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6억원 이상 다주택도 임대 사업자 등록 ‘인센티브’ 필요
다주택자 ‘소형 갈아타기’ 해법 될까
(사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8월 2일 서울·과천·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 심재문 편집위원] “사는 집이 아닌 집은 내년 4월까지 파시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2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던진 말이다. 김 장관의 말에 다주택자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주택자들은 현실적인 고민에 맞닥뜨리고 있다. 팔고 싶어도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버티기에도 부담이 크다.

물론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줬다. 임대 사업자 등록을 통한 세제 혜택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소형 주택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 사업자 등록을 미리 염두에 두지 않았던 다주택자라면 소형 주택에 투자했을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임대 사업자 등록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계산기를 잘 두드려 봐야 한다.

다주택자가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보유 주택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과 거주 주택의 1가구 1주택 비과세 세제 혜택을 노린 전략 때문이다.

소형 주택은 임대 사업자 등록 유리

거주 주택을 제외하고 보유 주택이 임대주택 사업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형으로 구성돼 있다면 선택은 분명하다. 재산 상황이 알려지고 소득세나 건강보험료의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이 바람직해 보인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는 2018년 말까지 소득세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일반 임대(4년)와 준공공 임대(8년)로 구분된 임대 사업자 등록 중 준공공 임대가 확실히 더 매력적이다. 임대 기간은 4년과 8년이지만 실제 세법상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5년과 10년 이상의 임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도 생각해야 한다. 거주 주택을 제외하고 모든 보유 주택을 등록해야 한다. 어느 것은 등록하고 어느 것은 등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정해진 기간 동안 임대를 유지해야 하고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릴 수 없다. 임대 기간을 유지하지 못하면 10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그동안 받은 세금 혜택도 원금에 이자까지 가산해 추징당하게 된다.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건강보험료가 늘어나는 점은 부담이다. 일각에선 ‘건보료 폭탄’이라고도 말한다. 11월로 예정된 ‘주거 복지 로드맵’에서 임대 사업자에 대한 건보료 혜택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 가입자인 급여 생활자라면 추가적인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지역 가입자는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www.nhis.or.kr)에서 건강보험료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사이버민원센터에서 건강보험안내→4대보험료 계산에 들어가면 계산해 볼 수 있다. 나이·소득·재산·자동차 등을 입력하면 예상 보험료를 계산할 수 있다. 10억원 규모의 거주 주택과 5억원 하는 임대주택 세 채(보증금 5000만원 월세 130만원 임대)를 가지고 있는 50대 가구주는 과표 기준을 시세의 50%로 보면 건강보험료는 월 28만원 정도 나온다.
다주택자 ‘소형 갈아타기’ 해법 될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6억5903만원

문제는 보유 주택의 가격이 수도권 기준으로 6억원(비수도권은 3억원)이 넘는 다주택자다. 단순한 버티기를 하기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만만치 않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이 논의되고 있고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의무화 얘기도 나온다. 보유세 강화도 초다 주택 소유자에 국한한다고는 하지만 시기가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유 주택 포트폴리오의 재평가를 통한 ‘갈아타기’가 필요해 보인다. 양도소득세 부담 등 거래에 따르는 비용 계산과 새로 구입하려는 주택의 지역 및 집값 전망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혜택이 큰 60㎡ 이하의 주택 2~3채로 갈아타면 취득세(최초 분양 때만 해당)부터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까지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때 거주 주택은 1가구 1주택 비과세와 마찬가지로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중대형 보유 다주택자들도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는 ‘당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을 제도권 안으로 불러들여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임대 사업자 등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세제 정상화의 토대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6억5903만원이다. 임대 사업자는 13만8000여 명(2015년 기준), 등록된 임대주택의 비율은 6%에 그친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향해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하라고 몇 년째 압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등록은 미미하다. 새롭게 주택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의 소형 주택만으로 보유 주택이 구성된 게 드물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 원장은 “소형 평형과 6억원 이하 주택에만 국한돼 있는 세제 혜택은 집값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주택 가격의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11월 발표되는 ‘주거 복지 로드맵’에 담길 다양한 인센티브에 가격 기준의 문제도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ps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