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따라잡기 15]
‘글로벌 동조화’ 약해져…각국 통화정책 활용한 ‘분산투자’ 중요
금리인상기, 채권 시장 떠나라? "해외에 기회 넘친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최근 2~3년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채권에 대한 투자를 가파르게 늘려왔다. 그중에서도 ‘큰손’으로 꼽히는 보험사들의 해외 채권 투자액은 2015년 6월 말 195억 달러(21조2355억원)에서 올해 9월 말 549억 달러(59조7861억원)로 크게 불어났다.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채권 비율을 낮추고 해외 채권 비율을 높여 가고 있고 군인공제회의 채권 포트폴리오는 아예 해외 채권으로만 구성돼 있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에서 탈피해 투자를 다변화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채권은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고 주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해외 채권은 적절한 전략만 수립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이 많은 데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외 직접투자 ‘절세 효과’ 등 부각

해외 채권시장은 해외 신용 평가 기관이 평가한 등급을 기준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구분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 ‘AAA’에 해당하는 독일$캐나다 등과 ‘AA+’ 등급인 미국 등 선진국의 채권 금리는 국내 금리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 위험부담이 낮다. 이에 비해 태국$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 한국보다 신용 등급이 낮은 신흥국들은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높지만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최근 국내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채권 투자’ 열풍을 이끌어 간 주역 역시 바로 이들 신흥국 채권이었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해외 채권형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거나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최소 1000만원 단위로 투자해야 하는 해외 국채에 비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다 선진국·신흥국·하이일드 등 원하는 투자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펀드 자체에 환헤지 거래가 포함돼 있어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다만, 펀드의 운용 방식에 따라 투자 대상이 같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투자하려는 펀드가 벤치마크를 잘 추종하는지,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괜찮은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듀레이션(투자 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채권에 직접 투자할 때에는 해당 채권 발행자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만기에 해당 통화로 액면 원금이 지급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을 갖고 있다가 금리가 올라 채권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매수 당시 약정한 이자를 받는다. 만기가 짧을수록 채권 가격 하락보다 채권 이자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면 채권을 팔아 ‘매매 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익’도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직접 투자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것은 ‘절세 효과’다. 개인투자자는 해외 채권 환차익과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되지만 펀드에 투자하면 매매 차익도 배당소득으로 간주돼 과세된다. 다만 채권 투자 대상국과 한국 간 조세협정이 체결돼 있는지 여부와 체결안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투자 대상국과 조세협약이 체결돼 있다면 해당 협약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세후 투자수익률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 해외 채권 전략, 신흥국 중에서도 ‘국가 선별’ 중요

이렇듯 ‘저금리 시대 필수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은 해외 채권이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라 10여 년간의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 9월과 12월 13일(현지 시간)에 이어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 또한 11월30일 6년 5개월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나섰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내년부터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해외 채권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AB자산운용)의 유재흥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상무)는 12월 6일 ‘2018년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회’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3% 정도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미국은 금리를 올리겠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아 전 세계가 급속도로 금리 상승기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대부분의 세계 중앙은행들도 이와 비슷하게 금리를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글로벌 금리 정책의 ‘동조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은 이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이미 몇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인플레이션 목표치(4%)에 미달함으로써 금리 인하 폭을 확대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의 차별화가 나타나면서 해외 채권 투자에 역시 이를 잘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7년 해외 채권 투자 전략은 ‘신흥국’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충분했다면 2018년에는 각 국가별로 ‘선별적인 투자’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상무는 아르헨티나$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 국가를 추천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다 금리 수준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나라에 ‘올인’하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그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매우 컸지만 최근에는 유럽과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률이 반등하면서 전체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균형이 조금씩 맞춰지는 그림”이라며 “어느 한 국가에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국채에 분산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크레디트(신용) 채권의 비율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유 상무는 “한국 투자자들은 하이일드(고수익) 채권은 꼭 챙기는 것이 좋다”며 “최근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고수익 채권 부도율이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 금리 인상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금리는 높지만 신용 등급이 낮은 비우량 채권(정상 채권과 부실채권의 사이로 신용 등급 ‘BBB’ 이하의 채권)을 말한다.

실제로 과거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금리 하락기보다 금리 상승기에 더 좋은 성과를 냈다. 1990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월평균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5년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던 시기에는 0.6%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 5년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에는 0.9%의 수익률을 얻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