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여성·노동, 환경과 통합한 정치·사회 부문 1위는 한국노동연구원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세상을 바꾸는 어젠다를 제시할 최고의 싱크탱크는 어디일까. 한경비즈니스는 2008년 이후 11년째 ‘한국의 100대 싱크탱크’를 선정하고 있다. 100대 싱크탱크가 국내 싱크탱크 지형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2019년 설문 조사는 보다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돼 실시됐다. 그 결과 경제·산업, 외교·안보, 정치·사회 부문의 각 1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외교안보연구소·한국노동연구원이었다.
KDI 7년 연속·외교안보硏 11년째 ‘독주’
경제·산업 부문은 100대 싱크탱크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다. 올해는 79개 후보군 가운데 추천 점수 등에 따라 40곳이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전문가 평가를 통해 경제·산업 부문 상위 40위에 이름을 올린 연구소들의 특징은 ‘국책 연구 기관의 강세, 기업 연구 기관의 수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한국 최고의 경제·산업 싱크탱크에는 KDI가 꼽혔다. 의제 설정 능력, 정책 영향력 등을 묻는 ‘대외적 영향력’과 연구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해 가리는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원의 전문성과 네트워크 등을 평가하는 ‘연구 인력의 역량’ 항목에서 모두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올해로 7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대한민국 국책 연구소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KDI는 사회과학 부문 최초의 정부 싱크탱크로 1971년 출범했다. 한국 경제 발전과 선진화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싱크탱크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DI는 전 세계 싱크탱크 경쟁력을 평가하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국제 관계 프로그램’ 산하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의 2018년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미국 제외) 글로벌 5위, 아시아 주요 국가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3대 정부 출연 경제 연구소가 나란히 ‘톱3’
경제·산업 부문 2위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차지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조사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2위 자리를 탈환한 뒤 2년 연속 굳히기에 나섰다. 대외적 영향력, 연구 보고서의 질, 연구 인력의 역량 등에서 두루 좋은 점수를 얻어 최고의 대외 경제정책 연구 기관으로 위상을 알렸다. 최근 주요 연구 과제로는 신남방·신북방 정책 방안, 신통상정책 방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제 거시 금융 과제 등에 몰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018 TTCSP 조사에서 국제 경제정책 부문 5위, 국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 출연 경제 연구소의 3총사가 있다면 KDI·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국책 연구원이 나란히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은 국책 연구소 3강 체제다. 경제·산업 부문 3위에 랭크된 산업연구원은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를 연계해 연구하는 국책 연구 기관이다. 설립연도로 보면 KDI보다 5년 늦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보다 13년 이른 1976년 출범했다.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의 산업과 무역정책 수립의 두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 연속 4위에 랭크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분류된다. 1973년 한국은행 조사1부 내의 특수연구실로 출발한 이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수립·운영과 경제정책 전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매년 한은 창립 기념에 맞춰 대표 콘퍼런스인 ‘BOK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학술 교류와 중앙은행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5위와 6위는 지난해와 자리를 바꿨다. 국내 최초 기업 연구소에 해당하는 삼성경제연구소가 한 계단 상승해 5위에 자리했고 한국금융연구원은 6위를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연구소들은 40위권을 수성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위에서 7위로, 현대경제연구원은 13위에서 12위로 한 계단씩 순위를 높였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5위에서 18위로 올라섰다.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기업 연구소는 KT경제경영연구소로, 51위에서 24위로 27계단 상승했다. 이어 SK경영경제연구소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38위를 기록했다.

