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복지’에 치중하며 기술 개발 등한시
- 미국은 잇단 혁신으로 ‘셰일’ 경제성 확보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비극…미국 셰일오일에도 채굴 원가 뒤져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베네수엘라의 정정이 어지럽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몇 년간 살인 등 강력 범죄율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 인플레이션은 100만%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간 베네수엘라 국민의 평균 체중이 10kg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니 다수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버티지 못하고 고국을 등지는 사태마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 원유 매장량 1위 국가는 바로 베네수엘라다.

쉽게 말해 땅속의 석유만 팔아 먹고살아도 되는 나라가 베네수엘라였다. 이런 축복의 땅에 자리한 나라의 현실이 왜 이리 암울하게 됐을까. 한마디로 ‘자원의 저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의 축복만 믿고 그동안 차세대 먹거리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탓이다.

◆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의 희생자?

베네수엘라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 유가의 하락 때문이다. 그 시작은 미국의 셰일 혁명이다. 셰일이라는 암석에 석유 또는 천연가스가 포함돼 있는데, 문제는 바위에서 석유를 짜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어려웠고 비용도 비싸게 들어 예전에는 경제성이 없었다.

하지만 ‘셰일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기술이 진보되면서 경제성이 확보됐다. 한마디로 바위에서 석유를 ‘싸게’ 짜내는 기술을 미국이 개발해 낸 것이다.

이것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막대한 원유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원유 수출국으로 바뀌자 국제 유가가 급락한 것이다. 이는 석유만 팔아서 먹고사는 산유국에는 큰 재앙이었다.

이에 기존의 산유국은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해야 했고 이는 유가의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몰고 왔다. 문제는 이 불똥이 베네수엘라로 튀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라고 하지만 그것은 양의 문제이고 질의 문제는 다른 이슈다. 쿠웨이트나 사우디아라비아는 그야말로 파이프만 박아 놓으면 석유가 콸콸 솟아나올 정도의 양질의 석유이지만 베네수엘라의 원유는 진흙과 섞여 있는 상태다.

진흙을 땅속에서 강제로 뽑아내 석유와 분리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1배럴의 원유를 채굴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중동 국가보다 베네수엘라가 훨씬 더 많다.

여기까지만 보면 베네수엘라는 셰일 혁명으로 야기된 유가 하락의 희생자로만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딱딱한 바위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셰일 채굴보다 걸쭉한 상태지만 반액체 상태인 진흙에서 원유를 추출해 내는 것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채굴 원가가 셰일 채굴보다 높은 것은 기술력의 차이 때문이다. 원래 채굴 원가가 높았던 것을 미국은 기술력으로 낮춘 것이고 베네수엘라는 그렇게 하지 못해 원가 전쟁에서 밀린 것이다.

그러면 베네수엘라의 기술력이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석유 자원 국유화 조치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국영기업에 국가의 운명을 맡겼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할 자금들이 ‘복지’라는 명목의 지출에 비해 순위가 밀렸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생산 시설이 점점 노후화되고 미국과 같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것이다.

세계는 네 그룹의 나라가 있다. A그룹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나라다. 미국·캐나다 같은 나라가 대표적이다. B그룹은 자원은 풍부하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 나라다. 베네수엘라나 일부 중동 국가가 여기에 속한다.

◆ 자신이 속한 상황에 맞는 전략을 사용해야

C그룹은 자원이 빈약하지만 국민이 깨어 있는 나라다. 대표적인 나라는 한국이다. 마지막인 D그룹은 자원도 부족하고 국민도 깨어 있지 않은 아프리카의 일부 후진국 같은 나라들이다.

만약 여러분이 D그룹에 속한 국가의 대통령이라고 가정하면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하늘에서 자원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D그룹 국가는 A나 B와 같은 국가가 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젠가는 C그룹에는 들어갈 수 있다. C그룹에 속한 나라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를 보고 따라 하면 된다. 만약 D그룹에 속한 나라가 A나 B그룹의 국가 전략을 따라 하다가는 망할 따름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집안이 잘 사는데 능력까지 갖춘 A그룹도 있고, 집안은 잘 사는데 정작 본인은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박약한 B그룹에 속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사회는 A그룹이나 B그룹에 속한 이들을 ‘금수저’라고 부른다.

반면 C그룹이나 D그룹은 ‘흙수저’다. 집안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C그룹이나 집안도 그렇지만 본인 자신도 내세울 것이 없는 D그룹이 여기에 속한다.

만약 본인이 D그룹에 속해 있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내 인생은 소중하니까’라고 주장하며 욜로족으로 살거나 일만 하다 죽을 수 없으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은 B그룹에 속한 사람들이다. 대충 살아도 집안이 빵빵하니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금수저나 가능한 전략이다. D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이 이런 전략을 채택한다고 해도 절대 A그룹이나 B그룹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D그룹은 A그룹이나 B그룹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보다 C그룹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내세울 것이 ‘사람’밖에 없는 한국이나 우리 개개인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자원의 축복조차 어리석게 살리지 못하는 베네수엘라를 한국이 따라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개인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깨달아야 한다.

한국이 선배 세대들의 희생으로 C그룹에 올라 있는 것처럼 각 개인도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길 이외에는 왕도가 없다. 베네수엘라를 보면서 비웃을 필요가 없다. 그보다 나라든 개인이든 그런 모습을 본받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젠 됐다고 안도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를 범하지 말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