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암호화폐 활성화되면 콘텐츠 유통 방식 ‘혁신적’으로 변할 것
비트코인의 또 다른 이름 ‘돈의 인터넷’
(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스마트 콘트랙 : 신뢰혁명’ 저자] 브레이브는 2017년 3월 10만 개의 토큰을 암호화폐 공개(ICO)했다. 단 24초 만에 3500만 달러를 모금하며 완판됐다. 구입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BAT(Basic Attention Token) 토큰이 소수에게 집중됐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브레이브는 온라인 광고 시장을 토큰 생태계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한다. 이는 비트코인 탄생 초기부터 논의됐던 인터넷 언론 권력의 파괴와 맥이 닿는다. 온라인 광고와 언론 유통을 토큰 생태계로 묶어 내는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의 이상에 부합한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봐도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브레이브는 광고주·언론·사용자가 중심이 된 생태계를 지향한다. 광고주가 제공하는 토큰으로 사용자는 우수한 콘텐츠에 보상한다. 소액으로 기사나 다양한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기사에 팁을 줄 수도 있다. 이 플랫폼은 일단 무차별적인 광고를 차단한다. 사용자는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토큰을 얻을 수 있으므로 광고 노출을 스스로 선택한다. 광고주들은 토큰을 재구입해 사용자들에게 공급하는 과정에서 언론사는 수입을 확보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포털 권력’

인터넷은 무료 기반이다.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실상은 복잡하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팝업창으로 열리는 광고 동영상은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 광고가 차지하는 데이터 용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스마트폰은 한 달에 23달러 정도의 금액을 광고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게다가 배터리 수명도 21%나 줄어든다.

무료 인터넷의 가장 큰 비용은 인터넷 권력의 독점이다. 포털 중심의 불균형으로 언론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TCP-IP와 패킷(packet) 구조의 인터넷을 보고 이상주의자들은 분산 시스템의 시대가 온다고 환호했다. 중심이 없는 인터넷에서는 모든 노드가 평등하다. 정부의 노드나 개인 블로그의 노드나 각각 하나의 노드일 뿐이다. 실제로 사용자는 주소창에 몇 글자를 입력하는 수고만으로 두 노드 사이를 오갈 수 있다. 성급한 이들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바뀔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경제력 집중 현상이 중심지로 쏠리는 방사형의 교통과 소통 구조에서 나왔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구글과 네이버, 페이스북과 카카오의 독점 비중은 굴뚝 기업들의 전성시대에도 달성해 본 적이 없는 수치들이다. 당연히 포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힘을 사용하므로 인터넷은 힘의 분산을 전제로 한 평등한 이상 세계와는 멀어졌다.

올 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회사를 포함한 인터넷 공룡들 때문에 분산 시스템이라는 애초의 이상과 멀어졌다고 푸념할 만큼 인터넷은 심하게 편중돼 있다. 인류가 만든 어떠한 구조보다 중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이상론의 뿌리가 깊어 인터넷이 직접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단적으로 그 허상의 단면이 미국과 한국의 대선에서 드러났다. 포털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여론 조작 능력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지만 국경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화폐를 마련하지 못한 채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회원 가입과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결제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 번호를 네트워크에 노출하는 방식은 범죄를 유발했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문화권에서는 저항이 크다. 소액 결제가 활성화되려면 번거로운 절차와 정보 노출이 없어야 한다. 또 환율 장벽도 넘어야 한다. 소액 결제가 어려웠기 때문에 인터넷은 무료 기반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무료 기반의 인터넷은 광고 생태계를 중심으로 확장됐다. 광고주들에겐 분산된 생태계보다 중심지에 모여 있는 편이 여러모로 이롭다.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목표 시장 공략이 손쉽기 때문이다. 승자 독식이라는 게임의 법칙은 포털의 독점으로 이어졌다. 막대한 자본력이 있는 노드들이 포털이라는 형태로 살아남았고 시장을 독식했다. 독점이 완성되자 콘텐츠 공급자들의 독립성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시장의 5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광고 수익은 추락했다.

저커버그 “분산 시스템의 꿈 이뤄진다”

비트코인을 ‘돈의 인터넷(The internet of money)’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비트코인이 결제 기반 인터넷으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소액 결제가 활성화된 인터넷은 창작 의욕을 북돋울 뿐만 아니라 온라인 기사들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노출 경쟁을 누그러뜨린다. 콘텐츠 생산자는 오직 클릭 수에 비례해 보상받았는데 클릭 수는 콘텐츠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

클릭 수가 많은 콘텐츠가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다.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자극적인 제목이라야 클릭 수의 선순환을 시작할 수 있다. 가짜 뉴스, 확인이 미흡한 오보, 인격 파괴적 기사의 홍수는 클릭이 클릭을 부르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독버섯들이다. 사용자가 기사를 읽고 나서 팁으로 보상하거나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문화는 맹목적으로 클릭을 추구하는 경쟁을 진정시킨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선택권이 개별화되고 확장될수록 영세한 창작자의 독립성이 신장되는 대신 포털의 독점력은 위축된다. “사람들에게 권력을 되돌려 주는 분산 시스템의 꿈이 암호화폐 덕분에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저커버크 CEO가 말한 이유다.

[돋보기] 뉴스와 광고 통합한 ‘프레스코인’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뉴스와 광고가 중심이 된 플랫폼 내부의 총생산액 규모는 7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스코인은 스위스의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엑스닷컴과 협력해 2018년 1억 달러를 암호화폐 공개(ICO)로 모금하고 5년 내에 생태계의 총생산 규모를 33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프레스코인은 토큰 생태계를 통해 글로벌 뉴스 플랫폼을 구축하면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에 본사를 둔 프레스코인이 발행하는 뉴스(NEWS) 토큰은 다른 토큰들과 달리 회사의 지분과 연결된 이쿼티 토큰(equity token)이다.
소비자는 웹서핑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주나 빅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으로부터 토큰을 보상받는다. 이 토큰은 프레스코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웹툰·음악·사진·보고서·기사들은 토큰을 팁이나 결제로 받는데 이마저도 자동화될 수 있다.

유저들이 웹서핑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페이지에서는 토큰을 얻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토큰을 지불하기 때문에 토큰의 차액만 지갑에 남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액 결제가 이뤄지고 웹서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