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전력 산업의 고질적 문제 해결 가능…지방정부 차원에서 채굴 산업 인정 시작
‘틈새 산업’으로 성장하는 암호화폐 채굴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암호화폐가 채굴에 전기를 소진하면서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은 늘 있어 왔다. 그런데 2017년 암호화폐의 붐과 함께 채굴업자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전력이 싼 곳을 찾아 골드러시를 하면서 캐나다와 미국 북부 지역 정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곳은 주로 수력발전 등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면서도 기온이 낮아 열처리에 유리한 곳이다. 워싱턴 주 동부와 뉴욕 주 북부, 캐나다의 퀘벡 지역이 해당한다.

뉴욕 주의 플래츠버그 시는 최근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18개월 동안 암호화폐 채굴을 중지시키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필립 쿠이야르 캐나다 퀘벡 주 총리는 이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인 채굴업자들은 정부 소유 수력발전소인 하이드로퀘벡으로부터 값싼 전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이드로 퀘벡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수천 메가와트에 달하는 사업 제안서를 받았다. 프로젝트는 평균 가정 소비량의 50배를 넘어서는 전기량을 요청했고 이 중 일부는 알루미늄 제련소를 초과하는 양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이드로 퀘벡은 총리의 발언이 있기도 전에 신청한 채굴업자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피에르 모로 퀘벡 주 에너지장관은 알루미늄 제련소가 같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수백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반해 암호화폐 채굴은 2~3개의 일자리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정부가 암호화폐 채굴 때문에 겨울철 전력 수요 성수기에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정부가 원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환경론자들은 비트코인 채굴을 비난해 왔다.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주요 미디어들은 투기와 지하경제 외에는 쓸모가 없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엄청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인류 복지와 지구 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행위에 준한다고 비판해 왔다. 뉴욕 주나 퀘벡 주같이 미디어로부터 주목받는 정부가 언론의 논조를 역행하기는 어렵다. 정치가들은 언론의 관점에 편승해 비트코인 채굴을 앞장서 막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디어의 시야로부터 벗어나 있는 좀 더 작은 지역 정부들은 채굴 산업에 대해 사뭇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폐쇄된 공장이 채굴장으로 변신

뉴욕 주의 머시나는 세인트로렌스 강을 낀 국경 마을(타운)이다. 인구는 약 1만 명 남짓인데 주민들에게 풍성하고 저렴한 전기를 제공해 왔다. 풍부한 전력 때문에 알루미늄 제련이 활발했고 2011년 공장 문을 닫았지만 제너럴모터스(GM)의 공장도 있었다. 그런데 알코아 알루미늄 제련소도 2019년 3월까지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마을은 경제적 활력을 잃고 있었다.

채굴업자들은 올해 1월 공업 단지에 있는 빈 건물을 차지하고 채굴을 시작했다. 팀 쿠리어 머시나 시장은 이 작은 마을에 암호화폐 채굴자들이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조사원을 보내 임대나 고용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했지만 채굴을 중단시키지는 않았다. 채굴업자들이 빈 사무실을 불법적으로 점유하는 등의 위법 사항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굴 회사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타운 정부가 시간을 끄는 사이 채굴 회사는 1만6000대의 채굴 컴퓨터를 머시나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허락을 뉴욕 주의 관계 당국으로부터 받아냈다. 머시나 타운은 채굴 회사에 1만5000킬로와트를 할당하고 작업장을 임대해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채굴 회사는 최소한 1억6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15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을 약속했다. 쿠리어 시장의 관심은 이 새로운 산업이 마을에 일자리와 경제적 활력을 되찾아 줄 것인지에 있었다. 만약 채굴 산업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마을의 자산인 값싼 전력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은 못 박았다.

암호화폐 채굴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전력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채굴 산업이 부분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유휴 설비와 잉여 전기의 문제다.
전력의 소비는 균질하지 않다.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다르고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 하지만 전력 공급에는 막대한 고정비용이 들어간다. 최대 수요에 맞춰 투자할수록 유휴 설비 문제가 경영에 압박을 준다. 하루에 한두 시간, 혹은 1년에 몇 주를 버티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수기에는 잉여 전기를 그냥 흘려보내는 형편이다.

원자로를 끄고 켜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며 화력발전소 역시 보일러를 다시 켜기 위해 많은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 수력·지력·태양력·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공급은 단기적인 요인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수요가 적을 때 발전소는 터빈을 돌리지 않기 때문에 잉여 전기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경영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설비를 상시 가동함으로써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지다. 전력 회사가 공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경영 효율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효율성은 낮다. 또 수요가 많은 곳으로 잉여 전기를 보내 판매하려면 상당한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남는 전기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면 발전소의 경영 효율은 올라간다. 또 전기가 부족한 성수기에는 그간 채굴한 암호화폐를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는다. 이때 채굴자들은 전기요금 상승에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되므로 한시적으로 채굴 작업을 줄인다. 즉 채굴 산업과 전력 산업은 서로 보완적이므로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돋보기]
연 700만 달러 이익·4000만 달러 투자… M&A까지 하는 캐나다 채굴 기업

퀘벡 주 남부의 셔브룩은 인근 도시들의 반채굴 정책에 의한 규제를 피해 이주해 오는 채굴 회사들을 환영하는 중이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채굴 회사 비트팜은 셔브룩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로 이 지역에서만 25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팜은 전력 회사 하이드로셔브룩과 전력 비수기에 잉여 전기만 사용한다는 계약을 채결했다. 스티브 루이스 시장은 채굴 업자들에게 전력을 더 싸게 공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강경해 보이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 말의 진짜 의미는 채굴업자에게 할증 요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트팜은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이더리움·라이트코인을 채굴한다. 2017년도 회계 보고에서 7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보고했다. 이미 퀘벡 주에 4곳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현재 다섯 곳의 채굴 센터를 건설 중이다.

캐나다가 풍부한 전력과 낮은 기온 때문에 암호화폐 채굴 산업의 최적지로 주목받으면서 비트팜의 회사 가치도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비트팜은 3월 두 개의 캐나다 투자은행으로부터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비트팜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인 내추럴리소스홀딩스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비트팜과의 합병 선언만으로 주가가 13배나 폭등했다. 금·은·아연 등의 지하 광물 채굴에 집중하는 회사가 캐나다의 암호화폐 채굴 회사와 합병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했다는 사실은 암호화폐 채굴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