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우려
-최소 연말까지는 중국·유럽·한국 주식 비율 축소 필요
cardboard boxes with USA and China flags from containers fired towards parties competing in a trade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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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준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상무·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지난 8월 말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확인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시각은 여전히 규범적이었다. 금융시장이 기대했던 과감함과 유연함을 찾기 어려웠고 내부적으로는 Fed 위원들 간의 극심한 견해차를 노출했다.

미국 국채 10년-2년 금리 역전과 30년-5년 금리 축소 전환은 Fed가 더 이상 미국 경제를 침체에서 구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한다.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소극적으로 뒤늦게, 충분하지 않게 나설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금융시장은 Fed의 도움 없는 홀로서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미국 주식은 떨어질 때마다 사들여야
‘보험성 금리 인하’ 기대 접은 금융시장…안전 자산 확보 나서
하지만 경기 상승 속도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양호한 취업자 수 증가와 임금 상승에 기반한 견고한 소비 증가세에 힘입어 당분간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보험성 금리 인하 기대가 소멸되더라도 미국 경제는 침체가 아니라 2016년과 유사한 경기 부진에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2.3%를 유지했지만 2016년 성장률은 1.5%로 둔화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가져오는 과도한 경기 침체의 공포와 함께 Fed를 향한 기대를 거둬내는 것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비관론을 더 자극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흐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하단은 273을 예상한다. 경기 침체 공포를 반영하며 일시적으로 그 이상의 주가 하락이 나타난다면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주식은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할 때마다 하단 부근에서 중·장기적으로 매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트럼프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1일 대중국 수입품 잔여분 3000억 달러(360조1500억원)에 대한 관세 부과 트윗과 일부 제외 및 연기,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후 달러·위안 환율의 7위안 돌파 그리고 보복 및 추가 관세율 인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도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겼다.

트위터 등을 통해 쉽게 말을 뒤집는 그의 다급하고 쫓기는 모습이 연속적으로 연출되면서 미·중 양국이 자칫 비이성적 오판으로 전 세계경제를 침체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 약세 속도 조절 카드를 활용하며 침착하고 일관성 있게 대응하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고 버티며 합의를 미루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적으로는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지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받는 충격이 훨씬 크다.

미국과 중국의 2020년 성장률은 각각 2.0%, 5.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이후 주고받은 보복 및 추가 관세 인상에 따른 성장률 하향 폭은 미국이 마이너스 0.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중국은 마이너스 0.4%포인트로 추정된다.

중국은 무역 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경기 부양 카드를 아끼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미 2018년 말 기준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마이너스 4.2%에 달하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 우려도 있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다.

중국 증시는 10월 예정된 중국 공산당 수립 70주년 행사 전까지 양호한 흐름을 이어 가겠지만 이후 하단의 견고함은 미국만큼 강하지 않다. 이 기간을 활용한 중국 주식의 ‘단기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한다.

상하이종합지수의 단기 상단은 3210이 예상된다. 중국과 상관관계가 높은 유로존과 한국 주식 역시 ‘단기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한다. 코스피지수의 하단은 1870이 예상된다. 기업 이익의 하향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재고 사이클의 저점이 내년 상반기 말쯤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최근 원화 약세가 가져올 수출 가격의 경쟁력 회복 등 긍정적 효과를 고려할 때 한국 주식은 연말 이후를 기대해 볼만하다.
‘보험성 금리 인하’ 기대 접은 금융시장…안전 자산 확보 나서
◆헤지용 국채와 달러, 엔의 비율 확대 유지해야

당장 오늘 미·중 무역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한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고 한·일 갈등도 모두 없던 것으로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금융시장이 환호하며 주가와 장기금리는 급반등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아마도 기업들의 행동은 다를 것이다. 일본산 필수 소재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기업가라면 소재의 국산화 계획을 계속해 진행할 것이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과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어 1년 내내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기업가라면 다른 장소와 대체 수단, 대체 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최적 조건에서 생산하던 기업의 비용은 증가하고 효율성은 저하된다. 대체재와 대체처를 찾는 과정에서 계획됐던 투자·고용·구매 등은 마찰적으로 늦춰지거나 보류될 것으로 판단된다.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로다.

규범적이어서 완고해 보이는 Fed와 쫓기는 듯 퇴로를 찾지 못할 것 같이 불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합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둔화 위험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 Fed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 가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은 홍콩·대만 문제와 연계되며 전후 국제경제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위험까지 높여 놓았다.

미국 경제는 견조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행동이 위축되면 자기실현적 비관을 통해 실제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금융시장이 강하게 요구했던 ‘보험성 인하’에 대한 Fed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금융시장은 Fed 대신 스스로 보험 가입을 통해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의 가격 하락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안전 통화로 분류되는 미국 달러, 일본 엔, 스위스 프랑 등의 통화가치와 전 세계 국채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이유다.

비싸더라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헤지용 국채와 달러, 엔의 ‘비율 확대’를 유지해야 한다. 달러 강세에 대한 Fed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엔화 포지션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도 유효하다.

만약 Fed에 대한 시장의 단념에도 불구하고 대대적 통화 완화가 유발된다면 1차적으로 장기금리가 급락한 이후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이고 반대로 Fed가 계속해 완고한 신호를 보내며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완전히 실패한다면 글로벌 경제 침체가 가까워졌다는 인식으로 장기금리 하락과 함께 수익률 곡선은 점점 더 평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2호(2019.09.16 ~ 2019.09.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