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효율과 보안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있어…의료 정보 중심으로 개발 중

‘정보는 돈’ 블록체인으로 되찾는 정보 소유권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스마트 콘트랙 : 신뢰혁명’ 저자] 노키아가 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스트리머’는 노키아·휴렛팩커드·오에스아이소프트와 함께 데이터 거래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코닥이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이미지 거래 시장 플랫폼에 뛰어들었듯이 노키아도 블록체인에 발을 담근 셈이다. 블록체인은 과거의 영광으로만 기억될 수 있던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조직이 프로젝트별로 사업 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토큰을 발행하는 ICO를 스타트업들의 자금 모금과 구별해 리버스(reverse) ICO라고 한다.

노키아는 기지국 인프라를 이용해 정보를 생산한다. 기온과 바람, 공해 상태에 대한 미시적인 정보를 모으면 농업, 도시 운영, 환자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거시적인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향후 휴대전화 단말기까지 정보 생산에 참여하면 그야말로 움직이는 센서들의 지구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센서·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의 발달을 고려할 때 미시적인 정보 통합과 거시적인 정보 생산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블록체인은 이 기술을 통합하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정보 통합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혁신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블록체인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데이터 생산자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 50%씩 늘어나는 의료 정보

자동차 운행 기록, 쇼핑 리스트, 학점, 건강 정보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정보의 생산자인 당사자에게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을 취합하는 것은 기관의 서버들이다. 자동차 회사, 백화점, 대학과 병원이 실질적으로 개개인의 정보를 소유하고 관리한다.

사실 개인들은 정보를 생산할 뿐 이를 유지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없다. 정보의 소유자와 정보의 생산자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강력한 규제가 개입한다. 규제의 취지는 개인 정보 보호지만 결과적으로 정보의 통합을 가로막아 정보의 활용성을 낮춘다. 물론 해킹에 의한 정보 유출이 끊임없이 이슈가 될 만큼 규제가 목표한 보안마저 믿을 수 없다. 규제가 촘촘할수록 정보를 통합해 수준 높은 정보를 생산하기 어려운데 이런 불일치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바로 의료 분야다.

분절화돼 있는 의료 정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와 잠재적 환자들이다. 병원을 바꿀 때마다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한다. 또 보험료 청구도 환자 스스로 일일이 챙겨야 한다. 의료 정보의 통합은 보험 사기를 억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환자들에 대한 임상 정보가 통합되면 제약 산업의 발전은 물론 응급처치와 예방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칸막이와 규제에 가로막힌 현재의 의료 정보 관리 방식은 이미 한계점에 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가 생산되기 때문에 의료 정보는 빠르게 증가한다. 총누적량의 50%가 매년 새롭게 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의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보 관리와 통합을 위한 시장 수요 역시 크다. 의료 정보를 통합하기 위한 시장 규모가 미국에서만 100억 달러 이상이다.

한국인들이 주도하는 메디블록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 정보 통합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ICO를 하고 있다. 정보의 지배권을 환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의료 정보의 통합과 활용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내건다.

전형적인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가 없다. 생산된 정보가 분산돼 저장된다. 텍스트들은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암호를 푸는 권한을 가진 사람만 정보를 사용하도록 허락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의 소유 개념은 법적으로 보장되기 이전에 기술적으로 뒷받침된다. 보험회사나 연구자들이 개인의 의료 정보를 사용하려면 정보 소유자에게 인센티브를 제안할 수 있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소액결제 토큰이다. 보상으로 받은 토큰은 환자가 통합된 의료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재사용한다. 정보의 교환과 통합 과정에 시장 기능을 도입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디자인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가까운 시일 안에 지속 가능하면서도 효율적인 의료 정보 생태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너무 늦으면 기회 아예 놓친다’

블록체인이 정부나 은행의 고유 영역을 파괴하는 기술이라는 논리도 따지고 보면 정보의 지배권을 개개인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속성과 관련이 있다. 개인에게 정보 권한을 돌려주면 역설적이지만 정보의 통합이 촉진된다. 토큰 경제가 제공하는 소액결제 시장과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데이터의 거래 자체를 조건화하면 매수당할 수도 있는 제삼자가 개입조차 하지 못한다. 기술과 시장의 융합으로 효율과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블록체인의 이런 신비한 능력을 이해한 정부들은 자국 기업들이 정보 통합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스마트폰 단말기를 전 세계에 가장 많이 공급한 나라의 젊은이들이 정치권의 신기술 이해 속도를 기다리다 지쳐 모험적인 시도를 한번 해보자고 외국에 나가는 일을 견디기에는 글로벌 정보산업의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정보산업은 네트워크 효과와 지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이 특징이다. 쉽게 말해 후발 주자에게 가장 냉혹한 영역이라는 뜻이다.

[돋보기] ‘데이터 거래 플랫폼’ 만드는 스트리머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트리머는 지난해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3000만 달러를 모았다. 스트리머는 P2P를 기반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플랫폼이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정보의 소액 거래에 데이터코인(DATAcoin)을 사용한다.

헨리 피카라 스트리머 설립자는 정보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정보의 생산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개인들의 정보를 무료로 가져다가 기업에 돈 받고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만이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화·자동차·집을 비롯해 개인이 생활하는 도시 자체가 개인들과 접촉하면서 매 순간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런 정보들을 가공하면 누군가에게는 큰 효용을 줄 수 있다. 당연히 경제적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스트리머가 파트너로 여러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도 이 시장의 폭발력 때문이다.

스트리머와 손잡은 휴렛팩커드의 라페일 데이비슨 블록체인 사업본부장은 “당신의 자동차에 저장된 정보들은 매우 값지지만 보통은 그냥 지나치고 있다”고 말했다. 휴렛팩커드는 아우디 Q2 모델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프로토타입을 장착했는데 다른 자동차 모형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의 소유권은 차량 소유자나 운전자에게 있다. 노면의 상태, 날씨, 교통 체증과 관련한 정보들을 스트리머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데 보험회사나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가 정보를 통합해 더 값있는 정보를 창출해 되판다. 차량 소유자는 정보를 넘기고 데이터토큰을 모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1차 정보의 생산자가 가공 정보의 주요 소비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토큰은 플랫폼 위에서 돌고 돌면서 아마존 정글과도 같은 정보 통합 생태계를 먹여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