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1·2기 신도시가 공생하는 분당이 모범 답안
- ‘일자리·교통·도시 재생’이 필요
3기 신도시에 필요한 것은 ‘선 인프라 확충, 후 공급 방식’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3기 신도시가 기존 신도시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할 대안은 없을까. 여러 요인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한국의 신도시 역사를 통해 가장 성공한 모델인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가 공생하는 성남시 분당구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듯하다.

◆ 판교 테크노밸리에 살아난 분당

지난 12년간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1.2%로 경기도 평균보다 약간 높지만 전국 평균보다 낮다. 그냥 평범한 지역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기별로 보면 전혀 다른 두 개의 현상이 나타난다.

2007년 5월부터 2013년 5월까지 6년간 분당구는 전국에서 셋째로 집값이 많이 내린 지역으로 기록됐다. 이 기간 중 대대적으로 이뤄진 판교의 입주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분당 바로 옆에 3만 가구에 가까운 주택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대적으로 공급됐다.

그 물량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되지만 문제는 전체 주택 중 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들이 모두 새 아파트라는 데 있다. 기존 분당의 사회 기반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대체재가 생긴 것이다.

이러니 분당의 낡은 집에서 판교의 새 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분당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현재까지 6년간 분당은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탈바꿈했다. 분당의 집값이 오른 것은 2012년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판교 테크노밸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7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기면서 분당의 주택 수요를 늘린 결과다. 이 사례는 3기 신도시가 기존 신도시에 끼칠 영향과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 분당에서 찾은 세 가지 해법은
3기 신도시에 필요한 것은 ‘선 인프라 확충, 후 공급 방식’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고양 창릉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기존의 일산 신도시는 2007~2013년에 분당이 그랬던 것처럼 장기간 하락을 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고양 창릉은 판교신도시보다 공급 물량이 더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분당의 사례처럼 대대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된다. 물론 일산의 킨텍스 근처에도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가 들어오기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목표가 1만8000개에 불과해 판교테크노밸리의 25% 정도에 머무른다.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몇 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적어도 3기 신도시 입주 전까지 일산 테크노밸리의 입주가 끝나야 이 지역의 타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자리 증가는 민간 기업의 몫이다. 하지만 특례법을 만들어서라도 이들 3기 신도시 지역에 진입하는 기업에 당근을 준다면 일자리가 부족한 이들 지역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둘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라인의 조속한 착공이다. ‘GTX A 라인의 조속한 착공’이라는 구호는 그동안 선거철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심지어 작년에 착공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현재 추세로 가면 삼성역에서 운정신도시까지 2024년 완공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GTX A를 조속히 착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는 구두선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그 대신 3기 신도시 개발을 GTX A 노선 완공과 연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다시 말해 GTX A 개통 이후로 창릉신도시 입주를 연기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고양에서 인천으로 연결해 지하철 2호선과 연결한다는 구상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천 지역 역시 일자리가 전국 평균보다 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고양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서울로 출퇴근하지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남양주 왕숙지구 역시 GTX B와 연계하면 된다.

셋째, 3기 신도시가 입주할 시점이면 일산신도시는 30년이 넘는 낡은 도시가 된다. 도시의 기능은 문제가 없지만 30년 넘은 낡은 아파트에서의 주거의 질은 점점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뿐이다. 기존의 용적률이 낮은 단지는 재건축, 높은 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까다로운 각종 규제 때문에 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도 쉽지 않다.

안전과 직결되는 규제를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풀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3기 신도시의 건설 물량을 기존 신도시의 재건축 물량이나 리모델링 물량과 연동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창릉신도시에 새 아파트 3만8000가구를 공급한다면 일산에 이에 상응한 물량의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허가를 해주는 식이다. 새 아파트가 많이 공급되면 집값이 떨어져 무주택 서민이 집을 마련하기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3기 신도시의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또 다른 서민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3기 신도시의 목적이 기존 신도시의 집값을 내리기 위해서라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18.4%나 오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0.8~1.0%밖에 오르지 않은 일산 집값을 잡는 것은 타당한 방법이 아니다. 기존에 집을 가진 사람에게도 손해가 되지 않고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3기 신도시를 성공시키고 기존의 신도시의 경쟁력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앞서 제안한 방법처럼 일자리 창출, 서울 업무 중심지까지의 빠른 교통수단 착공 그리고 도시의 대대적인 재생 사업이 필요하다.

이것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현 계획과 같이 아파트만 대대적으로 공급한다면 기존 신도시뿐만 아니라 새 신도시도 교통지옥에 시달릴 것이 자명하다. 결국 ‘선(先) 인프라 확충, 후(後) 공급 방식’이 이들 지역을 살릴 유일한 해법이다.

창릉신도시뿐만 아니라 일산 등 기존 신도시의 경쟁력이 다시 회복된다면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서울 집값도 서서히 안정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