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

벤처 업계에서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서비스, 또는 회사가 있다면 어딜까. 예년 같았으면 이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화제가 될 만한 회사가 별로 없거나 몇몇 회사가 경쟁을 하게 마련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올해는 이에 답하기가 너무 쉬운 한 해였다. 올 초 혜성같이 나타나 국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어 내고 단숨에 업계 1위가 된 회사. 티켓몬스터가 주인공이다.

◎ 창업 첫해에 매출 150억 원 = 티켓몬스터(www.ticketmonster.co.kr)는 올해 5월 10일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트를 오픈하자마자 하루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처음부터 10명이 방문하면 1명꼴로 실제 구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창업자 5명이 맥도날드 햄버거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창업자 중 한 사람(신현성 대표)의 집에서 숙식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해결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회사가 지난 9월 창업한 지 5개월 만에 월매출 20억 원을 돌파했다. 신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사용자가 늘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속도라면 연말에는 월매출이 5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창업 첫해 매출이 100억~15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리다.

최근 몇 년간, 아니 한국의 벤처사를 다 뒤져봐도 창업 첫해에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켓몬스터가 오픈한 후 이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티켓몬스터는 업계의 다른 회사 매출 전체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며 독주하고 있다. 업계는 티켓몬스터가 소셜 커머스 분야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시장이 초창기이지만 소셜 커머스 업계의 ‘네이버’라고 할 수 있다.

◎ 소비자·판매자·중개자가 모두 득을 보는 구조 = 티켓몬스터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티켓(공연·운동경기장·음식점·클럽·골프연습장·헤어숍·피트니스센터 등)을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공동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티켓몬스터는 이를 소셜 협동 구매라고 명명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소셜 커머스 돌풍 주역…월매출 20억
소셜 협동 구매는 소비자들이 블로그·카페·싸이월드·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협동해 특정 서비스를 기존보다 크게 저렴하게 구매하는 새로운 구매 트렌드다.

기존의 다른 블로그나 카페에서 하는 공동 구매 서비스와 달리 24시간 동안 한 가지 티켓에 대해서만 공동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품목이 매일 바뀐다. 정상가의 50% 할인을 기본으로 하되 티켓에 따라 이보다 더 싼값에 나오기도 한다.

티켓몬스터가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뭘까. 우선 이들은 미국의 소셜 구매 사이트 그루폰 (www.groupon.com)의 성공에 주목했다. 소셜 구매의 기본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가 한국에서도 다양화되면서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싸이월드 이후 국내에서 명맥이 끊긴 SNS 분야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해외 서비스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사람들이 다시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고 이를 활용해 다양하게 활동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게 최근의 흐름이다.

여기에 블로그와 카페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공동 구매나 원어데이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하루 한 가지 상품 구매 등의 서비스를 접하면서 소비자들이 이런 서비스에 친숙해졌다는 것도 이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서비스가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점이었다. “이왕 사업을 할 것이라면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 아직 한국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신 대표가 처음 창업할 때 가졌던 바람이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사업자로부터 하루 한 가지의 서비스만을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 받고, 사업자들은 초기 비용과 위험부담 없이 효과적이고 빠른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유난히 주말 손님이 없어 골치를 앓고 있는 식당이 주말 뷔페 식사권을 티켓몬스터를 통해 판매하면 식당의 빈자리를 채울 만한 손님을 모을 수 있다. 손님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식사권을 구매할 수 있다. 티켓몬스터가 채우려고 하는 것은 이런 수요와 공급의 시간적·공간적 불일치에서 나오는 빈 공간이었다.

티켓몬스터가 처음으로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한 매장은 ‘캐슬프라하’라는 맥줏집이었다. 신 대표와 영업담당 김동현 본부장은 첫 대상인 캐슬프라하에 가서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매장의 빈자리를 우리가 모두 채워 드리겠습니다. 홍보와 마케팅은 우리에게 맡겨 주시고 좋은 서비스만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

맥주와 안주를 반값에 먹을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자마자 1000장이 팔려나갔고 매장 주인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바닥부터 훑으면서 영업을 하고 남자 5명이 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하면서 고객에 전화에 응대하고 인터넷으로 마케팅을 했다.

◎ 막강한 맨파워 =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첫출발과 이들의 프로필은 언뜻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신현성 대표를 중심으로 신성윤 재무본부장, 이지호 전략기획본부장, 김동현 영업본부장, 권기현 마케팅본부장 등 5명의 창업 멤버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유명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와 한국의 KAIST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나이도 1985~87년생으로 비슷비슷하다. 신 대표와 신성윤·이지호 본부장이 유펜 출신이고 김 본부장과 권 본부장이 KAIST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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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이들이 왜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할까. 신 대표는 “사실 한국이 좋아서 들어왔다”고 털어놓는다. 신 대표는 아홉 살 때 미국에 건너가 유펜 와튼 경영 스쿨을 졸업하고 맥킨지&컴퍼니에 다니며 미국에서 잘 살아왔지만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건너온 이들 3명의 공통점은 부모님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것. 처음엔 걱정하던 부모님들도 이들의 진지한 생활 모습을 보고 허락했다고 한다.

신 대표는 “미국은 정말 창업 아이디어가 많고 우리와 환경이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창업도 쏟아지고 한국에서 적용할 만한 것들도 충분히 있죠. 그런데 아깝게 놓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 한국에서 기회를 살려보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막상 한국에 들어와 보니 창업 열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뜻이 맞는 사람을 서로 잘 찾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시스템도 사회적으로 돼 있지 않았습니다.”

◎ 네이버에 도전장 = 티켓몬스터가 벤치마킹한 미국의 그루폰은 올 들어 매달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출이 급증하고 그루폰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지면서 그루폰의 성장은 구글에게 가장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네이버에 키워드 검색 광고를 내는 것보다 티켓몬스터를 통해 할인권을 파는 게 매장을 알리는데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되면 네이버를 떠나 티켓몬스터로 옮겨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티켓몬스터의 급격한 성장은 그런 시나리오도 한번쯤 떠올려보게 한다.

“현재 티켓몬스터를 통해 구입한 고객이 10만 명 정도 됩니다. 이 고객이 100만 명을 넘어서게 되면 포털에서 위협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죠.” 신 대표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5월 오픈 당시 서울 강남 지역의 매장 티켓만 팔았던 티켓몬스터는 이후 서울 강북·분당·부산·일산으로 지역을 확장해 나갔다. 연말까지 12개에서 14개까지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각 지역마다 매일 1가지 종류씩 절반 가격(또는 그 이하 가격)에 티켓을 판매한다. 지역 확장 속도와 얼마나 큰 매장과 거래하느냐에 따라 매출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네이버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회사가 네이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 티켓몬스터의 성장은 쇼핑 분야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포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