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이폰 장례식을 치른 까닭

[광파리의 IT 이야기] 대반격 나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최근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장례식입니다. 큼지막한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그려 넣은 관 모형을 들고 미국 레드먼드 본사 캠퍼스에서 행렬을 벌였습니다.

운구차를 뒤따르는 직원들은 검은 옷을 입었습니다. 나머지는 평상복 차림입니다. 검은 셔츠를 입은 사람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입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장례식이라기보다는 축제라고 말하는 게 맞습니다. 울긋불긋한 풍선과 활짝 웃는 표정이 장례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압권은 윈도폰7팀 직원들의 스릴러 댄스입니다. 50여 명이 음악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아이폰 장례식을 했을까요. 이들은 이 의식을 통해 무얼 달성하려고 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장례식은 새 모바일 운영체제(OS) ‘윈도폰7’ 출정식의 한 부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 11일 뉴욕에서 윈도폰7을 론칭합니다. 윈도폰7은 사운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모바일 OS입니다. 이 OS를 탑재한 ‘윈도폰’도 10월이나 11월 판매가 시작됩니다. 삼성전자·LG전자와 대만 HTC 등이 윈도폰7을 탑재한 ‘윈도폰’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대반격 나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모바일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윈도 모바일’이라는 모바일 OS로 스마트폰 시장을 움켜쥐려고 했는데 전략이 빗나가고 말았죠.

블랙베리와 아이폰 때문이었습니다. 캐나다 림(RIM)의 블랙베리가 돌풍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뒤에는 아이폰과 블랙베리가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윈도 모바일은 점점 잊혀 갔죠.

아이폰 발매 시점부터 계산하면 3년이 넘었고 블랙베리가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시점부터 치면 5년이 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움츠러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계적인 스타 기업인으로 뜨고 아이폰 신제품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서면서 밤샘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분하기도 하고 자괴심도 들었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윈도 모바일 개발을 6.5 버전에서 끝내고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이길 수 있는 혁신적인 모바일 OS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윈도폰7이고 이걸 탑재한 새로운 윈도폰이 곧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의 스릴러 댄스 동영상을 트위터에 소개했더니 비난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울분을 풀고 각오를 다지는 행사라고 봐주고 싶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엔 윈도폰7이 중요합니다. 애플 아이폰을 추격하려면 윈도폰7이 성공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모바일에서는 재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도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팔아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비대해면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죠. 지난해 나온 윈도7이 그나마 성공작입니다.

윈도폰7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중요한 모바일 OS입니다. 두 회사는 윈도폰에 관한 한 상당한 기술을 축적해 놓고 있죠. 잘만 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삼성이든 LG든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후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벌인 아이폰 장례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직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