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가격의 등락은 교환수단으로서 문제 안돼..옵션 등 다양한 상품 나오면 해결 가능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친다고 화폐로서의 기능이 없는 것일까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은 가격이 0으로 추락하는 시발점이라고 환호한다. 반면 비트코이너들은 급등에 뒤따르는 자연스런 조정이라고 평가한다.

비트코인 가격의 단기적 급등락은 단기투자자, 소위 투기꾼들 때문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바로 이 ‘투기꾼’들이 바로 비트코인이 교환수단으로서 무리 없이 운영되게 도움을 줄 이들이다.

암호학자들은 30년 이상이나 분산네트워크에서의 가치 이전 수단의 가능성을 꿈꾸며 연구해왔다. 암호학자 닉 사보가 1995년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실현되는 계약이라는 개념 즉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체화할 때도 문제는 결제수단이었다. 이 개념은 13년 이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으로 구체화되었다. 암호학자들은 비트코인이 분산네트워크에서 가치이전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한다.

가격의 등락은 가치이전에서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암호학자들의 시각이다. 화폐로서 가격의 등락을 따지지 않으니 경제학자들이나 정책당국자들 눈에는 암호학자들이 자신들만의 가상세계에 갇힌 몽상가들이나 사이비종교에 빠진 광신도들로 보일 만도 하다.

알고 보면 무지한 쪽은 경제학자들이다. 청산기관의 인증이나 도움 없이 네트워크 상에서 가치를 갖는 자산, 소위 디지털자산의 존재 자체가 난제일 뿐이다. 디지털자산이 존재하는 한 이 디지털 자산을 지불, 교환수단으로서 활용하는 건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콘트랙트의 기본개념, 경제학자들도 중시하는 게임이론의 기초적 원리에다 경제학자들이 너무나 잘 아는 선물, 옵션이라는 금융기법을 이해하는 이들에게라면 비트코인 가격의 급변이 가치이전 수단으로서 왜 문제가 아닌지 간단하게 입증할 수 있다.

가치의 변동에 투자하는 위험추구자

예를 들어보자. ‘나’는 건축업자다. 공기가 한달 이상인 리모델링을 맡긴 건물주는 ‘나’에게 준 선불금이 개인 부채의 청산이나 애인에게 명품백을 선물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 역시 계약금을 받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 떼일 위험으로 수주를 주저하고 있다.

둘은 비트코인을 선택했다. 건물주가 비트코인을 송금하고나면 그는 지갑에서 다시 빼낼 수 없으니 변심을 이유로 계약을 무를 수 없다. 그는 송금한 지갑에서 내가 한 달 이후에나 찾아 쓸 수 있게끔 설정할 수 있다. 또 비트코인의 이동은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공사와 관련 없는 이에게 송금할 수 없다. 불신상태를 타개하고 계약을 시작하는 데 비트코인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보다 탁월하다.

문제는 가격의 변동이다. 건물주는 현재 1억원의 가치를 갖는 10비트코인을 송금했지만 나는 한달 후에 1억원의 원화로 인건비와 자재비를 지불해야만 한다. ‘나’는 비트코인 투자자가 아니므로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에는 관심없다. ‘나’는 비트코인 10개를 담은 지갑을 위험추구자들의 지갑과 연결해 놓는다. 두 지갑은 스마트 콘트랙트로 조건화 되어있기 때문에 한번 연결되면 조건에 따라 상태가 변화하며 사람이 개입해서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

한달 후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서 8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원이 되었다. 조건에 따라 내 지갑에서 2비트코인이 자동으로 위험추구자들 지갑으로 빠져나간다. 그래도 나는 1억원을 유지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해서 12비트코인이 1억이 된다면 위험추구자들의 지갑에서 2비트코인 내 지갑으로 들어오고 나는 역시 1억원을 유지한다. 위험회피자인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1억원으로 인건비와 자재비를 충당할 수 있다.

한편 위험추구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원래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에 더해 내게서 넘겨받은 비트코인으로 이익이 증폭된다. 가격이 내리면 가격의 하락에 더해 비트코인이 빠져나가서 손실이 배가된다.

위험추구자들 간에는 다양한 파생계약을 맺을 수 있으므로 위험은 선택적으로 분할되어 판매된다. 청산기관이나 금융기관 심지어는 법원의 보장이 조금도 필요하지 않다. 스마트 콘트랙트 조건에 동의한 소액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동시에 계약에 자동 가입되고 이익이나 손실도 공여액수와 공여기간과 위험비율의 선택 알고리즘에 따라 정확하게 배분된다. 네트워크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나’의 위험회피 성향을 수익의 기회로 보고 노르웨이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소액투자자가 참여한다.

1달러가 된 순간 ‘가격’은 문제 안돼

이 논증은 경험적인 실증이 필요 없는 순수 연역에 가깝다. 환율의 공정한 입력 같은 부수적인 쟁점 이외에는 임의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학적 알고리즘이다. 기적은 따로 있다. 비트코인이 1달러 이상, 그러니까 유의미한 가격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이 필연적으로 1달러를 넘는다는 논증은 못한다. 그러나 일단 가격을 가지면 어떤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논증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의 가격이 0이라면 청산기관의 보증없는 디지털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0곱하기 1억은 여전히 0이지만 1곱하기 1억은 1억이다. 일단 1달러 이상이라는 우연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나자 디지털자산은 실현되었고 가격의 변화는 가치 이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물리적 제약이 없는 네트워크와 디지털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달러를 돌파한 2010년이 사실은 결정적인 해였던 셈이다. 비트코인이 1달러를 넘은 지 7년이 되었으니 인류는 디지털자산을 가진 셈이다.

가격의 요동으로 화폐로 쓰일 수 없다는 논리가 주요 일간지의 사설이 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적 체력에 이상은 없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며 그 자체 사실은 심각한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