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46호 (2019년 10월 16일)

‘탈중앙화 금융의 선봉장’ 크립토 뱅킹 알아보기

[비트코인 A to Z]

스마트 콘트랙트와 암호화폐 기반으로 예금과 대출 가능…아직은 ‘기술적 한계’ 있어



[김경진 해시드 심사역] 미국 중앙은행(Fed)은 9월 18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는 비단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 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 시중은행들은 보통 연 1.5%에서 2% 수준의 금리를 제시한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이러한 예금 상품들의 금리도 더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저금리 시대에 연 8.22%의 고금리를 제시하는 예금 상품이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이 상품은 약정 기간 없이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복잡한 본인 인증이나 신용 평가 절차 없이 전 세계 누구나 제한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이것이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크립토 뱅킹의 특징이다.


은행이 여러 업무를 하지만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자산을 맡기고 빌려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예금·대출 사업이다. 크립토 뱅킹은 이러한 뱅킹을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 같은 암호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립토 뱅킹은 또 두 가지 사업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크립토 뱅킹 대표 서비스로 떠오른 컴파운드


첫째는 전통적인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가 개입하는 모델이다. 블록파이(BlockFi)와 같은 단독 서비스, 바이낸스와 같은 거래소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하다. 중개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개자가 서비스를 잘 운영하지 못하면 전통 금융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둘째는 중개자의 역할이 최소화되는 모델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해 예금 대출 업무를 자동화하겠다는 것이다. 디파이에서 주목하는 탈중앙화 크립토 뱅킹은 바로 이 영역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컴파운드(Compound)가 탈중앙화 크립토 뱅킹에서 선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면 탈중앙화 크립토 뱅킹은 어떻게 동작하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까. 중개인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탈중앙화 크립토 뱅킹에서는 기본적으로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 모델을 이용한다. 컴파운드는 담보를 예치하면 이자를 발생시키기 시작하며 담보물 가치의 일정 수준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해 대출금 미상환 위험이 생기면 담보물을 강제 청산해 담보 비율을 맞춘다.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일어나며 자본 공급자와 자본 수요자가 풀을 통해 매칭되므로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비용이 없고 유동성 또한 풍부하다.


이런 서비스를 누가 왜 이용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자본 공급자인 예금 사용자가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암호자산을 이러한 뱅킹 서비스에 예치해 둔다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자본의 시간 가치를 실현해 수익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또 미국 달러만큼의 가치를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이용하면 암호자산 시장의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전통 금융에서 보기 힘든 높은 이자율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본의 소비자인 대출 사용자들은 크게 실사용 목적과 투자 목적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실사용 목적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팔지 않으면서 동시에 현금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부동산 담보대출에 비유하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 자녀 학비를 마련한다든가 하는 상황이다. 이더리움을 예치하고 다이를 받은 뒤 이 다이를 현금으로 바꾼다면 완전히 동일한 시나리오가 된다.


또 사용하고자 하는 대상이 현금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더리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수수료를 지불하기 위한 상황일 수도 있고 토큰 보유자들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한 상황일 수도 있다. 이때는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이더리움을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이더리움을 구매하는 것 대비 장점은 이더리움의 가격 변동 리스크에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 목적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투자 포지션에 변화를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단순히 매수·매도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없는 특별한 포지션을 창조하기 위한다는 점에서 전통 금융에서 파생상품(derivatives)을 소비하는 이유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더리움의 롱 포지션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더리움을 예치하고 다이를 대출한 다음 다이를 통해 이더리움을 구매한다. 이렇게 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더리움보다 더 많은 수량을 가진 것 같은 수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탈중앙화 금융은 전통 금융보다 무엇이 장점일까. 단순히 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근본적인 장점이 되기 어렵다. 컴파운드에서도 자산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이자율이 변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본 공급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자율이 떨어진다.


탈중앙화 금융의 근본적인 장점을 몇 가지 정리하면, 첫째로 빌려주는 쪽이나 빌리는 쪽에서 신원 인증(KYC) 등의 절차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나라에 살든, 어떤 신용 등급을 가지고 있든 전혀 상관이 없다. 둘째로 중개자 리스크가 매우 낮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금융회사는 고객 예치금을 횡령한다든가 운용에 실패해 손실을 발생시키고 이를 고객의 부담으로 전가할 수 있다. 반면 탈중앙화 금융에선 스마트 콘트랙트만 잘 작성돼 있다면 이런 일들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낮은 수수료·자유로운 입출금 등이 큰 매력


셋째로 중개자의 역할이 미미하기 때문에 대체로 수수료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넷째로 대체로 입출금이 굉장히 자유롭다. 컴파운드의 경우에는 입금이나 출금이 아무 때나 가능하며 입금하는 동시에 이자가 발생하고 출금하는 동시에 원금과 이자가 상환된다. 마지막으로 확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컴파운드를 예로 들면 예금을 예치하는 순간 ‘c토큰’이라는 것을 발행해 준다. 토큰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이것을 누군가에게 전송하거나 이를 담보물로 콘트랙트에 예치하는 등의 활동이 자유롭다. 또한 스마트 콘트랙트의 호환성을 잘 이용하면 여러 가지 합성물(synthetics)이나 파생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rDAI(Redeemable DAI)를 들 수 있다. rDAI는 컴파운드에 예금을 예치했을 때 c토큰이 가지는 원금 인출권은 원래 소유주에게 주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자의 수령권만 다른 사람에게 이전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비트코인 1개를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되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자만 결식 아동들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물론 탈중앙화 금융의 많은 플랫폼들이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도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신용 평가를 하지 않는 대신에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대체로 가명성(pseudonymity) 또는 익명성(anonymity)을 가정하기 때문에 담보가 없다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또 대출금 대비 담보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스마트 콘트랙트가 자동으로 담보 자산을 청산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는 담보물로 잡힌 암호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더욱이 담보물의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는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담보물의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채권의 위험성을 헤지하기 위해 담보물을 강제 청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담보물을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게 되며 결국 담보물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이끈다.


탈중앙화 금융을 지향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아직까지는 충분히 탈중앙화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큰 숙제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원래 한 번 배포하면 코드를 수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들은 버그든 기능 개선이든 소스 코드를 수정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코드를 수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매번 새로운 콘트랙트를 배포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연구가 있었고 현재 대부분은 프록시 콘트랙트(proxy contract)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때 콘트랙트의 소유자가 맘대로 콘트랙트 소스 코드를 사실상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신원 인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 세탁 등의 불법적인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탈중앙화 금융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전통 금융이 제공하지 못하는 장점들을 극대화하면서 단점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현대 금융 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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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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