기업 연구소 중에는 금융권 경제 연구소들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37위→26위)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29위→28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60위→33위) 등이 있다. 이와 같이 기업 연구소들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약진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기업 연구소와 국책 연구소와 ‘양강 체제’를 형성했던 2010년 전후 상황과 비교하면 그렇다. 한경비즈니스가 100대 싱크탱크 조사를 시작한 2008년 경제·산업 부문 1위는 삼성경제연구소였다. 큰 틀에서 보면 2011년까지 기업 연구소와 국책 연구소가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던 데서 2014년 조사에서부터 기업 연구소의 하락세가 눈에 띄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올해 조사에서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바뀐 곳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다. 지난해 78위에서 35위로 43계단 뛰어올랐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1991년 비영리·민간 연구 기관으로 설립돼 정책 대안 연구를 주력하는 곳이다.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 ‘수요 정책 포럼’을 열고 있고 새로운 연구 공론화 사업으로 2012년부터 ‘건전 재정 포럼’을 이어오고 있다. 이 밖에 한국소비자연맹이 33계단,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31계단으로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정치·사회 부문 새롭게 재편
‘2019 100대 싱크탱크’ 외교·안보 부문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 ‘잔잔한 변화’가 있었다. 외교·안보 부문은 20개 연구소가 100대 싱크탱크에 들어갔다. 1위가 굳건한 가운데 2위와 3위 경쟁은 치열했다. 톱10을 차지한 싱크탱크 가운데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해보다 순위를 높여 상위권에 안착했고 20위권 중에서는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전년 대비 12위 상승했다. 순위 변화가 크지 않은 외교·안보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 곳들이다.

외교·안보 부문 1위는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차지했다. 외교안보연구소는 한경비즈니스가 100대 싱크탱크를 선정한 이후 11년째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외교부 국립외교원 산하 기관으로 국책 연구 기관이다. 1963년 설립돼 처음엔 외무 공무원의 교육 목적이었지만 1965년 외교 문제에 대한 연구 기능을 보강하면서 외교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후 1977년 국제 문제로 연구 분야를 넓히면서 다시 외교안보연구원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2012년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국립외교원이 설립되면서 지금의 외교안보연구소로 자리 잡았다.

외교안보연구소는 5개의 연구부(안보통일연구부·아시아태평양연구부·미주연구부·유럽아프리카연구부·경제통상연구부)와 5개의 부설 연구센터(외교사연구센터·중국연구센터·국제법센터·일본연구센터·아세안&인도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 외교를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만큼 2012년 당시 2개 연구센터에서 조직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2위에 오른 세종연구소는 안보·통일·외교 부문 최고의 민간 연구소다. 중·장기 국가 전략과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1986년 문을 연 세종연구소는 연구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처하고 전략적 화두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3위는 ‘남북 관계’에 특화된 국책 연구 기관, 통일연구원이다. 지난해 2위에서 한 단계 밀려났다. 통일연구원은 연구 인력의 역량(268점)에서 세종연구소(285점)보다 앞섰지만 특히 대외적 영향력 평가에서 차이를 벌려 종합 점수 55점의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100대 싱크탱크 조사를 시작한 이후 외교안보연구소·세종연구소·통일연구원은 매년 치열한 접전 속에 1~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빅3’로 분류될 만하다.

4위에 오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와 5위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와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 정부 출연 기관인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는 안보 환경 분석, 군사력 건설 방안, 무기 체계 정책 등 국방 관련 전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세종연구소와 함께 외교 분야 최고의 민간 연구소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보다 6단계 상승하며 6위에 안착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년 역사의 국제문제조사연구소를 모태로 2007년 새롭게 출범한 국책 연구소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에 해당한다. 기존의 국가안보정책연구소와 통일정책연구소 등 3개의 연구소가 통합되면서 북한 연구와 외교·안보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 대학 연구소 가운데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와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순위 상승이 두드러졌다. 10위에 랭크된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는 21세기 세계정치와 한국의 외교정책,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1972년에 설립된 이후 45년여 동안 특히 세 가지 문제의식을 강조해 왔다. 국제 관계 연구에서 학제 간 접근법 강조, 국제 관계의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의 결합, 한국적인 국제 정치학의 모색이 그것이다.
KDI 7년 연속·외교안보硏 11년째 ‘독주’
외교·안보 부문도 ‘빅3’ 구도
외교·안보 부문에서 가장 큰 순위 변화를 보여준 연세대 통일연구원은 북한 문제에 1995년 설립된 이후 2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통일과 북한 분야에 특화된 연구를 펼친다. 한국연구재단 학술 등재지인 ‘통일연구’와 SCOPUS에 등재된 세계 유일의 북한 연구 영문 학술지 ‘북한 리뷰(North Korea Review)’ 등을 발간하고 있다.

