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 특약 맺었더라도 오염자에게 직접 손해배상 청구 가능
매수한 토지가 오염됐다면 누구에게 책임 물을까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변호사] 종종 토지를 매수했다가 건축폐기물이나 환경오염 물질이 지표면 아래에서 발견돼 낭패를 보게 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민법에는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 매도인에게 담보 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매수인은 이러한 사유가 있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수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매수인이 매도인과의 사이에서 매도인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특약을 맺었거나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하자 담보 책임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게 됐다면 그 손해를 매수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대법원, 기존 판례 뒤집고 새 결론 내려


A는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C로부터 X토지를 매수했다. A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 C와의 사이에서 X토지에 토양의 오염이나 매립 폐기물의 존재 등의 하자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런데 A가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토지를 굴착하자 지하에서 콘크리트 슬래브와 폐아스콘 등 폐기물이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불소·아연 등 환경오염 물질로 토양이 오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토양오염은 C의 전 소유자인 B가 약 20년 동안 주물 제조 공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것이고 B는 10년 전에 C에게 위 토지를 매도했다. A는 오염 토양 정화 비용과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수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이 경우 A는 C를 상대로는 매매계약 당시 체결한 면책조항 때문에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또한 A는 생면부지의 B와의 사이에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계약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6년 5월께 기존의 판결을 뒤집는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즉, “토지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음에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 상대방 및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위 판결에 따라 토지 오염자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B는 20년 전부터 토양을 오염시켜 오다가 10여 년 전 C에게 토지를 매도한 상태임에도 지금에 와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다.

본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된 날을 의미하며 이 사건의 경우 오염토양 정화 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할 때 손해배상 채권도 발생하는 것이므로 B가 토양오염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했다고 하더라도 A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는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결국 토지를 매수한 A는 C에게 면책 특약을 이유로 하자 담보 책임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토지 오염자인 B를 상대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8호(2018.09.03 ~ 2018.09.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