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집값 하락한다는 기대감에 대기수요 늘고 양도세 중과세로 매도자 줄어
거래량 급감에도 집값 떨어지지 않는 이유
9·13 조치 이후 2018년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으로 거래가 급감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3만7624건으로 이는 거래량이 많았던 2015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 5만6456건에 비해 정확히 3분의 1이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거래량 감소는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표1>은 2015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월평균 거래량 대비 2018년 11월과 12월의 월평균 거래량을 비교한 것이다.

대전이나 전남 지역은 과거에 비해 거래가 오히려 늘어났지만 서울이나 부산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은 거래량이 3분의 1토막 난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거래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벌집 이론’ 등을 이유로 ‘거래량 감소=집값 하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거래량과 집값 비례하지 않아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근 두 달간 거래량이 과거 평균치보다 30% 이상 대폭 줄어든 A그룹(서울·부산·강원·울산·경기), 상대적으로 적게 줄어든 B그룹(전북·인천·경북·경남·충북·충남), 거래량이 오히려 늘어났거나 타 지역보다 적게 줄어든 C그룹(대전·전남·대구·세종·광주·제주)의 매매가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거래가 양호한 C그룹의 두 달간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0.53%로 가장 높다.

이에 비해 거래량 감소가 아주 심각한 A그룹은 매매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0.01%에 그쳐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그룹만 보면 거래량이 많은 지역은 집값이 오르고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지역은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C그룹보다 거래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A그룹보다 거래량 감소가 적은 B그룹의 매매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0.60%다. 한마디로 거래량과 매매가 상승률의 상관관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수도권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수도권에서 거래량 감소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서울(31.1%)·경기(67.2%)·인천(72.8%) 순이다. 거래량 감소가 집값 상승률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 집값 상승률은 인천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이어 경기도와 서울 순이 돼야 한다.
거래량 급감에도 집값 떨어지지 않는 이유
하지만 <표2>에 나와 있듯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기간 동안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따져보면 서울 0.27%, 경기 0.10%, 인천 0.02% 순으로 거래량이 많이 줄어든 순서로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많은 전문가의 지적과 달리 매매가 상승률은 단순히 거래량이라는 한 가지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살 사람, 팔 사람 모두 줄어
그렇다면 거래량 감소와 집값 하락률은 왜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면 거래량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줄어들어도 시중에 매물이 없으니 거래량이 줄어든다. 이 두 가지 원인이 지역별로 혼재돼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집을 사려는 사람은 왜 줄어든 것일까. 첫째는 지난 몇 년간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집을 살 만한 사람들은 이미 집을 대부분 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1~2년간 본인의 자산 수준이나 소득수준에 비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의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2017년 3월 이후 전세가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지금은 집값이 비싸니 집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쉽게 말해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니 미리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셋째는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규제나 세금 문제 등 정부 규제로 인해 사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인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집을 팔 만한 사람은 대부분 팔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매매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거래량이 많았다는 이야기는 집을 사는 사람도 많았지만 파는 사람도 많았다는 의미다. 집을 보유할 자금이 부족하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들은 이미 집을 대부분 팔았다는 의미다.

둘째, 매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지역의 집값이 5억원에서 지난 몇 년간 10억원으로 뛰었다고 가정해 보자. 몇 년 사이에 집값이 두 배 뛰었으니 본인도 내심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집값만 오른 것이 아니라 모든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심지어 본인 집값보다 더 쌌던 지역이 더 오르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집값 상승은 당연시하는 것은 물론 저평가됐다고 착각하기 시작한다. 이런 사람이 과거 시세인 5억원에 그 집을 내놓을까.

셋째, 현행 규제 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게 되면 양도세 중과세가 된다. 심하게는 양도 차익의 절반 이상이 세금으로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여러 채 팔게 되면 이번에는 매매 사업자로 간주돼 양도 차익이 없더라도 매매가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낼 수도 있다.
임대 사업을 신청한 사람들은 더 난감하다. 임대 사업용으로 등록된 집을 팔려고 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런데 그 과태료 수준을 현행 1000만원에서 3000만 또는 5000만원까지 인상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임대 사업을 신청한 사람은 만기가 될 때까지 집을 팔지 말라는 얘기다. 이러니 매물이 나올 수 없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사는 사람이 적고 파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책은 사려는 사람도 줄이지만 팔려는 사람도 줄이는 정책이다 보니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거래량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게 하려면 한시적으로 중과세를 완화하든지 임대 사업자의 과태료를 면제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시세 차익을 거둔 다주택자의 수익률을 높여 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에 정부에서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