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167호 (2018년 04월 11일)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후폭풍...공매도 폐지 논란·연기금 거래중단

-‘112조원 규모 유령주식’ 발행·유통...‘공매도 없애 달라’ 국민청원 20만명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삼성증권에서 벌어진 주식배당 오류 사건이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뿐 아니라 증권업 전체의 시스템 불신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매도 페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입고 5분만에 직원들 501만2000주 매도...피해액만 80억원 추정

삼성증권은  4월 6일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 283만1620만 주를 대상으로 1주당 1000 원씩 배당금을 주기로 했으나, 직원의 입력실수로 1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냈다. 시중에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않은 ‘유령주식’이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배당이 된 것이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배당받은 우리사주 물량은 28억3000만 주 가량으로, 5일 종가 기준 112조6985억 원에 해당한다.

특히 16명의 삼성증권 직원들은 유령주식이 입고된지 5분 후인 6일 오전 9시 35분부터 10시 5분까지 30분간 501만2000주를 내다판 것으로 드러나 ‘모럴 해저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매도 직원들은 사측으로부터 ‘직원 매도 금지’라는 공지를 받은 뒤에도 주식을 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투자자들에게 시장과 상장 종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팀장급 간부부터 일반직원까지 포함돼 있다. 삼성증권은 임원급 직원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배당착오 업무 담당자와 팀장,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 등 관련자 20여명을 대기발령 냈고 이후 감사 결과에 따라 문책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이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11.68% 급락하며 주식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 키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이 키움증권에 따르면 유령주식이 시중에 풀린 30분간 분단위로 거래량을 추정한 결과 766만7213주가 거래됐다. 유령주식 201만2000주를 제외하면 265만5213주가 당시 동반 매도한 일반투자자의 매도 불량이다. 해당 물량의 전날 종가대비 차액(전일 종가를 매수가로 산정)을 계산하면 주당 2950.6원으로, 피해액만 약 78억3447만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4월10일 국민연금이 선제적으로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하며 다른 연기금들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과 함께 3대 연기금인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이 삼성증권과의 직·간접 주식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교직원공제회도 당분간 거래를 중단하기로 내부방침을 결정했다.

연기금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삼성증권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 보통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운용부서에 해당 증권사와의 거래를 자제하거나 아예 하지 말라고 통보한다. 증권사는 위탁운용 비지니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연기금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과의 거래마저 끊기게 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탁원 거치지 않고 ‘주식 발행·유통’...국내 주식거래 시스템 허점

문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삼성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행법 상 상장 증권회사가 주식 배당을 할 땐 일반주주와 우리사주 조합 직원 관계없이 모두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을 배당할 땐 증권사가 바로 우리사주 조합 직원 계좌에 현금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애초 우리사주 현금배당을 계획한 만큼 예탁원을 거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배당 담당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 입력 시스템’에 실수로 ‘주식배당’을 선택했다면 당연히 시스템상 예탁원의 주식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삼성증권에서는 예탁원 등록 절차가 없었는데도 주식 배당이 이뤄졌다.

더구나 금감원이 10일 오전까지 확인한 다른 4개 증권사들도 모두 삼성증권과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모든 증권사를 상대로 조사하진 않았지만 상당수 증권사에서도 이 같은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삼성증권 사태를 통해 그 동안 숨겨져 있던 국내 주식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증권 사태가 발생한 4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의 청원은 나흘만인 4월10일 청원 참여자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자가 20만명이 넘을 경우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답변을 내놓게 된다.

청원 제기자는 "삼성증권의 발행 한도는 1억2000만 주인데 우리사주 1주당 1000 주씩 총 28억 주가 배당됐고 500만 주가 유통됐다"며 "이는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공매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를 꼭 폐지하고 이를 계기로 증권사의 대대적인 조사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금감원은 4월10일까지 삼성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주식 매도 시스템을 살피고, 11일부터 19일까지 추가로 현장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고의 발생 원인 규명과 함께 수습 과정을 지켜볼 계획이다. 전산시스템 내부통제체계 운영실태와 투자자 피해보상 대책까지 전체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위원장은 4월10일 "이번 삼성증권 배당오류는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매도 폐지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매도는 존재하는 주식을 전제로 한 것인데 삼성증권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판 것이라 공매도가 아니다”라며 “공매도 제도 관련 여러 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겠지만 삼성증권 사고를 공매도로 논의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를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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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4-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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