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성장 장기간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 빠질 가능성 높다
‘성장통’ 심해지는 중국 경제, 미리 대응책 마련해야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중국 경제와 증시 움직임에 온 세계가 난리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윔블던 현상’이 심한 한국이 그렇다.

특히 올해 여름철 휴가 이후 상하이지수와 코스피지수 간 상관계수가 0.9에 이를 만큼 유커 윔블던 현상이 더 심해진 여건을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와 증시는 중국 경제와 증시 모습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상관관계 큰 중국의 경제
기복이 있지만 중국 경제는 1978년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특히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2010년까지 연평균 10.7% 높게 성장했다.

이론적으로 고성장하면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같은 기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2.3%에 불과해 안정됐다. 하지만 2011년 2분기 이후 한 자릿수대로 둔화되면서 올해 3분기에는 6.5%까지 떨어졌다.

더 우려되는 것은 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각 분야에 걸쳐 한 나라 경제의 경제 건전도와 지속 가능 성장 능력을 알 수 있는 양극화 정도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노동·자본·토지 등 생산요소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전형적인 ‘성장통(growth pains)’을 겪고 있다.
중국 경제 앞날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시각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2006년 세계은행이 처음 사용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중진국 함정’이 나타나는 것은 경험국의 사례를 볼 때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안에 성장 단계를 일정 수준 끌어올리는 이른바 압축 성장(reduce growth)을 주도하는 경제 각료의 사고가 경직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은 외연적 성장 단계(extensive growth path)에서 내연적 성장 단계(intensive growth path)를 거치는 것이 정형적인 성장 경로다.
외연적 성장 단계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성장 초기 단계로,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이다. 반면 내연적 성장 단계는 시장경제 도입,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요소와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해 성장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현재 중국 경제는 외연적 성장 단계에서 내연적 성장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특히 주력 산업인 제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추진해 온 산아제한 정책으로 2011년부터 청년층 인구가, 201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산아제한 정책을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공업화·도시화 진전으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중국의 ‘루이스 전환점(Lewis’s turning point)’ 도달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농촌 잉여 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외적으로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유치 단계에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높아진 경제 위상에 맞게 내수 시장이 발전되지 않음에 따라 갈수록 교역 상대국과 마찰이 증대돼 왔다. 특히 미국과 무역수지 흑자가 임계 수준을 넘음에 따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통상 압력이 집중되면서 증시와 실물경기에 자충수가 되고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됐던 중국의 금융 위기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금융 위기가 일어난다면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지 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지는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높은 레버리지 비율, 다른 하나는 높은 투자 분포도의 글로벌 정도다.
1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두 지표가 모두 낮은 편이다. 최근 우려대로 위안화발 금융 위기가 발생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식 글로벌 금융 위기로 악화될 소지는 적다.
◆노동·자본의 효율성 떨어지는 중국
그 대신 위기에 따른 비용을 중국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JP모간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큰 국가를 ‘취약 5개국(F5 : Fragile5)’, 모건스탠리가 중국 문제로 충격이 큰 국가를 ‘투자 불안 10개국(T10 : Troubled 10)’으로 구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T10’의 대표국가로 분류된다.
시진핑 정부는 한계 상황에 이른 ‘외연적 성장 단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기반을 둔 ‘내연적 성장 단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노동 기여도는 2010~2015년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지고 2016년 이후 마이너스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면서 성장을 보완해 나가고 있지만 2016년 이후부터 자본 장비율 증가로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성장 기여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육성 등 기술 발전, 산업 연관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끌어올려 경제성장을 보완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한국은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 불안에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