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비미국 지역 경기 반등…중국은 경기 부양 위해 감세 강화
[한경비즈니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하는데 한국 주식시장은 상승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주식시장의 연간 수익률을 분석하면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디커플링은 상당히 빈번했다. 1990년 이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연간 수익률의 부호가 정반대인 것은 총 9회다. 또한 한국 주식시장 연간 수익률이 미 증시 대비 10%포인트 이상 디커플링을 기록한 것도 7회나 된다.
최근 글로벌 지수와 국내 증시 모두 2019년 경기 둔화 우려로 조정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 들어 호황을 기록했던 미국 경기가 2019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부정적이다. 하지만 2018년 11월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2019년 신흥국 주식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보고서들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무엇보다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비미국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갭이 축소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18년 미국 경기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 효과로 경기 모멘텀이 크게 부각됐다. 연율로 환산한 미국 분기 GDP는 2018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4.2%와 3.5%로 호경기를 나타냈다. 또한 2018년 미 기업들의 실적 개선 효과로 2018년 3분기까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0% 가까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2019년에는 미국 경제의 세제 개편 효과가 소멸되면서 미국과 비미국의 GDP 갭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2019년엔 비미국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2018년 미국 주식시장 이후 2019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 신흥국으로 유입
이러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증시의 디커플링 가능성은 2018년 11월 이후 금융시장에도 가시화되고 있다. 2018년 12월 지역별 주식시장 수익률 동향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증시가 부진하다. 반면 한국·중국·유럽 신흥국 등 신흥국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자금 흐름 또한 2018년 4분기부터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미국 주식에서는 자금이 크게 유출되고 있다. 2019년 비미국 경기 반등의 동력 중 하나는 교역조건의 개선이다. 연초 이후 미국 경기와 비미국 경기 간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가 심화됐다. 특히 미국 원유 재고가 3분기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교역조건이 가파르게 개선됐다. 비미국 경기에 교역조건지수가 1년 선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올해 6월부터는 경기 반등의 조짐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중국 재정수입 증가율 모멘텀이 크게 둔화됐다. 이는 감세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2019년에도 대규모 감세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18년 단행해 온 지준율(지급준비금의 적립비율) 인하 효과가 2019년 중순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2019년 상반기에도 추가 지준율 인하가 예상된다.
2018년 12월 19~21일 일정으로 2019년 중국 경제공작회의가 마무리됐다. 통상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재정정책 또는 통화정책을 의미하는데 2019년 중국의 경제공작회의 결과는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 또한 시장 예상 대비 높은 6.5%로 제시했다. 재정정책은 부가세 추가 인하 등 감세 정책을 포함해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허용해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정책도 지준율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2018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중국 정부의 부채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2018년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2015년 이후 지방정부 채무 건전화 정책으로 부채 규모가 완화됐다. 하지만 2018년 다시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로 인프라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2018년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지방정부의 특별채 발행 규모를 2018년(1조3500억 위안)보다 증가한 1조9000억 위안으로 논의한 것을 감안하면 2019년에는 지방정부 부채 우려가 완화되고 인프라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유가 하락 시 생산비 절감 효과
최근 컨센서스 기준으로 2019년 국내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은 2018년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19년 순이익은 2018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2019년 반도체 업종의 순이익이 2018년 대비 9조8000억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하락하며 유가에 민감한 화학과 건설 업종의 2019년 실적 전망 또한 부정적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제 유가 하락이 실적 전망에 부정이지만 현재 애널리스트의 컨센서스에는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제조업 비율이 높아 국제 유가가 크게 하락하면 주요국 대비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 통상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한국 전 산업의 생산비 절감 효과는 0.76%포인트로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0.36%포인트), 일본(-0.34%포인트)과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2014년 이후 국제 유가 크게 하락하며 한국 상장 기업의 매출 원가율이 크게 낮아지며 실적이 개선됐다. WTI 기준 2018년 평균 유가는 배럴당 64.8달러를 기록했는데 2019년 평균 국제 유가가 50달러 중반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면 전 산업에 걸친 생산비 절감 효과는 25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2019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현재 전망치 대비 모두 5.1% 이상 증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중국은 중앙 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총동원해 2019년 경기를 부양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효과가 발생되면 중국 수출 규모가 높은 업종 중심으로 2019년 실적 전망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11월까지 업종별 중국 수출 규모를 분석하면 전기·전자제품·화공품·기계류와 철강 제품 등의 중국 수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 경기 부양 효과가 가시화되면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가전·철강·화장품 등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2019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주식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고 국내 증시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 절감 효과와 중국 경기 부양 수혜가 높은 기계와 철강 등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