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163호 (2018년 03월 14일)

뉴 앱노멀 시대를 위한 미래 예측 기법들

[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목소리 커지는 ‘예측 무용론’…정확도 높이기 위해 다차원 모델 등장


[한경비즈니스=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요즘은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맞지 않는 ‘뉴 노멀’에 이어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앱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2월 이후 대내외 증시 흐름이 전형적인 예다.

예측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경제 주체를 안내하는 역할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세가 맞아야 하고 실적에 대비한 예측 오차율이 최대 30%는 빗나가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전망 기관과 증권사의 예측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예측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다.

예측은 예측이 어려울수록 필요성이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예측 기관을 중심으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지표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망 기관이 예측 주기를 ‘반기 혹은 연간’에서 ‘분기’로 단축했다. 증권사는 ‘수시 조정’으로 바뀌었다.

임신율, 경기와 주가 최소 6개월 선행

뉴 앱노멀 시대가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예측이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표(CLI)는 주요 고비 때마다 예측이 들어맞았다. OECD가 매월 발표하는 이 지수는 성장 순환에서 전환점들에 대한 조기 신호들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IMF의 기업취약지수(CVI)도 금융 위기 이후 새로운 예측 기법으로 각광 받아 왔다. 이 지수는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 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 배당률 등의 재무 지표를 이용해 산출된 것으로, 종전의 경기 진단과 예측 기법이 경제 상황과 정책 기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특정국의 경제와 증시는 갈수록 더 복잡해져 국내 예측 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미국의 경제사이클연구소(ECRI)의 예측 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이클 큐브’라는 복합 시스템을 감안한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인구 재앙을 맞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올해 7월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입법이 통과됐다. 같은 무렵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임신율이 경기와 주가를 최소한 6개월 선행한다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NBER은 미국의 경기순환 국면과 주기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신뢰가 높은 기관이다. 얼마나 유용한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근거는 설득력이 있다. 임신 여부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을 감안해 결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임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와 주가가 좋아져 미래 기대 소득이 증가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박해지는 사회상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여서 논란이 많다. 

임신율·출산율에 근거한 부동산 가격 예측과 관련해 올해는 한국에 중요한 해다. 2년 전 여름 휴가철에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됐던 해리 덴트 HS덴트투자자문 대표의 ‘2018 인구 절벽이 온다(The Demographic Cliff))’에서 ‘한국 부동산, 특히 강남 지역 시장이 인구 절벽에 따라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던 바로 그 해이기 때문이다.

덴트 대표가 부동산 시장 앞날을 예측하는 데 즐겨 쓰는 기법은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한 나라의 계층별 인구구성에서 자가 소유 의욕과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매입하는 자산 계층(버블론 35~55세, 인구 절벽 45~49세)이 얼마나 두터운지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이미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이후 자산 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자산 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인구 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치마끝선 이론·립스틱 선행지수 등 다양

덴트 대표의 주장은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예측 기법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Fed 전 의장의 신념대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 여건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그린스펀 독트린’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에는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해 통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즉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하면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 투자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완만한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차입 비용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막으면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재닛 옐런 Fed 전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점진적인 출구전략을 가져가는 이유다. 덴트 대표의 ‘인구 절벽에 따른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론’은 예비적인 차원일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임신율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경기와 주가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행지표가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치마끝선 이론(Hemline Theory, 조지 테일러)’과 ‘립스틱 선행지수(Leading Lipstick Index, 레너드 로더 에스티로더 의장)’다.

여성의 치마 끝 길이가 짧아지고 립스틱 색깔이 엷어지면 앞으로 경기와 주가가 좋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때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칭송받았던 그린스펀 전 의장의 남성 속옷 지수(Men’s Underwear Index : 남성 속옷 판매가 증가하면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상승함)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8-03-13 10:32

가장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투표하기 결과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