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일조권 보호 위한 높이 규정 있어…매수·임차시 주의 기울여야
윗집 베란다 확장, 내 집 일조권 뺏는다면
(사진)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변호사

[한경비즈니스=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 도심에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계단형 피라미드’처럼 위로 갈수록 좁게 건축된 빌라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계단형으로 지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베란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만일 이러한 베란다에 알루미늄 기둥을 세우고 샌드위치 패널 등을 덧대 주거 공간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베란다 확장도 적법하지 않을까. 실제로 새로 분양하는 빌라들은 설계 당시부터 베란다를 확장할 것을 예상해 전기 배선과 수도 배관을 미리 확보해 두기도 하고 확장되는 면적 자체를 분양 면적에 포함해 분양 대금을 책정하기도 한다.
윗집 베란다 확장, 내 집 일조권 뺏는다면
◆불법 증축 베란다로 일조권 뺏겼다면

발코니는 건물 벽면으로부터 돌출된 상태로 상부에는 지붕이 없고 하부에는 아래층의 천장도 없다. 건축법 시행령은 발코니를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으로서 전망이나 휴식 등의 목적으로 건축물 외벽에 접해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발코니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만 적합하다면 거실·침실·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동주택을 분양받고 발코니를 확장해 주거 공간을 더 넓게 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베란다는 건물의 위층이 아래층보다 작게 건축돼 생긴 아래층의 지붕 부분에 해당하는 공간을 말한다. 베란다가 생기는 이유는 건축법상 일조권 사선제한 또는 지금은 폐지된 도로 사선제한 때문이다.

현재 건축법 제6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6조는 전용 주거지역이나 일반 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할 때 북쪽에 자리한 인접 건물의 일조권을 확보해 주기 위해 건축물의 높이에 따라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띄워야 하는 거리를 정해 놓고 있다.

건축물의 높이가 9m 이하인 부분은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1.5m 이상을 띄워야 하고 높이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워야 한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건물 북쪽 면의 9m를 초과하는 부분을 그 이하의 부분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건물을 지어야 하고 그 자리에 베란다가 형성된다.

이 같은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베란다에 해당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을 세우게 되면 불법 건축물이 된다. 이 때문에 해당 관청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건축물의 건축주 등에게 철거 등의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 기간 내에도 철거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국민주택 규모 85㎡인 주거용 건물에서 위와 같은 불법 베란다 증축을 하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이행강제금은 불법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이행강제금의 부과 횟수도 총 5회를 넘지 않기 때문에 불법 베란다 확장이 끊이지 않고 관행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이행강제금은 베란다를 불법으로 확장한 건축주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현재 위법한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점유자 또는 소유자에게도 부과될 수 있다. 그래서 불법으로 베란다가 증축된 빌라를 매수하거나 임차할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이러한 행정 관청의 처분보다 더 강력한 법적 제재가 있다. 불법으로 증축된 베란다로 일조량이 줄어든 정북 방향의 주택 소유자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철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윗집 베란다 확장, 내 집 일조권 뺏는다면
◆일조권 보호 위한 높이 규정 필요

불법으로 확장된 베란다를 철거하라는 첫 판결이 2015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온 이후 이와 동일한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법원은 베란다의 불법 증축 부분은 건축법 관련 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철거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 건축법에서는 건축물을 축조할 때 정북 방향에 자리한 인접 건물의 소유자에게 최소한의 일조량이라도 확보해 주기 위한 배려로 일조권 보호를 위한 높이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점차 열악해지는 도심의 주거 환경에 비춰 보면 이러한 규정은 마땅히 필요한 최소한의 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법령을 위반해도 행정적 제재가 크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으로 베란다를 확장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잊은 몰염치한 행동이다.

‘발코니’와 ‘베란다’, 무엇이 다를까

발코니 :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 전망이나 휴식 등의 목적으로 건축물 외벽에 접해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이다.

베란다 : 건물의 위층이 아래층보다 작게 건축돼 생긴 아래층의 지붕 부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