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100대 신생 기업은?

미국 테크놀로지 전문 인터넷 매체 중에 실리콘앨리인사이더(SAI)가 있습니다. 일종의 뉴스 블로그인데 시원시원한 제목으로 정평이 난 매체입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자금난에 몰렸을 때 ‘침몰하는 타이타닉’이란 제목을 달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죠. 바로 이 매체가 최근 ‘디지털 100: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 기업’을 발표했습니다. 명단을 들여다보면 재밌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페이스북·징가 ‘선두’…한국 기업 ‘전무’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신생 기업은 어디일까요. 페이스북입니다. 3년째 ‘디지털 100’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04년에 설립돼 여섯 살밖에 안 됐는데 가입자가 5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업자입니다.

지난 10월 1일에는 하버드대 학생 마크 주커버그(26)가 페이스북을 창업해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됐습니다.

2위 신생 기업은 징가입니다. ‘팜빌’, ‘마피아워’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소셜 게임 업체로 하루 평균 5000만 명이 이 회사의 게임을 이용합니다. 페이스북에 소셜 게임을 올려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지요. ‘세계 최대’지만 2007년에 설립된 세 살배기에 불과합니다. 매출이나 기업 가치만 놓고 보면 1997년에 설립된 엔씨소프트와 비슷합니다. 물론 성장 속도는 징가가 훨씬 빠르죠.

요즘 우리나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트위터도 상위권에 포함됐습니다. 위키피디아·스카이프·크레이그스리스트에 이어 6위입니다. 2006년에 설립됐으니까 페이스북보다 두 살 어린 네 살배기입니다.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4000억 원쯤 되겠죠. 페이스북 250억 달러에 비하면 9분의 1에 불과하지만 트위터의 가치가 작은 게 아니라 페이스북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봐야 합니다.

미국 이외의 기업으로는 프랑스 방테프리베가 최고입니다. 트위터에 이어 7위. 2001년에 설립됐으니까 신생 기업 치고는 제법 나이를 먹은 e커머스 기업입니다. 회원제 세일즈 클럽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반 e커머스 서비스와 차별화됩니다. 작년 가을 15억 달러에 팔릴 것이라느니, 아마존이 군침을 흘린다느니 소문도 있었습니다. 8위는 러시아의 얀덱스, 9위는 영국의 베트페어입니다.

중국 기업도 3개가 포함됐습니다. 항저우에 있는 온라인쇼핑 사업자 타오바오가 12위, 상하이 온라인 비디오 사업자 투도우가 15위, 베이징 온라인 비디오 사업자 유쿠가 27위입니다. 12위 타오바오는 순방문자가 하루 4000만 명으로 알렉사 트래픽 순위에서 세계 20위권에 든다고 합니다. 2009년 매출은 290억 달러. 올해는 2배 수준인 58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66조 원인가요? 중국 인구가 많기 때문이겠지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SAI가 무엇을 기준으로 ‘디지털 100’을 선정했는지 모르겠지만 2000년 이후 설립된 기업으로 국한하고 후보를 생각해 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신생 기업이 없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1995년, NHN(네이버) 1999년, 엔씨소프트 1997년, 넥슨 1994년…. 우리나라 인터넷 주도 기업들은 대부분 1990년대 중·후반에 설립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굳이 꼽으라면 2000년대 중반께 반짝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돌풍 정도겠죠.

그러나 싸이월드는 미국 등지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안방에서 페이스북의 돌풍을 막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작금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생각하면 당분간 대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브랜드는 삼성과 LG뿐입니다. 물론 대기업이죠. 우리 신생 기업들은 왜 글로벌 브랜드로 뜨지 못할까요. “내수시장이 작아서”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영어를 잘 못해 해외 진출이 어려워서”라는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이것은 핑계일 뿐입니다. 벤처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만 조성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