‘2019 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 부문은 올해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까지 정치·사회, 여성·노동, 환경 부문으로 나눠 조사 발표하던 데서 올해 통합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특히 여성·노동과 환경 부문에서 조사 대상과 응답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로 올해 세 개 부문을 정치·사회로 통합하면서 설문 응답이 풍부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한 명의 전문가가 10순위까지 응답하는 비율이 올라가면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서다. 예년에는 선택지가 적다 보니 한 명의 전문가가 1~3 순위 응답에 그칠 때가 많았다. 정치·사회 부문에선 40개 연구소가 100대 싱크탱크에 포함됐다.

그렇게 선정된 ‘2019 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 부문은 1위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차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여성·노동 부문 전통의 강자였다. 지난해 6년 연속 최강자로 등극한 뒤 다시 한 번 통합 정치·사회 부문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988년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 기관으로 지난 30년간 고용·노동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노동연구원은 최근 주요 과제로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정규·비정규직 간, 남녀 간의 격차와 차별 해소, 청년 고용 문제 해결, 고령자 일자리와 복지 개선을 등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치·사회 부문 2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다. 지난해까지 정치·사회 부문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선두 주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981년 설립된 이후 보건복지를 비롯한 국가 사회정책의 싱크탱크로 50여 년간 기능해 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정치·사회 부문에서 장기 집권한 데는 저출산·고령화사회라는 시대적 배경과 연관이 깊다.

환경 분야 연구소 ‘부진’
3위를 기록한 한국행정연구원은 지난해 정치·사회 부문 2위를 차지한 한국 유일의 공공 행정 부문 국책 연구 기관이다. 이어 4위에 오른 서울연구원은 서울시가 출연한 서울특별시 정책 싱크탱크에 해당한다. 도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미래 도시를 기획하는 연구원으로,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 현안을 연구하는 데 초점을 모은다. 1992년 개원 이후 도시계획·설계, 주책, 교통, 환경, 안전·방재, 산업 경제, 사회정책, 복지 건강, 문화 관광 등 도시문제를 연구해 왔고 서울시가 주도하는 ‘문화 도시’ 비전의 밑그림을 그렸다.

지난해 이후 ‘여성’ 키워드도 사회적으로 크게 부상했다. 여성 이슈를 선도적으로 문제제기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정치·사회 부문 6위다. 1983년 개원한 이후 여성 정책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여성 일자리 창출과 성평등 관점의 저출산·고령화 대응, 여성 혐오 해소, 성평등 문화 확산 등의 연구 과제에 주력하고 있다.

7위에 오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정치·사회 부문 21위에서 괄목할 만한 순위를 기록한 언론사 소속 민간 연구소다. 2017년 조사에서 처음 순위권(43위) 내 이름을 올린 뒤 지난해 선전한 이후 올해 톱10에 안착했다. 행복한 복지국가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정책과 시민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싱크탱크로, 복지·노동·보건·주거·교육 등 5대 분야에서 문제적 이슈를 의제화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새롭게 통합된 정치·사회 부문 조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환경 부문의 부진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환경 부문 1위를 차지했던 국립환경과학원이 24위를 기록했다. 톱10 상위권 가운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20위권에서 살펴봐도 환경 부문 싱크탱크는 명단을 올리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이슈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이슈를 선점할 국내 싱크탱크의 역할에도 무게감이 실린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밖에 새롭게 40위권에 이름을 올린 곳 가운데 여시재가 주목된다. 한국의 100대 싱크탱크가 정부 출연 연구소, 공공 연구소, 대학 연구소, 기업 연구소, 시민 연구소 등으로 구분된다면 2010년 이후 새롭게 부상한 싱크탱크가 ‘독립형 민간 연구소’다. 여시재는 기업 창업자가 출연해 설립된 공익 법인으로 기업의 성장과 무관한 정치·사회, 특히 미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3위에 랭크된 희망제작소도 시민과 함께 사회 혁신을 실천하는 싱크탱크로, 독립적인 민간 연구소에 해당한다.
KDI 7년 연속·외교안보硏 11년째 ‘독주’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3호(2019.02.25 ~ 2019.03.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