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비트코인- 신뢰 잃어 가는 달러와 유로
- 국경 초월한 디지털 자산 각광 받을 것


코로나19, ‘디지털 기반 경제’로 가는 터닝 포인트 될까
(사진)유럽연합(EU)은 3월 17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의 국경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날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로 넘어가는 국경 방향으로 자동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EPA연합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미국 증시가 초단기간에 유례없이 큰 폭으로 폭락했다. 이번 폭락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부실 사태로 불리는 2008년 금융 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실 자산들로 인해 생긴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다. 이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은행을 정조준해 부양했고 그 결과 빠르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며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지난번처럼 문제가 한 부문에 집중돼 있는 종류의 위기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경험해 보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최악의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실물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또 2008년 이후 여러 번의 양적 완화로 이해할 수 없을 수준의 버블이 끼어 있는 상황에 터진 위기다. 예상할 수 없는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라 모든 경제 엔진이 꺼지고 있고 서서히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초 이란 사태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하며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확고히 인정받는 듯했다. 그리고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질 때 또 한 차례 강하게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생각을 강화해 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시아에만 머무르지 않고 강한 전염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에까지 퍼지면서 전 세계 경제 하락과 동시에 비트코인도 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채권과 같이 전통 시장의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자산들의 가격이 올랐지만 나중에는 더 심한 패닉 셀로 그마저 버티지 못하고 모든 자산이 달러로 이동했다.

결국 현금이 왕이었고 진정한 안전 자산은 달러밖에 없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아직 비트코인이 달러, 미국 국채, 금에 비하면 위험 자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비트코인의 지위는 전통 금융의 관점에서 볼 때 아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산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전통 금융의 몰락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더욱더 각광 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시장이 흘러갈지 예측해 보자.

◆이탈리아 흔들리면 유로존도 흔들려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에도 유로존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로 지목받아 왔다. 실제로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벌어진 그리스의 경제 위기는 유로존의 위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유로의 경제적 맹주인 독일이 그리스를 구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로존을 지킬 수 있었고 아슬아슬한 동맹은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존 내 각국 정부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계속 노출돼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위기에 노출됐을 때 각 나라가 미국·일본·중국처럼 강한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에 모든 통화 정책을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으니 재정 정책으로만 경제를 부양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불러 온다. 재정 수지가 약해지면서 정부의 손발이 모두 묶여 버리게 되고 이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 실제로 그리스는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 2018년 구제금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 들이닥칠 경제 위기는 이탈리아의 차례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는 2008년 이후 거의 성장하지 못했고 여전히 재무 건전성을 높이지 못한 채 이번 위기에 빠져들었다. 관광 산업이 경제의 핵심인 이탈리아의 경제 구조로 미뤄볼 때 올해 심각한 역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탈리아가 경제 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앞서 말한 그리스의 경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그리스의 8배나 되고 전 세계에서도 10위권 안에 들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파급력이 매우 클 수 있다. 만약 이탈리아가 경제 위기에 빠진다면 그 주변 국가인 스페인·프랑스·독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유로존의 경제 위기까지 연쇄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있다. 최악에는 유로존 해체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ECB나 유로화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향해 떨어질 것이다. 유로화와 유로화 기반 자산에 모든 자산을 모아 뒀던 개인들은 자산 가격의 흔들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자산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서 첫째로 고려할 자산은 달러화 자산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대체 자산 중 하나로, 비트코인이 지목될 가능성이 역시 높다. 어떠한 중앙화된 주체도 시스템을 흔들 수 없으면서 모든 나라의 금융에 연결될 수 있는 비트코인이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누군가에게는 좋은 옵션이 될 것이다.

이것은 작년 나라 경제가 흔들렸던 베네수엘라, 미국과의 전쟁이 날 뻔했던 상황에서의 이란에서 똑같이 일어났던 상황이다. 유로존이 흔들린다면 앞선 사례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자산이 비트코인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달러는 결국 ‘지역 화폐’가 될 것


미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달러 패권을 유지하며 기축 통화의 지위를 누려 왔지만 조금씩 그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미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간 원유 감산 합의 실패로 주요 산유국 간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달러는 석유에 대한 유일한 결제 통화로 기능했던 ‘페트로 달러’ 체제의 위상을 잃고 점차 미국 지역 화폐로 변해 갈 것으르 예상된다. 물론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굳건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투자자들의 달러 선호 현상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경제 위기로 또다시 양적 완화를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달러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처방으로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경제 위기에 대한 중앙은행의 오래된 처방전이 이제는 유통 기한이 지났다는 것을 경제 주체들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달러 그리고 미국 주도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의지해야 할까. 사람들은 시스템 리스크가 만연해 있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 떠나게 될 것이다. 신용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고 무분별한 대출로 경제 위기를 만들어 내고 주권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돈을 찍어 낸 후 모든 사람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과거의 방식에 개인들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더 투명하게 운영되고 문제가 있더라도 빠르게 고쳐질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선호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사람들의 많은 습관이 바뀌고 있다. 평소 시장에 장을 보러 가던 어머니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등산과 스포츠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유튜브와 게임을 하는 시간을 더 늘리기 시작했다. 실물 경제는 무너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국경이 없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교차하는 디지털 세상에는 지역 화폐의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 비율이 실물 자산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디지털 신세계는 콜럼버스의 신대륙보다 더 광활한 세계일 것이다. 그 세계에는 무한한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안에서 무한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세계의 금융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질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