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 심화
- 8·2 부동산 대책은 투기 세력 양산
현 정부 출범 2년의 부동산 정책 성적은 ‘참담’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현 정부가 출범한 지도 2년이 넘었다. 지난 2년간 현 정부 주택정책의 성적표를 살펴보자.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3.50% 올랐다.

MB 정부 출범 2년 후 매매가 상승률 3.73%나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후 매매가 상승률 3.90%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주택 시장이 상당히 안정돼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오르는 지역과 내리는 지역이 극명하게 갈리는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광주·경기도·대전·전라남도와 같은 지역은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경상남북도·충청남북도·울산은 집값이 크게 내렸다.

물론 이전 정부 때도 집값이 오르는 지역과 내리는 지역은 있었다. 전국의 집값이 같은 시기에 똑같이 등락을 같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양극화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

◆ 실수요자보다 투자 수요 늘어
현 정부 출범 2년의 부동산 정책 성적은 ‘참담’
그러면 현 정부 들어 이처럼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지방의 공급과잉이다.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지방의 집값이 수도권에 비해 강세를 보이자 많은 건설사들이 앞다퉈 지방에 주택을 공급했다.

이것이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이 돼 현재 지방 주택 시장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3만637채였고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3만875채였다.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3년여의 시간이 흐른 2019년 3월 말 기준으로 수도권은 1만529채, 지방은 5만1618채다.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2만여 채가 줄어드는 동안 지방은 2만여 채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런 공급과잉 현상은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현 정부 출범 2년의 부동산 정책 성적은 ‘참담’
<표2>는 현 정부 출범 후 2년간 지역별 전셋값 등락 현황이다. 광주·서울·대전·전남·대구 지역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울산·경상남북도·충청남북도 지역은 전셋값이 크게 내렸다. 전셋값이 크게 내린 5개 지역이 매매가가 크게 내린 5개 지역과 정확히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에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니까 매매가가 하락하고 전셋값도 하락한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은 지난 2년간의 시장 상황을 공급과잉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앞서 매매가가 많이 내린 지역은 전셋값도 많이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매매가 상승 지역과 전셋값 상승 지역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경기 지역은 전셋값이 2.07% 내렸지만 매매가는 4.65% 올랐다. 서울도 광주보다 전셋값 상승률이 낮지만 매매가 상승률은 광주의 두 배가 넘는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매매가 상승률과 전셋값 상승률의 차이(이격도)가 1.9%포인트로 상당히 작다. 매매가가 오르는 곳이 전셋값도 오르고 매매가가 내리는 곳이 전셋값도 내리는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 지역은 이격도가 6.7%포인트, 서울은 16.2%포인트로 다른 지역 평균에 비해 3.5~8.3배나 크다. 전셋값보다 매매가 상승률이 훨씬 크고 상관관계가 다른 지역보다 약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런 현상의 의미가 무엇이고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났을까. 어느 지역의 실수요가 늘어나면 매매가가 오르고 전셋값도 오른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전셋값보다 매매가 상승률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은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상당히 유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서울과 경기 지역의 매매가 강세 현상은 상당 부분 투자 수요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지난 2년간 전국에서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을 살펴보자.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2개 지역은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고 분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9년 4월 말 기준으로 아파트 전용면적 ㎡당 900만원이 넘는 지역이 전국에 딱 13개가 있다.

그중 서초구와 서울 중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11개 지역이 전국 매매가 상승률 1~1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 2년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집값이 비싼 지역이다. 집값이 올라 비싸진 것이 아니라 비싼 곳이 오른 것이다. 2년 전에도 이들 지역은 집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 다주택자 압박에 고가 주택 더 올라
현 정부 출범 2년의 부동산 정책 성적은 ‘참담’
그러면 왜 집값이 비싼 곳이 더 오르는 양극화가 심화될까. 한마디로 8·2 조치 때문이다. 8·2 조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다. 다주택자를 투기의 주범으로 보고 강력한 압박을 가하자 일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집을 판 돈으로 스테이크를 사먹거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수익을 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정부에서 집을 여러 채 사지 말라고 하니 그 돈을 모아 똘똘한 한두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돈이 부족한 사람은 돈을 단순히 소비의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 돈을 어디에 담아둘 것인지를 항상 고민한다. 그것이 부동산일 수도 있고 주식일 수도 있고 예금 통장일 수도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덜했던 과거에는 다수의 저가 아파트에 분산투자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소수의 고가 아파트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가 아파트가 저가 아파트보다 더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 <표3>이다. 매매가가 싼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더 떨어지고 매매가가 비싼 아파트일수록 더 오른 것이다. (정부의 해명대로) 소위 투기꾼들이 비싼 집을 많이 사 저런 결과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투기꾼을 유도한 것이 8·2 조치라는 점에서 정부는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8·2 조치를 바로잡을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서울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가장 큰 호재가 바로 8·2 조치의 지속이라는 역설이 나오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