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1년 새 미분양 58배 급증
- 저조한 주택 수요가 집값 하락의 직접적 원인
용인시 성복동 불꺼진 아파트
/허문찬기자  sweat@  20100822
용인시 성복동 불꺼진 아파트 /허문찬기자 sweat@ 20100822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6월 인천 지역의 미분양이 크게 늘어났다. 3632채의 아파트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4%나 늘어난 것이고 불과 두 달 전인 4월의 2105채에 비해서도 무려 73%나 늘어난 것이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에 2607채의 미분양이 남아 있고 영종도가 있는 인천 중구에도 513채의 미분양이 남아 있다. 특히 인천 서구는 1년 전만 해도 미분양 물량이 45건에 불과한 지역이었다, 1년 사이 미분양이 58배나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 일자리 비율 35.1%로 전국 평균 밑돌아

그러면 인천 지역, 특히 인천 서구의 미분양 증가율은 왜 높을까. 어느 지역에 미분양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 지역의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인천 서구는 전통적으로 주택 수요가 적은 지역이다. 주택 수요는 그 지역의 일자리 수와 질에 비례한다. 어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거기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이 이야기를 반대로 해석하면 어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꾸준히 늘지 않으면 그 지역 주민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천은 일자리 관련 지표가 좋은 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 아니라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주민 수 대비 일자리 비율은 전국 평균이 41.8%다.

이 말은 주민 1000명 중 직업을 가진 사람이 418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인천은 그보다 훨씬 낮은 35.1%에 그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최하위다. 한마디로 인천 지역은 일자리 수가 적은 베드타운이라는 뜻이다. 특히 인천 서구는 인천 평균에도 못 미치는 33.9%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 지역 일자리의 질도 높은 편은 아니다. 인천 지역 일자리 중 대기업의 일자리 비율은 12.3%에 그쳐 서울의 23.3%는 물론 전국 평균 14.6%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소기업(29인 이하 기업)보다 중기업(30~299인 기업), 중소기업보다 대기업(300인 이상 기업)의 급여 수준이나 사내 복지 수준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기업 기준으로 300~999인 기업은 5.2%, 1000인 이상 기업은 6.8% 이상 임금 격차가 난다.

더구나 이 통계는 사무직과 생산직의 격차나 업종 간 격차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춰 볼 때 인천 지역과 서울 지역의 임금 격차는 그 이상 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자리가 주민 수에 비해 적은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인천 특히 인천 서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이런 지역일수록 서울 업무 중심지까지 접근성이 좋은 교통수단이 중요하다. 이런 교통수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런 지역의 주택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일자리가 적거나 서울 업무 중심지까지 접근성이 불편한 지역은 그만큼 실수요도 적다고 봐야 한다.

◆ 저조한 주택 수요가 집값 하락의 직접적 원인
미분양 무덤 된 인천, “도대체 무슨 일이?”
그런데 주택 수요에는 실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 수요도 어느 정도 시장가격에 반영되는데 이런 주택 수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심리적 요인이다. 어떤 지역의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앞으로의 집값 전망도 좋다면 그 지역에는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일자리 증가에 따른) 실수요가 단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더라도 집을 미리 사놓으려는 투자 수요가 분양 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분양이 많은 지역과 매매가 상승률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전국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경남 창원은 지난 2년간 아파트 매매가가 11.7%나 하락했다. 창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미분양이 많은 상위 20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2년간 7.1%나 하락했다.

상위 21~40개 지역의 하락률도 3.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값이 2.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미분양이 많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값 하락률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주택 수요가 적은 지역이 집값 하락률도 크다는 당연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주택 상승률이 낮은 지역, 더 나아가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분양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저조한 주택 수요가 집값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집값 하락도 투자 수요를 더 위축시킨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단신도시의 경우 투자 심리 위축에 불을 지른 것은 3기 신도시 발표다. 정부는 9·13 조치의 후속 조치로 인천 계양지구에 1만7000호, 부천 대장지구에 2만 호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천 계양지구나 부천 대장지구는 검단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깝다. 다시 말해 인천 서구는 (일자리가 부족해) 마곡지구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인데, 검단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지역에 새로운 도시가 형성될 예정이라는데 검단신도시에서 분양 받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수가 없을 것이다.

검단신도시 분양을 기피하는 이들의 투자 수요를 투기꾼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 매수 자금은 어쩌면 이 실수요자가 평생에 걸쳐 모은 자금일 수도 있고 거기에 대출까지 포함한 자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투자 수요든 실수요든 자기 집값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이 때문에 집값 하락이 예상되거나 집값 상승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청약을 기피하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 인천 서구의 미분양이 급등한 것이다.

결국 인천 지역을 활성화할 최선의 방법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에 차선책은 서울 주요 업무 중심지까지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와 같은 추가 공급 계획은 인천 주택 시장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