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여전한 공급과잉에 현대중공업 R&D센터 분당 이전 등 주의할 점 많아
외지인 투자 비율 급증한 울산, 과연 괜찮을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울산 주택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40개월간의 하락을 멈추고 올해 10월부터 아파트 시세가 반등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주 대비 상승률이 10월 둘째 주에 0.01%를 기록해 상승 반전한 뒤 셋째 주에 0.06%, 넷째 주에 0.08%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셋째 주부터 전국 평균 상승률을 추월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지금이라도 당장 울산으로 달려가 저평가된 아파트를 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미 발 빠른 사람들이 좋은 매물을 선점해 놓았다.

◆ 이상한 20~30대 투자자 급증 현상

올해 들어 울산 지역의 외지인 투자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울산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지인들이 울산 아파트를 매수하고 있다는 것은 실수요가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움직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대전 지역의 외지인 투자 비율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대전 지역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손을 빼고 울산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증거는 20~30대의 투자 비율이다. 주택 시장의 큰손은 전통적으로 40~50대다. 주택은 주식에 비해 초기 투자 자금이 많이 들어가므로 자산이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에 투자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투자 연령대가 상당히 낮아졌다.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아파트 매수자의 29.0%가 20~30대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이들 20~30대의 특징은 투자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점이자 약점이다. 투자 경험이 적다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당히 많이 노력한다. 강의도 많이 듣고 발품도 많이 판다. 공부를 많이 하는 만큼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빨리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투자 자금이 적기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주입됐을 때 이를 검증할 만한 경험이 부족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얄팍한 정보가 투자의 전부인 양 착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울산 지역은 올해 들어 30대의 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분기에 34.4%였던 것이 3분기에는 37.5%에 이른다. 물론 울산 지역에 젊은 노동자가 많이 살기 때문에 20~30대의 투자 비율이 높을 수는 있다. 울산 지역은 1분기에도 20~30대의 비율이 높았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심하다.

물론 울산 지역 경기가 좋아지면서 울산에서 직장을 구해 전입해 온 20~30대가 많아진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019년 1분기에 비해 3분기에 경기가 좋아져 인구가 많이 늘어났는데 그 늘어난 인구가 20~30대여서 그렇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추정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19년 1월 울산의 20~30대 인구는 31만8381명이다. 그런데 9월의 인구는 그보다 적은 31만1924명이다. 8개월간 오히려 6457명이 줄어들었다.

결국 울산 지역의 20~30대 투자 비율이 높아진 것은 실수요자보다 외부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급격히 살아날 가능성은 낮아

그러면 왜 이들은 울산 지역을 선택했을까. 우선 실투자금이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적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자본금이 적기 때문에 전세와 매매가의 차이가 적은 곳이 선택된 것이다.

둘째, 아무리 갭이 적어도 집값이 떨어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조선 경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호재를 감안하면 울산의 집값이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울산 지역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동안 울산 지역의 악재였던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서 상승 랠리가 시작될 것이라는 논리가 퍼지고 있다.

그러면 이들의 희망 사항대로 시장이 움직여 줄까. 당분간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외부 투자자라고 해도 울산 지역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가격 상승이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살 때보다 팔 때다. 부동산은 환금성이 낮은 투자 상품이다. 사는 것은 아무 때나 사면 되지만 팔 때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느 지역의 집값이 꾸준히 오르려면 실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울산 지역의 경기가 살아나면 실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대감만큼 급격히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특히 공급 과잉 해소 움직임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2019년 9월 말 기준으로 울산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재고는 아직도 1345채나 남아 있다. 이는 가구 수 대비로 보면 전국 평균 이상이다. 아직도 울산은 공급 과잉 지역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울산 주택 시장의 최대의 악재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앞으로 3~4년 후인 2023년이 되면 현대중공업 R&D센터가 분당에 지어진다. 여기에 5000명의 직원이 입주하게 되는데 이 인원이 모두 신입 사원이 아니라 상당수는 울산에서 이주하는 직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분당에 입주하는 5000명의 직원이 모두 울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아니다. 기존에 서울 등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도 분당에 입주하게 된다.

하지만 울산에 있는 R&D 분야는 모두 분당으로 가게 되고 재경팀 등 본사 기능은 서울 계동 빌딩으로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울산 지역의 인력 비중이 예전보다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울산은 분당이나 서울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현대중공업 R&D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울산 토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이 울산 집을 (노후에 거주하기 위해) 놓아 두고 수도권으로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은 전세를 빼고 자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집을 팔고 이사 갈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전셋값이나 집값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조선 경기가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울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가 많다. 울산 경기가 좋아진다는 하나의 변수만 보고 덜컥 투자하기에는 투자의 세계는 따져볼 것이 많다는 뜻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