수익 포기하고 고객확보 ‘올인’


(사진) NH투자증권의 국내 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주식 좀 해보신 당신도, 이제 막 시작한 당신도 지금 나무로 안 갈아타면 평~생 손해.”

증권업계의 무료 수수료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 본격 도입된 2010년 이후 증권업계의 무료 수수료 경쟁은 늘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일정 기간 무료 수수료 혜택을 넘어 ‘평생 무료’라는 문구가 업계 최초로 등장했다. 투자자로선 그야말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수수료 출혈경쟁이 증권사들의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과감한 도발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지난해 말 미래에셋대우의 출범을 계기로 한층 가열되는 모습이다. 특히 올 들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며 비대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료 이벤트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월 비대면(온라인) 계좌 신규 개설 시 2025년까지 8년간 국내 주식거래 무료 수수료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대신증권 등이 잇따라 3년에서 5년간의 주식거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발표하고 나섰다. 신한금융투자는 13년의 무료 혜택 기간을 앞세우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의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은 최장 5년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그 기간이 길어지며 최장 10년을 넘어서는 것도 일상다반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NH투자증권은 10월 31일까지 모바일 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 나무(NAMUH)에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는 국내 주식거래 시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기로 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NH투자증권이 이 이벤트를 시작한 8월 28일 이후 2주간 나무의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1259건으로 집계됐다. 이벤트 전 하루 평균 100여 건에서 무려 10배 이상 신규 고객이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의 ‘강력한 한방’에 다른 증권사들 역시 미묘하게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당장 미래에셋대우는 무료 수수료 혜택 기간을 연장하고 나섰다. 8월 말까지 가입하는 신규 고객들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던 ‘8년 무료 수수료’의 이벤트 기한을 10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KB증권 또한 9월 1일부터 수수료 면제 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수수료 인하 경쟁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결국 증권사들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간 양극화 시작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앞다퉈 무료 수수료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증권사들이 더 이상 주식거래 수수료로 먹고사는 시대가 지났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2000년 이후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은 9bp(1bp=0.0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순영업수익에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도 3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형사일수록 브로커리지 수익 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사업 역량을 강화하며 그만큼 수익원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로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수록 자산 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포석이 깔린 전략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기타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수익성 면에서 낫다는 판단이 뒷받침된 것”이라며 “오래 버티는 곳이 승자가 되기 때문에 결국은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사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을 비롯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주식거래를 기반으로 한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8월을 기준으로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키움증권은 현재 6개월의 무료 수수료를 내건 이벤트를 진행 중이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무료 수수료’를 제시한 이상 이를 쉽게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증권사도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재정적 측면을 고려할 때 섣불리 내릴 수 없는 결정인 셈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와 같은 수수료 경쟁이 지속되면서 증권사들 간의 수익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수수료뿐만 아니라 IB 수익, 상품 운용 수익, 더 나아가 순이자 수익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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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10-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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