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계약 해제 시 ‘담보신탁’이라면 신탁회사 아닌 시행사에 분양대금 반환 받아야
부동산 계약 시 ‘토지신탁’인지 ‘담보신탁’인지 봐야 하는 이유
아파트·오피스·상가·공장 등을 신축·분양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은 신탁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탁 관계에서 부동산을 신탁하는 자를 위탁자, 신탁 받는 사람을 수탁자라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한 시행 회사가 위탁자가 되고 수탁자는 ○○부동산신탁·○○자산신탁 등의 이름을 가진 부동산 신탁 회사가 대부분이다.

먼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 신탁 회사(수탁자)가 분양자(매도인)가 되는 경우가 있다. 신탁 회사가 분양자로서 분양 계약의 당사자가 되면 수분양자와 직접적으로 법률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분양자인 신탁 회사는 수분양자에 대해 분양 계약의 이행 의무를 부담하므로 분양 대상 건축물을 신축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줘야 한다. 수분양자는 분양 계약서에 기재된 분양자(신탁 회사) 명의의 분양 대금 계좌에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분양 대금을 입금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분양 계약이 해제되거나 취소되는 등으로 수분양자가 이미 납부한 분양 대금을 반환받아야 하는 사정이 발생할 때다. 이때 분양자인 신탁 회사는 분양 계약의 당사자이므로 수분양자에게 해당 분양 대금을 반환해 줘야 한다.

간혹 분양 계약서에 분양자인 신탁 회사가 분양 대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위탁자가 이를 부담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양 계약의 내용은 수분양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어서 ‘약관’으로 보아 약관규제법에 따라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하급심 판결).

이처럼 신탁 회사가 분양자로서 분양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는 여러 부동산 신탁 제도 중 ‘토지신탁’이라는 제도를 활용한 경우다.

그런데 부동산 개발 사업의 시행 회사(위탁자)가 단순히 부동산만 신탁 회사(수탁자)에 신탁했을 뿐 여전히 분양의 주체인 경우도 많다. 이 경우는 ‘토지신탁’이 아니라 ‘분양관리신탁’, ‘담보신탁’ 등의 제도를 활용한 경우다.

즉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 시행 회사(위탁자)가 건축물을 매도하는 분양 계약의 분양자가 될 수 있다. 시행 회사가 분양 계약의 당사자라는 것은 수분양자와의 관계에서 분양 계약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시행 회사라는 의미다.

그래서 분양자인 시행 회사가 분양 대상 건축물을 신축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 줘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 경우 신탁 회사는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때 분양 계약서를 보면 분양 계약의 당사자인 시행 회사 명의의 계좌가 아니라 신탁 회사 명의의 분양 대금 계좌에 분양 대금을 입금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여기서 다소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신탁 회사 명의의 계좌에 분양 대금을 입금했으므로 향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신용도가 높은 신탁 회사에서 당연히 분양 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분양자가 간혹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위의 설명처럼 ‘분양관리신탁’이 아니라 ‘담보신탁’과 같은 제도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신탁이 이뤄진 경우(건축물 분양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는 통상 신탁 회사가 분양 대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분양 계약서에 기재된 신탁 회사 명의의 계좌로 분양 대금을 입금한 것은 법률적으로 분양자인 시행 회사에 분양 대금을 입금한 것으로 평가될 뿐이다.

따라서 수분양자와 신탁 회사는 특별한 법률 관계를 구성하지 않으므로 수분양자는 신탁 회사에 분양 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위탁자인 시행 회사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수탁자인 신탁 회사에 자금 지급 청구권을 가질 수 있고 수분양자가 이러한 위탁자의 권리를 대위 행사할 수 있다면 수분양자가 신탁 회사에 반환 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통상 그러한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결국 건축물 분양법이 적용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신탁 회사가 분양 계약의 분양자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수분양자로서는 추후 반환 사유 발생 시 분양자인 시행 회사(위탁자)에서 분양 대금을 반환받아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 분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