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 위반 입증해야…문자 등 ‘작은 증거’도 성실히 제출 필요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때문에 새집 계약금 못 냈다면?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 #A 씨는 임대차 만기에 이사를 가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임대인에게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했다. A 씨는 이사 들어갈 집을 임대차 계약하는 등 모든 준비를 했지만 막상 이사 당일 기존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이사 들어갈 집 임대차 계약의 계약금 3000만원까지 몰취 당했다.

이 의뢰인에게 사건을 의뢰받은 것은 1심 판결이 선고된 직후였다. 다른 변호사를 통해 1심 재판을 진행했는데 가장 중요한 쟁점인 몰수당해 손해를 본 3000만원에 대한 청구가 기각되고 말았다.

의뢰인의 주장대로라면 3000만원 손해 배상 청구에서 승소해야 마땅했다. 계약 만기에 이사 간다는 사실을 사전에 임대인에게 충분히 고지했고 이사가 예정된 당일에는 이사 업체를 통해 이삿짐을 꾸려 다세대 건물 1층 주차장까지 이동했음에도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3000만원을 손해 봤다는 점에서 상대방의 계약 위반, 손해 발생의 인과 관계 면에서 능히 승소가 가능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판결문 확인 결과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동시 이행 관계에 있는 임차인의 건물 인도 의무의 이행 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결국 임대인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어 손해 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단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때문에 새집 계약금 못 냈다면?
의뢰인이 주장한 사실 관계에 기초하면 의뢰인은 임차인으로서 충분히 이행 제공을 다한 것으로 판단됐고 3000만원에 대한 배상 판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2심 사건 수임 후 항소이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예상대로 1심 소송 대리인이 이행 제공 문제를 간과해 이 부분에 대한 주장 입증을 소홀히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뢰인이 주장하는 진실은 이사 당일 이삿짐 업체를 통해 집에서 이삿짐을 꾸려 1층 빌라 주차장까지 짐이 나오기까지 했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임대인과 많은 전화와 문자가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삿짐이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뢰인과 대화를 통해 관련 증거도 충분히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소송 대리인은 이삿짐 업체와 체결한 계약서를 제출하는 정도로 입증을 마무리했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믿고 다른 증거 제출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법률 문외한이라 소송에서 필요한 입증의 정도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당시 사실 관계를 다시 정리해 최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는데 이사 당일 이삿짐이 집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집주인과 연락이 잘되지 않고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당사자의 급박하고 절절한 마음을 나타내기 위해 집주인에게 보낸 욕설 섞인 문자 메시지까지 증거로 제출했다. 건물 인도라는 임차인 의무의 이행 제공을 인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 배상 책임을 청구하는 임차인은 자신의 이행 제공 사실을 포함한 상대방의 계약 위반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데 ‘입증’이라는 것은 법관을 확신의 단계에 도달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실 관계의 입증은 중요한 증거 위주로 하되 최대한 많은 증거를 제출하는 등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