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19호 (2019년 04월 10일)

‘만우절 농담’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인?

[비트코인 A to Z]
-10년을 버틴 비트코인에 대한 무지일 뿐…글로벌 기업의 관련 사업 진출이 진짜 ‘방아쇠’

(사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6일 열린 ‘MWC 2019’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갤럭시 S10에 탑재된 암호화폐 지갑을 설명하고 있다./한국경제신문

[오태민 마이지놈박스 블록체인 연구소장] 비트코인 가격이 단 하루 만에 20% 이상 뛰어오르자 언론들은 판에 박힌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대표적인 것이 만우절 농담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석이었다. 미국의 증권거래감독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오랜 열망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조만간 승인하기로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 때문이라는 것. ETF에 대한 추측성 기사는 늘 있었지만 가격이 급격히 오른 날이 공교롭게도 만우절이기 때문에 이 분석이 널리 유포됐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분석 기사를 다룰 수밖에 없는 미디어들은 시간의 선후에서 원인과 결과를 찾는다. 가격 폭등이나 폭락을 야기한 원인은 그 직전에 발생한 특정 사건 때문이라고 간주하는데 이는 일종의 사고 습관이다. 이러한 접근은 친숙한 발상이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 없이 대중에게 수용되지만 이 분석은 사실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어색한 전제 위에서나 가능하다.

이 분석이 맞으려면 우선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매우 어리석어야 한다. 합리적인 경제인들이라면 만우절에 희망적인 가짜 기사가 유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자신의 돈을 거는 승부사들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만우절 가짜 뉴스에 휘둘렸다는 주장은 이들의 인지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금융자산 가격의 요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비트코인은 그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금융자산과의 차이다. 역사가 짧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은 물량의 영향력을 통제할 만한 주도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이나 채권 가격도 시가를 결정하는 물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은 물량이 시가 전체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한계 폭을 넘어서면 주축 세력이나 기관, 심지어 정부가 나서 조절한다. 많은 물량을 움직이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지만 큰손들의 언론 플레이 만으로도 근거 없이 움직이는 단기 흐름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즉 비트코인의 가격 변화를 선후 사건으로 분석하는 이들은 주축 세력과 단기 투자자들의 역학 구도가 자리 잡혀 있는 전통적인 금융자산 분석 틀을 주체 세력이 확실하지 않은 비트코인에까지 투영하는 셈이다.


전통적인 분석으론 비트코인 이해 어려워

뉴스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은 비트코인의 생과 사와 관련한 뉴스들이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살아남을 것 같다는 뉴스에는 폭등하고 비트코인이 금지되거나 해킹돼 없어진다는 뉴스에는 폭락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의 테스트를 거친 비트코인의 가격을 분석할 때 이렇게 둔탁한 정보들이 더 이상 효용성이 있다면 이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다. 삼성전자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지 않는 한 이 회사 주식의 단기적인 가격 변화를 기업 자체의 사활과 관련한 뉴스로 분석하는 것은 드물다.

즉 비트코인의 요동치는 단기 가격을 분석하는 기사는 투자자들을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심신미약 상태로 간주하면서 비트코인도 상당한 위기에 빠진 채 10년을 버텨 왔다고 가정하고 있다. 이런 자연스럽지 않은 전제를 10년이나 성장하고 있는 자산에 투영하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될 만한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가격을 쫓아가 는 대신 전반적인 추세로 시선을 돌려보면 암호화폐의 혹독한 겨울이 끝났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삼성과 IBM이라는 두 글로벌 기업의 행보가 기폭제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신제품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비록 이 암호 지갑은 한국·미국·독일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탑재됐지만 삼성전자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신호로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IBM의 월드와이어 발표가 충격이었다. 이미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월드와이어 시스템을 이용해 포인트투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의 결제가 가능하다는 뉴스였다. 월드와이어는 단순한 결제 시스템이 아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전사적으로 역량을 투입해 온 IBM이 주도하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진짜 의미를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IBM이 세계 최대의 해운사 머스크와 함께 주도하고 있는 트레이드렌즈도 참가국과 항만을 꾸준하게 늘려 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덧 다가온 ‘암호화폐의 봄’

2017년 암호화폐의 붐은 스타트업들의 토큰 발행 열풍이 주도했다. 회사 지분을 내주지 않고 채무를 떠안지도 않으면서 토큰 발행 계획만으로 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대략 2년 정도 지속됐다. 초창기에 비트코인에 투자해 수십 배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데서 오는 뒤틀린 열망이 사용처도 알 수 없는 토큰을 매집하는 형태로 분출됐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의 증권감독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정부들이 암호화폐 공개(ICO)를 규제했고 토큰 생태계가 쉽게 구축되지 않자 열풍은 강력한 불신으로 변했고 암호화폐는 혹독한 겨울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겨울을 끝내는 훈풍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은 판 자체를 바꾸는 혁신 기술이다. 이를 알아챈 거대 기업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 기술이 자리 잡는 현실만큼은 피하려고 했을 것이다. 주도권을 놓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회의론을 쏟아내던 경영자들이 슬그머니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히는 것에는 이런 사정이 숨어 있다. ICO 광고를 차단했던 페이스북과 구글 모두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오픈하는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공개적으로 저주했던 JP모간이 ‘JPM코인’이라는 자체 코인을 발행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폭등이 장기적인 상승으로까지 연결될지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새로운 봄이 도래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번 봄은 혁신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어설픈 흥행과 잔혹한 붕괴를 거친 이후 시장은 성숙한다. 지능적으로 성숙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세련된 정보와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비현실적인 전제와 둔탁한 편견을 버무려 무책임하게 생산하는 가격 분석 기사를 멀리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돋보기] 블록체인 세계의 최후 담보 자산, ‘비트코인’
삼성이나 IBM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비트코인은 자기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이들은 유력한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 비트코인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논란은 비트코인 초창기부터 있어 왔다. 비트코인을 하나의 기술로 이해하는 이들이 비트코인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다.

반면 비트코인의 역사성을 중시하는 이들은 비트코인이 더 나은 기술과 강력한 발행 주체를 가진 코인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비트코인의 속성이 모두 필연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최대 발행량, 2100만이나 평균 승인 시간 10분, 한 블록의 용량 등은 우연적 속성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현상에서 비트코인의 위상은 필연적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블록체인이라는 생태계를 끌어올릴 최종적인 담보 자산은 필요했었다. 이더리움조차 비트코인으로 투자받으면서 시작됐듯이 비트코인은 더 상위의 보증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최종적인 담보 자산이다. 아무도 보증하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이 최종성 만큼은 삼성· IBM·페이스북·구글이라고 해도 대체하기 어렵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9호(2019.04.08 ~ 2019.04.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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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4-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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