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파괴적 혁신’의 대표 주자…연평균 21%씩 성장하는 글로벌 TaaS


<편집자 주>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자동차, TasS 3.0의 시대’를 선정했다. 고 애널리스트는 “내년 리프트와 우버의 연이은 기업공개(IPO)로 전 세계 이목과 돈이 공유경제로서의 운송수단인 TaaS에 쏠릴 것”이라며 “미국이 우버와 리프트의 양강 구도로 가듯 한국도 카카오와 SK의 구도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차량공유 플랫폼, ‘카카오와 SK’가 만든다
(사진) 한국형 개인 간 차량 호출 서비스 플랫폼 ‘풀러스’.

[정리 = 정채희 기자] 내년에 계획돼 있는 리프트와 우버의 연이은 기업공개(IPO)로 전 세계의 이목과 돈이 공유경제로서의 운송수단인 ‘TaaS(서비스로서의 교통 : Transportation as a Service)’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아직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았고 규제로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택시업계의 반대로 차량 호출 서비스(car hailing) 플랫폼이 전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만일 더 지연된다면 디디·우버·그랩 같은 거대 플랫폼이 전 세계를 서비스 대상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가운데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TaaS 3.0로의 진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진화된 글로벌 플랫폼들은 수도권 지역에 2000만 명이 밀집된 황금 시장인 한국까지 넘볼 것이 확실하다.

한국형 플랫폼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이 허용된다면 이용자들의 집중으로 플랫폼의 주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국 한국형 플랫폼이 허용될 수밖에 없다.
땅 위를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시대

차량 공유가 논란이 되던 시점에 발간된 한 보고서가 극단적 제목과 내용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20~2030년의 교통수단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라는 제목의 ‘리싱크X(RethinkX)’ 보고서다. 부제는 교통수단의 파괴와 내연기관, 정유 산업의 붕괴로 매우 자극적이고 또 파격적이었다. 이 보고서는 TaaS에 소요되는 비용이 차량 소유에 들어가는 총비용에 비해 37%에 지나지 않고 합승이 가능한 TaaS 풀은 19%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즉 소유와 공유 간 가격 격차가 심해 소비자들이 TaaS로 몰리고 소유 기반인 전통 자동차 제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보고서가 발간된 지 1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 보고서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TaaS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나타날 파괴적 혁신에 대해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와 정유 업체들의 대응 전략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TaaS의 진화 관점에서 보면 크게 TaaS 1.0·1.5·2.0·3.0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TaaS 1.0은 개인 간(P2P) 차량 호출 서비스의 가장 기본이다. ‘우버X’처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로 같은 방향의 목적지를 갖는 승객을 태워주고 과금하는 방식이다. 택시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기본요금 이상의 구간에서 택시 대비 37% 가까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위치 기반 기술이 발달하고 승객들의 요구가 부합하면 TaaS 1.5로의 진화 과정을 거친다. 1.0과 같은 기술 기반에서 합승이 더해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1인 이상의 승객을 태우는 합승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가장 혁신적인 장점은 바로 n분의 1 요금 체계에 있다. 가격이 불편을 압도하는 서비스로 보면 된다.

TaaS 2.0부터는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다. TaaS 2.0은 아직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고 각국의 규제 정책이 정비되지 않아 완전한 무인 택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온 한시적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율주행 기술에 의해 승객을 태우고 서비스하되 반드시 운전석에는 사람이 착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TaaS 3.0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 궁극적인 ‘로보택시(RoboTaxi)’의 단계다. 비용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운전사가 전혀 필요 없다. 모든 플랫폼의 궁극적인 꿈인 24시간 연속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이다. 최종적 단계인 TaaS 3.0을 모든 플랫폼 업체가 꿈꾸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소유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TaaS 3.0 시대에서 자동차를 ‘땅 위를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소유할 필요가 없고 위험에 대한 염려가 없는 ‘탈것’으로서의 엘리베이터 말이다.

카카오, SK ‘양강 구도’ 가능성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은 과거부터 다양한 국가에서 규제의 허들을 뛰어넘으면서 시장을 키워 왔다. 전 세계 순 매출액은 2017년 318억 달러에서 2021년 701억 달러로 연평균 21%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 수 또한 2021년 약 5억395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 수에서는 중국의 디디추싱이 5억5000만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역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우버가 가장 널리 확대돼 있다. 리프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우버의 뒤를 바짝 쫓고 있고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이 다양한 서비스로 플랫폼을 통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 관한한 걸음마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개인 간 차량 호출 서비스가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에 의거해 자동차의 유상 운송이 금지돼 있는 국가다.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이 플랫폼을 이용한 미래 비즈니스의 윤곽이 밝혀지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효과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4~5년 전과 동일한 규제 일변도로 나서고 있다.

한국형 개인 간 차량 호출 서비스 플랫폼인 풀러스의 사례는 그 잣대가 우버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 공유 업체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풀러스는 한국의 1등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네이버·미래에셋 공동 벤처펀드와 SK 등으로부터 220억원을 펀딩받았지만 택시업의 반대와 정부의 법을 근거로 한 규제로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직원들의 70%가 구조조정당했다.

글로벌 완성차들의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은 이미 뉴스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글로벌 톱 기업들은 자체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봤지만 속속 실패하거나 경쟁에서 밀렸다. 이후 지분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고 플랫폼의 전략적 파트너로 전략을 수정한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풀러스에 이어 업계 2위인 럭시에 지분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투자 결정 후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 택시 업체의 현대차 불매운동에 무릎을 꿇고 만다. 이 럭시가 카카오에 흡수 합병되면서 최근의 ‘카카오 카풀’ 서비스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한국형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선 한국형 플랫폼 등장, 후 글로벌 전략적 제휴의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기업 간 움직임으로 봤을 때 카카오가 선도하고 있고 롯데그룹이 주춤하는 사이 SK그룹이 AJ렌터카를 인수하면서 2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작은 파이의 한국 시장은 독점으로 가거나 미국처럼 양강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우버와 리프트의 양강 구도로 가듯이 한국도 카카오와 SK의 구도로 갈 수 있다. 이미 2000만 명의 회원이 확보된 카카오가 개인 간 차량 호출 서비스가 허용되면 곧바로 3000만 명 이상으로 뛰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그룹의 자원을 이용해 TaaS 3.0에 앞장설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의 캐시카우 역할이 향후 거대한 시장인 TaaS 3.0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카카오 독주에 택시와 갈등에 따른 공백이 발생하자 SK텔레콤의 ‘티맵택시’와 ‘타다’의 빠른 마케팅이 돋보이고 있다.

정부도 언제까지 규제를 들이대며 트렌드를 막고만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은 규제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국내를 선점한 기업이 글로벌 네트워크 편입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poof34@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