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미국·유럽·일본 통화정책 정상화 개시…금융규제 완화도 곧 시행 예상
IT·바이오 이어 이제는 ‘금융주’의 시대
(사진)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 은행 연례 세미나 참석 차 한자리에 모인 세계 중앙은행 수장들. 재닛 옐런(가운데) 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오른쪽) BOJ 총재./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신동준 미래에셋대우 트레이딩2부문 상무보·숭실대 겸임교수 ]작년 말 감세 등 세제 개혁안이 통과되면서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평균 15% 늘어났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이익 성장 기대다. 미국소매업협회(NFR)는 1월 12일 작년 연말 쇼핑 시즌의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5.5% 증가해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17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실업률과 세제 개혁안의 통과, 기업들의 임금·상여금 인상을 소비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은 새해 첫 2주 동안 단 하루 0.1%씩의 조정을 제외하곤 매일 상승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연내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인플레가 Fed의 물가 목표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는 데다 기술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저물가가 예상돼서다. 백악관은 감세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 확대로 공급 능력이 대폭 늘어날 것이므로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설파 중이다.

반면 미국의 국채 10년 금리는 최근 한 달 동안 주요 지지선이었던 2.40%를 뚫고 2.56%까지 0.22%포인트나 상승했다. 흥미로운 점은 금리 상승 요인을 분해해 보면 0.22%포인트 중 0.16%포인트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의한 것이었다.

Fed의 보유 자산 축소와 유럽 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규모 축소는 이미 시작됐다. 새해 들어 일본 중앙은행(BOJ)의 장기채 매입 규모 축소, 중국 인민은행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 축소설 등 굵직굵직한 장기 금리 상승 요인들이 더해졌다. 하지만 정작 장기채를 보유하는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이 금리 상승에 미친 영향은 0.09%포인트에 불과했다.

◆달러 약세와 인플레 상승

기대 인플레 상승 배경에는 달러 약세와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있다. 미국 경제는 강건하고 Fed는 금리 인상과 보유 채권 축소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인덱스는 2016년 말을 고점으로 12%나 하락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동조화와 확산으로 이제는 미국보다 유로존과 신흥 시장 등 여타 국가들의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진 영향이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가치의 매력도 저하로 외화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미국 국채 비율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견고한 감산 협약 이행과 함께 달러 약세는 달러화로 표시된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며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는 더 심화된다. 글로벌 경기 호조와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달러 약세는 시차를 두고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달러 인덱스와 달러 실효 환율을 고려할 때 인플레 상승은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3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하며 60달러대 중반까지 오른 국제 유가도 인플레 상승 요인이다.

국내총생산(GDP) 갭은 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통해 현재 경제가 얼마나 과열 혹은 침체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선진국들 중에서는 2016년 미국의 GDP 갭이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GDP 갭은 2년 연속 플러스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의 가동률이 올라오고 있고 유휴 자원이 소진되고 있다. 중국·대만·한국 등 아시아 수출 국가들의 생산자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한때 조기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기도 했지만 달러 약세와 신흥 통화 강세는 신흥국의 금리 인상 부담을 다소 덜어줌으로써 신흥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Fed의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 컨센서스로 미뤄 시장의 인플레 기대는 여전히 낮은 듯하다. 최근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가 조금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인플레 상승에 대한 작은 신호만으로도 장기 금리의 민감도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

나아가 Fed는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강건한 경제와 완화적인 금융 환경하에서 금융시장에 문제가 없다면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해 나갈 것이다. 연내 서너 차례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새로운 투표권자들의 성향이 매파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달러 약세와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환경에서의 금리 인상은 부담도 덜하다. Fed의 금리 인상 횟수는 시장 컨센서스보다 많아지겠지만 달러의 추세적인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주 비율↓, 금융주 비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저물가하에서 진행된 구조적인 변화가 뚜렷하다. 예상대로 기술주(IT)와 헬스케어·자유소비재·필수소비재는 금융 위기 이전 고점보다 123%, 98%, 83%, 66%나 더 뛰어올라 세계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금융을 비롯해 에너지·소재·유틸리티·통신서비스·부동산 등 MSCI의 11개 업종 중 무려 6개 업종이 아직 금융 위기 이전 고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고점에서 평균 약 23%나 떨어져 있다.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대표 300종목을 지수화한 CSI300도 마찬가지다.

CSI300은 금융 위기 이전 고점 대비 아직 28%나 아래에 있지만 중국에서도 필수소비재·헬스케어·자유소비재는 이미 고점을 각각 115%, 100%, 20%나 넘어섰다. 수년간의 강력한 글로벌 증시 랠리는 헬스케어·소비재 그리고 선진시장의 IT 등 편중된 업종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기술주(IT)의 수익 증가세는 여전히 견조하며 유망하다.

다만, 인플레 상승과 함께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 Fed의 금리 인상 그리고 장기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기술주의 상대 성과는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지지하는 테크 공룡들의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지금부터는 기술주의 비율을 낮추고 금융주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금융 규제 완화도 진행 중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1월 9일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일본은 선진시장 중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장 늦은 곳이다. 이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다면 정책 기조 전환 모멘텀이 가장 클 것이다. 일본은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장·단기 금리 차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은행들은 낮아진 수익성을 인력 감축으로 타개하며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중이다. 일본의 금융주도 유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