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알(NEXR) 한재선 대표

소셜 네트워크 업체는 최근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서버 확충이 절실한데, 문제는 일별·시간대별 접속자 수 및 이용자 수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다. 주서버를 늘리는 것은 증가하는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러면 비싸게 구입한 장비를 평소에는 절반 이상 놀리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점점 그럴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등장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구글 등 초대형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국내에서는 넥스알(NEXR)이라는 벤처 기업이 제공하고 있다. 넥스알이 지난해부터 제공하고 있는 아이큐브 클라우드(iCube Cloud)는 국내 최초의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Public Cloud Platform) 서비스다.

[한국의 스타트업] 클라우드 바람 타고 ‘한국 아마존’ 꿈꾼다
◇ 국내 최고의 클라우드 개발 인력 보유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넥스알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분야를 사업 영역으로 하고 있다. 상당한 기술력과 이 분야에 대한 관심, 경험이 축적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분야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재선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자전산학과 박사이자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 교수다. 한 대표는 2007년 1월 회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과 상용화에 전념해 왔다.

한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3명의 임원진은 정주환 사업총괄이사(CSO), 김연섭 개발실장(CTO), 김재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다. 정 이사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기술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SK커큐니케이션즈·네오위즈게임즈 등에서 사업전략·기획 등을 담당해 왔다.

김 개발실장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티맥스소프트에서 JEUS 개발 실장을 역임했고 삼성전자 특수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었다. 넥스알에는 이들 외에도 총 20여 명의 직원들이 본사(대전)와 연구소(분당)에서 일하고 있다.

◇ 왜 하필이면 클라우드? = 클라우드(Cloud)는 말 그대로 구름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하면 구름 저 너머 어딘가의 전산 자산(소프트웨어·하드웨어·네트워크·컴퓨팅 파워 등을 모두 포괄한다)을 이용하는 컴퓨팅을 말한다.

즉 정보가 처리되고 저장되는 위치를 저 너머 어딘가에 숨겨 놓는 것이다. 이를 클라우드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규모와 향후 변화, 그것이 가져오는 위력이 그만큼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 대표는 아마존이 2002년 선보인 클라우드 개념을 보면서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기술·서비스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리고 인터넷이 거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대용량 데이터가 늘어나고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클라우드는 가장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 대표는 이런 생각을 네오위즈와 첫눈 창업자이자 본앤젤스 대표를 맡고 있는 장병규 사장과 2006년에 만나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플랫폼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요.”

장 사장은 한 대표의 의견에 공감하고 여러 사람을 소개해 줬는데 한 대표는 태태언컴퍼니 창업자인 노정석 사장을 만났을 때 사업화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노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책 과제로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ETRI에 연결해 줬다.

“왜 하필이면 클라우드였나요?” 한 대표에게 물었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서버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사업을 하기 힘들어 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넥스알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입니다.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게 해 주자.’ 이게 넥스알의 비전입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클라우드 바람 타고 ‘한국 아마존’ 꿈꾼다
◇ 클라우드 저변 넓히는 게 급선무
= 그런데 현재 클라우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웬만한 기업들이 다 쓰고 있는 클라우드가 한국에서는 불모지였다.

안되겠다 싶어 한 대표는 일단 저변을 넓히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대학교들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는 씨유(CCIU) 서비스를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카이스트와 함께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대학들에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 차세대 컴퓨팅 관련 수업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IBM이 2007년부터 수백 대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클러스터를 매사추세츠공과대(MIT)·카네기멜론대·UC버클리대·스탠퍼드대 등의 유수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해 학생들이 차세대 분산 컴퓨팅 프로그래밍에 대한 수업과 실습을 수행하고 있다.

넥스알은 올 5월에는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앱센터지원본부에 모바일 앱 개발을 위한 기본적인 서버 요구 사항인 40개의 가상 서버와 4테라바이트(TB)의 파일 스토리지를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앱 개발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산업체 주도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며 “클라우드 산업에서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모델이 필요한데 아직 그 움직임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 한국형 클라우드로 세계시장 진출 = 국내에선 미미하지만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전망이 무척이나 좋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시장 규모는 680억 달러. 앞으로 4년 뒤에는 시장 규모가 145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4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플레이어조차 많지 않은 실정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2년 정도의 개발 노하우와 운영 기술 등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운영체제(OS)뿐만 아니라 분산 시스템 확장 업무 등에서도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국내에 관련 인력도 별로 없고 업체도 많지 않은 이유다. 해외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구글·아마존·오라클 등 극소수다.

그러면 넥스알은 이런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을까. 한 대표는 넥스알의 사업 아이디어를 아마존에서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비스 형식 역시 아마존과 호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넥스알의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해외로 진출하는 업체가 그곳에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요인도 있다. 이 밖에 장점도 많다. 아이큐브 클라우드에 등록한 지 1분 이내에 서버 환경이 구성되기 때문에 바로 이에 기반한 개발을 할 수 있다.

기존 호스팅 업체들이 월 단위 과금(課金)인데 비해 시간 단위로 요금을 받기 때문에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며 트래픽에 따라 서버 규모가 자동 변경된다. 결제나 광고 등도 연계했다.

그러면 해외 서비스와 비교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물어봤다. 결론은 국내에서 이용하기에는 아마존이나 구글보다 넥스알의 서비스가 월등히 좋다는 것이다. 외부 조사 기관이 네트워크 대기 테스트(Network Latency Test)를 한 결과 초당 파일 전송량(Kbytes 기준)에서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30.31, 아마존은 96.59인데 비해 넥스알의 아이큐브 클라우드는 351.76이 나왔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아무래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구글이나 아마존 등에 비해 넥스알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 한국 시장만 보고 사업을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 대표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구글이나 아마존의 반응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에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