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출구 막은 수요 억제가 수급 ‘불균형’초래…규제 실효성 의문]
‘투기지역 또 지정’, 서울 집값 잡힐까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수도권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서둘러 8·27 조치를 내놓았다.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작구·동대문구·중구·종로구가 추가되면서 기존에 12개(서울 11개+세종시)였던 투기지역이 16개로 늘어났다.


기존 조정 대상 지역인 광명시와 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격상됐고 평촌으로 대표되는 안양시 동안구, 구리시, 광교 택지개발지구가 신규 조정 대상 지역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조정 대상 지역은 총 43개로 늘었다.


◆8·27 메시지 “투기 무조건 잡는다”
‘투기지역 또 지정’, 서울 집값 잡힐까


이번 8·27 조치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투기가 우려되는 곳은 정부의 철퇴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 모습이다. 는 작년 8·2 조치가 나오기 직전부터 지난주까지 아파트 값 상승률을 보여준다.

주황색이 규제가 집중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이고 초록색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인데 조정 대상 지역 중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을 말한다. 파란색은 규제가 전혀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규제가 많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고 규제가 약하거나 없는 지역일수록 아파트 값이 적게 올랐거나(수도권) 오히려 내린 것(지방)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8·2 조치가 시장에서 거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8·2 조치가 내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택 시장에서 거래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두 가지다. 매수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거래가 줄어드는 것과 매도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 원인이 전자라면 집값은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까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당연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원인이 후자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시장에 매물이 줄어든다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후자다.


정부 당국자나 이에 동조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직접 자기 돈을 들고 집을 사러 나가 보라. 물건 잡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아는데 10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물건이 시장에 넘친다고 하는 데는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라는 뜻이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지역 상관없이 매물 찾기가 어렵다. 이러니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 그 지역에 나오는 매물의 수가 거래량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 이런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 대비 팔려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결국 8·2 조치의 부작용이다.

규제가 있는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양도세를 중과세한다고 한다. 거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오른 것에 대한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에 대해서도 세금 폭탄을 때리는 것이다. 집을 팔지 말라는 것이 8·2 조치다.


정부나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이 오르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기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기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기도 하고 기현상인 만큼 곧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투기 방지만 집중, 공급 대책은 등한시


정부는 대안으로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임대 사업자가 되면 일정 기간(8~10년) 동안 집을 팔 수 없다. 팔게 되면 그동안 받은 혜택을 다 돌려주고도 과태료 1000만원을 내라고 한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것이다.


규제 지역 내에서 집을 팔 수 있는 사람은 1주택자밖에 없다. 결국 1주택자가 자신의 집을 팔고 규제 지역 내에서 다른 집을 산다고 하면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집값이 상승하는 현시점에서 굳이 급하게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말라고 협박하는 것은 부녀회가 아니라 8·2 조치다. 규제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만들었던 조치가 규제 지역의 집값을 올리는 아이러니를 보이는 것은 8·2 조치의 내재적인 모순 때문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사람들이 앞다퉈 집을 팔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8·2 조치는 정확하게 정반대의 정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똑같은 8·2 조치인데 조정 대상 지역인 부산은 왜 집값이 떨어지고 있을까. 더 나아가 집값 하락 폭이 큰 경남 일부 지역을 지금이라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집값이 오를까.
그것은 아니다.

현재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곳은 매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투기지역으로 묶는다면 다주택자의 매물은 줄어들지 몰라도 건설 회사에서 공급하는 입주 물량 자체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는 것은 매도자 개인(구축)과 건설회사(신축)다. 그런데 지금 집값이 오르는 지역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축이 나오기 어려운 지역인데, 현 정부 들어 이를 더 틀어막는다고 하니 이를 통한 매물 확보가 어렵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개인에게 나오는 매물도 8·2 조치로 봉쇄하니 매물이 씨가 마르는 것이다.


반대로 집값이 내리는 지역은 집을 지을 땅이 지천에 널려 있는 지역이니 재건축·재개발이 아니더라도 쉽게 공급할 수 있다. 더구나 개인이 집을 파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지역이니 매물이 쉽게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에 투기지역이 된 동작구·동대문구·중구·종로구나 투기과열지구로 바뀐 광명시·하남시나 조정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평촌·구리·광교의 집값에는 영향이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작구·동대문구·중구·종로구나 광명시·하남시는 이미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8·27 조치로 인해 매물이 갑자기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