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글로벌 증시,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에는 주춤
-이후 유동성 확장 힘입어 내년 상반기까지 ‘쭉쭉’ 상승
-3분기까지는 한국·중국 증시 상승세 더욱 가파를 것
-막연한 공포감 대신 꼼꼼하게 ‘옥석’ 가릴 타이밍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KB증권은 올해 초 신동준·유승창 상무를 공동 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증권 이후 공동 센터장 체제를 도입한 둘째 사례다. KB증권은 공동 리서치센터장 체제로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다.
신동준·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안전 자산 말고 주식에 투자하라”
◆종목 변동성 부담된다면 ETF가 해답

신동준 리서치센터장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등을 역임했다. 2018년 KB증권 리서치센터로 옮겨 자산배분전략부를 총괄해 왔다. 채권과 글로벌 자산 배분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운용본부장을 거쳐 2011년 KB증권에 합류했다. 은행 등 금융 업종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며 기업분석부를 이끌어 왔다.

이들은 리서치센터가 비용만 쓰는 부서로 인식되는 업계의 편견을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른바 ‘수익형 리서치’의 안착을 위해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선보인 ‘자산배분 EMP(ETF Managed Portfolio) 솔루션’ 등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자산배분 EMP는 투자자에 맞춰 상장지수펀드(ETF)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투자 목적과 투자 성향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기관투자가에게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기업퇴직연금 등 상황에 따른 자금 운용의 제약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신 센터장은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피해 세계적 고령화로 장기 성장이 전망되는 헬스 케어 관련 종목 혹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5세대 이통통신(5G) 관련 유망 종목 등을 묶어 놓은 ETF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KB국민은행·KB손해보험 등 그룹 내 모든 관계사와 협업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또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관련주 등에 대한 보고서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SG는 사회적 책임을 금융 시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재무적 요소는 물론 환경과 지배 구조 개선 노력 등 지속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이른바 ‘ESG적 관점’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식이다.

최근 핫한 해외 주식과 리츠(REITs : 부동산 투자회사) 등에 대한 리서치도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해외 주식 관련 보고서를 고도화하기 위해 미국 6위권 증권사인 스티펠(STIFEL)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유 센터장은 “스티펠과의 제휴를 통해 오는 3월 KB증권 애널리스트가 미국의 ‘빅테크’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을 직접 탐방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이들 기업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리포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기업의 목표 주가를 제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센터장은 올해 글로벌 증시가 무난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1분기에는 다소 주춤하겠지만 2분기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의 사례에서 공포감의 정점이 2개월을 전후한 시점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바이러스의 충격은 2월을 정점으로 4~5월 안에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의 생산 부진이 하반기 생산 확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코로나19 우려가 중국 등 주요국의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글로벌 증시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센터장은 “미국 주식은 완만한 경기 개선과 글로벌 유동성 확장세가 이어지면서 추세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이고 신흥국 증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3분기까지는 한국과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식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미·중 무역 분쟁 완화에 따른 경기 저점 기대와 높은 기업 이익 전망치, 미국의 투자 사이클 회복에 따른 정보기술(IT) 섹터의 반등 등이 긍정적 요소”라며 “중국이 신경제 분야인 전기차·5G·반도체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센터장은 변수로 꼽히던 11월 미국 대선도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의 인물이 선출되면 본선에서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장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동준·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안전 자산 말고 주식에 투자하라”
신 센터장은 “조 바이든 대세론이 타격을 받으면서 민주당 중도 진영을 중심으로 시장 친화적인 마이클 블룸버그 후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친기업적 성향을 지닌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본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기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좋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해 주가 올리는 기업 주목하라

두 센터장은 유망 해외 주식으로 미국의 아마존과 애플·마스터카드를 꼽았다. 중국 기업 중에는 반도체 장비 업체인 북방화창과 자동차 부품사 탁보그룹, 전기차 배터리 업체 녕덕시대 등을 선호주로 제시했다.
신동준·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안전 자산 말고 주식에 투자하라”
유 센터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소재 업체로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의 수혜주인 국헌하이테크,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로 5G 사이클 지속과 화웨이 밸류 체인의 수혜주로 꼽히는 선난써키트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두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지수도 시장의 긍정적 이익 모멘텀에 힘입어 24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지난 2년간 하강 국면에 있던 미국 투자 사이클이 반등하는 해로, 미국 IT 투자의 중간재 성격을 지닌 반도체 업종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주목할 종목으로는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광고 매출 증가를 비롯해 자회사들의 지분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카카오를 꼽았다. 올해 유럽 지역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자동차 전지 부문의 본격적 성장이 예상되는 LG화학도 기대주다.

두 센터장은 앞으로 인류가 맞이해야 할 인구 감소의 시대는 역성장과 디플레이션에 익숙해져야 하는 축소 균형의 시대인 만큼 저성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에 대한 수많은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부채 없는 성장’을 통해 침체에 빠지지 않고 있고 기업은 생산을 통해 재고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센터장은 “지난 수년간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대형 기술주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따른 발행 주식 수 축소와 배당 확대는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자 축소 균형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앞으로는 저금리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자기자본을 줄이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