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준의 머니 인사이트]
-경기 침체 전망에도 반등하는 글로벌 증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새로운 질서는

[한경비즈니스=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경기 침체 전망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속도 조절은 거치겠지만 글로벌 증시의 중·장기적인 상승 흐름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네 가지 질문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나타나고 있는 경제와 금융 시장과 관련한 새로운 질서(New Corona Normal)와 이슈들을 정리했다.

◆궁금증 1
경제는 침체인데 왜 주가만 오를까. 과열 아닌가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금융 시장은 기대를 선반영한다. 경제가 단기간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시장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전 세계 경제가 멈추고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내몰렸던 상황을 고려하면 최악은 지나갔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둘째, ‘회복’의 정의가 다르다. 경제의 회복이 위기 이전의 소득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금융 시장은 위기 이전 추세(기울기)로의 회귀를 회복이라고 인식한다. 위기 이전과 이후의 경제 성장 추세 간 갭은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 새로운 기준에서의 추세가 중요하다.

셋째,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모든 경제가 멈춰 있었기 때문에 실물보다 금융 시장이 우선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넷째인데, 코로나19 확산이 전통 산업과 신산업의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는 과거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숫자를 지금 확인하는 것이다. 여전히 구경제와 전통 산업 비중이 높다.

반면 금융 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기업의 이익을 앞당겨 반영하고 거래한다. 앞으로 더 성장하고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이들의 주가는 상승한다.

건설·조선·해운·기계·철강·운송 등의 전통 산업은 공장과 투자의 규모도 크고 고용 인력도 많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만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은 이미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소프트웨어·콘텐츠·플랫폼 비즈니스 등 무형 자산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의 주가는 계속 상승 중이다.

미국 기업인 월마트와 아마존이 대표적인데, 매출은 월마트가 2배 가까이 크지만 시가총액은 아마존이 3배 이상 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무도 이상하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과거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통 산업 중심의 매출은 경제를 상징하고 완만하게 둔화되는 중이다. 반면 신산업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시가총액과 주가는 미래의 성장을 반영하며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전통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물 투자, 시설·운송 장비 투자는 덩치는 크지만 꾸준하게 줄고 있고 신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과 정보 처리 장비 투자는 작지만 빠른 속도로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 심지어 무형 자산 중에서 디자인, 브랜드 가치, 인적 자본과 조직 자본 등은 아직 GDP를 산출할 때 반영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네 가지
이들을 포함한 광의의 무형 자산 개념을 적용하면 GDP 대비 무형 자산 투자 비중은 현재 GDP 대비 지식재산 생산물 투자 비중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전통 산업과 신산업의 차별화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경제와 주가의 차별화는 추세적인 큰 흐름이다. 경제와 주가를, 전통 산업과 신산업을 분리해 보고 성장하는 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네 가지
◆궁금증 2
바이러스의 2차 유행 우려가 높은데 충격은 얼마나 될까

다수의 의학자들이 다시 겨울이 돌아왔을 때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직후 발생한 한국의 이태원 클럽발 감염자 재확산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2~3월과 달리 서울에서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더 높았지만 한 번 겪어 봤기 때문에 첫 발병 때와 같은 충격과 대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기업은 즉시 재택근무와 대체지 분산 근무를 신속하게 다시 시작했고 학교는 개학 연기를 즉각 결정했다. 의료 시스템도 안정적이고 마스크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높다. 영향력이 가장 큰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미국이 12월 또는 내년 1월에 코로나19 백신을 배포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밝혔다.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 체계, 취약 부분에 대한 정책 지원 등의 노하우가 쌓여 있고 이동 제한(lockdown) 아래 충격을 최소화는 경제 활동 연습도 해봤다. 재확산 또는 2차 유행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만 첫 확산에 비해 충격이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더 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이익 전망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바닥을 다지는 중이다. 선행성을 보이는 이익 수정 비율은 이미 상승하고 있다. 백신 개발 기대는 경제 활동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이익 전망을 높이기 시작할 것이다. 하향 조정 중인 올해 실적보다 내년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

◆궁금증 3
중국의 바이러스 책임론에 따른 미·중 분쟁 위험은 없나

1차 미·중 무역 합의 과정에서 역시 겪어 본 이슈다. 관세 부과와 기술 수출 제한, 금융 제재 등 경제적 제재는 미국 경제와 기업에도 큰 타격을 준다. 양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의 충돌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반도체 업종의 해외·중국 매출 비율은 각각 80%와 50%가 넘는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제적 충돌보다 홍콩의 인권 문제나 ‘하나의 중국’ 정책 등 양안 문제를 선거를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의 긴장감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겠지만 코로나19가 통제되기 전까지는 심각한 위협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궁금증 4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마다 강한 국경 통제와 이동 제한이 도입되면서 언택트(비대면) 경제의 부상, 지나친 중국 공급망 의존도에 대한 반성, 국산화와 리쇼링 정책 재검토, 인종 차별과 여행 수요 감소, 식량 안보의 중요성 부각 등 탈세계화(de globalization)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급망 차질은 일부 품목의 품귀와 맞물리며 물가 상승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침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소득의 파괴가 훨씬 더 크고 금융회사의 자금 중개 기능이 아직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보다 디플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담뱃값이나 통신비 인상처럼 소득은 줄거나 그대로인데 특정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면 나머지 품목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감소한다.

지금 미 중앙은행(Fed)은 화폐 발행과 국채 매입(양적 완화)을 통해 사실상 정부의 재정 적자를 채워 주는 ‘정부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를 진행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Fed가 장기 금리의 상단을 제한하는, 일본은행이 채택했던 수익률 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 정책도 논의되는 중이다.

현재의 정책으로도 중앙은행은 얼마든지 정부의 조달비용을 낮춰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매력적인 정책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부채 비중이 급증했다. 정부의 추가 자금 조달이 증세 없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채의 화폐화를 지탱해 줄 초저금리의 장기화가 필수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조금 다르다. 현재는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향후 경제가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과도한 재정 적자에 대한 건전화 작업이 시작된다면 그때는 통화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 카드가 소진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Fed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도입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도입은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높아졌다고 판단된다. 더구나 주요국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축소 균형 경제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마침 Fed 내부에서도 아주 얕은 수준의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