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인사이드]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한국 가계의 재무건강’ 연구 결과 발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손 쓸 수 없는 큰 병이 들기 전에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재무건강 또한 마찬가지다.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은 최근 ‘재무건강’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보험연구원 및 서울대와 공동으로 20세부터 69세 사이의 전국 2002가구를 대상으로 금융 실태·인식 조사를 분석한 ‘한국 가계의 재무건강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계의 재무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올바르게 코칭하기 위한 개념으로 ‘재무건강(파이낸셜 헬스)’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국내에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 강남의 메트라이프생명 본사에서 지난 7월 30일 이번 연구를 주도한 황애경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사무국장과 강성호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을 만났다.

◆국내 최초 ‘재무건강 3요소’ 제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 7% 이상)에서 17년 만에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 14% 이상)에 도달했다. 이 기간이 24년 걸린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 가계의 재무건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진행됐다.

황 사무국장은 황 사무국장은 “‘재무 건강’이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자산 관리나 재무 설계라는 용어와 비교하면 ‘재무 건강’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일회성으로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재무 상태를 점검함으로써 미래의 재무적 위기 상황을 ‘예방’하고 일상적으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코칭과 습관을 형성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과 월평균 소비지출은 각각 581만원과 254만원이다. 소비는 전체 소득의 43.7%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축·보험료·대출상환액 등과 같은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378만원으로 전체 소득의 65.1%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연령과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구주의 약 41%가 지난 1년간 소득보다 지출이 많다고 응답했고 30~40대 가구주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은 이번 연구에서 가계의 재무건강을 진단하기 위한 ‘세 가지’요소를 제시했다. 현재 소득 내에서 일상적인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기초체력’, 장기적으로 재무적 위기를 극복할 잠재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면역력’ 그리고 저축과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지속력’이 그것이다. 이 3가지 요소를 갖춰야 ‘재무건강’이 건전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황 사무국장은 "재무건강도 우리 육체의 건강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며 "우리가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육체의 건강과 정신의 건강을 모두 챙겨야 하는 것처럼, 재무건강 역시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다 갖추어져야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재무건강, ‘낙관’하다 ‘중병’ 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계들의 재무건강을 우량·양호·기초 충족·허약·위급이라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그 결과 43.7%가 재무 비율로 본 객관적인 재무건강이 우량·양호하다고 평가된 반면 기초체력을 충족하지 못해 허약·위급 가계 또한 41.5%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 가계들의 재무건강에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황 사무국장은 "총 2000가구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위험가계가 40%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며 "특히 기초체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면역력과 지속력을 갖추는 것 또한 어렵기 때문에, 건강한 재무건강을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충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재무 건강이라는 것이 현재의 건강 상태(기초체력) 만큼이나 미래의 건강을 지속할 수 있느냐(면역력, 지속력)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연구는 이 같은 요소들을 객관화해 반영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노인 빈곤과 관련한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해 왔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젊은 층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젊을수록 재무건강 ‘낙관’

이번 조사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국내 가계의 재무건강에 대해 ‘실태 조사’와 ‘인식 조사’를 동시에 실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꽤 의미 있다. 대부분이 자신의 재무건강에 대해 실제와 달리 낙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젊은 계층일수록 재무건강에 대해 낙관적인 경향이 강했다.
“한국인의 재무건강, ‘낙관’하다 ‘중병’ 된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 중 48.3%는 자신의 현재 재무건강을 ‘우량 가계’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17.1%만이 실제 우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재무 행동 측면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예산 계획, 수입·지출 관리 측면에서 자신의 가계를 우량 가계로 분류한 응답자는 총 51.2%였지만 기초체력을 충족하지 못한 가계로 분류한 응답자도 무려 48.5%에 달했다.

전체 가구의 54.6%의 가구는 노후 자금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충분하지 못한 소득, 자녀 교육비와 결혼 자금 부담, 부채 상환 부담, 생활비 부담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58.8%의 가구가 노후 자금 마련에 자신 있다고 응답해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상자금을 마련할 자신이 있다는 응답도 75.6%에 달했다. 노후 준비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준비를 하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였고 주요 노후 생활 수단으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31.9%)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총소득 대비 지출이 많고 저축 비율이 낮은 가계가 많아 노후 대비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연구원은 “이는 아마도 국내의 이른 고령화 속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금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국가들만 하더라도 그 진행 속도가 거의 100여 년 가까이 진행됐다. 그는 “이들 국가들은 이미 주변에서 가까운 지인들의 노후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를 통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인지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워낙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노후 준비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 사무국장은 "사실 국내 가계들의 노후준비 부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이번 연구는 특히 '인식 조사'를 함께 진행하며 우리 국민들이 노후에 대해 굉장히 '자신하고' 있다는 것을 정성조사를 통해 더 명확하게 파악하게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차별화된다"며 "이처럼 자신의 재무건강에 대한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좁혀주는 것이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개선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교육 등을 통해 ‘좋은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부분도 포함됐는데, 지난 5년 동안 재무 설계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9.4%에 불과하고 금융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17%에 그쳤다.

강 연구원은 "국내 고령화 속도를 고려해본다면, 노후를 위한 재무적 준비의 속도 또한 빨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에는 단순히 '노후준비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관점이었다면, 지금은 국내의 고령화 속도에 따라서 '재무적 노후준비'의 속도를 맞추고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해 가는 전략으로서 재무건강이라는 개념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금융 교육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금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다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며 “메트라이프재단은 현재 어린이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금융 교육’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특히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도 일대일 코칭 등 다양한 방안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재무건강, ‘낙관’하다 ‘중병’ 된다”
황애경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사무국장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은 현재 어린 시절부터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건강한 금융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경제교육전문 국제 NGO인 JA코리아와 함께 연간 10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성화 고등학생들과 같은 사회초년생들에게도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이와 함께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은 재무건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가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재무건강지표를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황 사무국장은 "한국 가계의 재무건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로직을 만들고, 그 로직을 활용해 2000여 가구의 한국 가계 재무건강을 측정했다"며 "향후에는 이 로직을 더욱 간단하게 만들어서, 한국 가계 누구라도 이 지표를 활용해 재무건강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재무건강지표를 통해 한국 가계들의 재무건강에 대한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의 '한국 가계 재무건강'에 대한 조사는 금융포용이라는 개념과 연관돼 있는데, 누구라도 금융소외 계층이 되지 않도록, 금융과 관련한 정보와 인프라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무건강은 금융소외계층을 포함해 누구라도 자신의 재무건강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포괄적인 개념이다" 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