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노매드커넥션 대표

노매드커넥션(Nomad Connection)은 해외에서 더 알려진 스타트업이다. 지난 2008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비즈니스 분야 잡지인 레드헤링이 아시아 100대 유망 기술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5개밖에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노매드커넥션이 지난 6월 안드로이드 마켓에 출시한 미디어 플레이어 짐리(Zimly)는 출시한 지 두 달여 만에 15만 건이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짐리는 7개 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노매드커넥션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주 생소한 편이다. 비즈니스의 초점을 해외에 맞추고 있는데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2B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동영상의 휴대전화 재생 및 모바일 IPTV 관련 기반 기술을 갖고 있는 노매드커넥션이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이경준 노매드커넥션 대표를 만났다. 15명의 직원들이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보안기술 전공한 두 엔지니어의 ‘의기투합’
[한국의 스타트업] 모바일 IPTV용 소프트웨어 ‘강자’
노매드커넥션은 이 대표와 전종환 이사(CTO·최고기술책임자)가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다. 조치원 팀장도 창업 멤버로 초창기부터 같이 일했다. 이 대표와 전 이사는 포항공대 94학번 동기 동창이다. 둘 다 나란히 보안 기술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두 사람은 시큐어소프트라는 한국의 1세대 보안 회사의 창업 멤버였다. 지금 안철수연구소 대표로 있는 김홍선 사장이 창업한 시큐어소프트에 1990년대 말 창업 멤버로 합류해 2003년까지 같이 일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의 대표적인 보안 업체였던 시큐어소프트는 이후 국내 보안 시장이 정체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대표는 시큐어소프트에 있을 당시 창업하고 싶은 친구들과 모여 계속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5명 정도 친구들끼리 뜻이 맞아 향후 이런 비즈니스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 회의 비슷한 것을 했다. 처음부터 뭘 하겠다고 정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세운 케이스다.

“처음에는 우리가 나눴던 대화에서 제기된 서비스나 기술들이 나중에 알고 보면 이미 실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점점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시장성이 있을 것 같은 분야로 논의가 발전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갔죠. 2003년 말에 전 이사와 시큐어소프트에서 나와 2005년에 같이 창업하게 됐습니다.”

시큐어소프트 시절부터 하면 10년이 됐고 포항공대 시절부터 감안하면 15년이 훨씬 넘은 우정이다. 동업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많고 실제로 실패하는 사례가 자주 있지만 이 대표와 전 이사는 좀 다른 것 같았다. 이 대표는 “실력 있고 뜻이 통하는 전 이사가 없었으면 어떻게 창업할 생각을 했을까 싶다”며 “전 이사와 나는 한 몸처럼 사업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노매드커넥션은 모바일 IPTV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었고 스마트폰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일도 겸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은 모바일 IPTV 소프트웨어다. 방통 융합의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국내에선 보기 드문 기술 벤처다.

“1세대 IPTV 사업은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그 자체가 소비자 및 사업자들에게 확산의 장애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거추장스럽고 유통비용도 많이 드는데다 호환성 문제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2세대 IPTV는 모바일을 이용한 사업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노매드커넥션은 기존 셋톱박스상의 IPTV를 모바일에서 셋톱박스 없이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모바일 IPTV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설명하는 노매드커넥션의 주요 기술이다. 노매드커넥션은 업력이 꽤 된 벤처기업이다. 2005년에 설립돼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IPTV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외부 투자 없이 계속 매출과 이익을 내면서 회사를 운영해 온 알짜배기 회사다.

노매드커넥션은 중·장기적으로는 모바일 IPTV용 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을 포함한 전 모바일 단말기에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중·장기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 엔진이 어디에서나 잘 작동되도록 플랫폼을 오픈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까멜레오 프로젝트’를 실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까멜레오 프로젝트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만들어진 미디어 플랫폼이다. 콘텐츠 다운로드나 동영상 재생은 물론 채널 추가도 가능하다. 2008년 레드헤링이 노매드커넥션을 유망 기술 기업으로 선정한 것도 당시 진행 중이었던 까멜레오 프로젝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하위 프로젝트가 가능하고 모바일 동영상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었다. 짐리는 이를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모바일 IPTV는 아직 우리가 접하지 못하고 있다. 법적·제도적인 틀을 만들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말쯤이면 국내에서도 모바일 IPTV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당히 준비가 돼 있고 관련 업계에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시장이지만 시장 전망은 무척이나 밝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2012년을 모바일 IPTV의 원년으로 삼아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첫해엔 약 90만 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뒤엔 53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ETRI는 첫해 60만 명, 5년 뒤엔 400만 명 가입자 확보를 내다보고 있다.

펀딩 없이 수익으로 운영 자금 충당
[한국의 스타트업] 모바일 IPTV용 소프트웨어 ‘강자’
모바일 IPTV 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존 IPTV 시장이 갖고 있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훨씬 빨리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톱박스가 필요 없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이런 산업을 위해 플랫폼을 만드는 노매드커넥션을 해외에서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관건은 모바일로 데이터 방송을 할 만큼 인프라가 받쳐주느냐다. 현재 인프라 수준에서는 모바일로 데이터 방송을 하면 동시 접속 시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일단 와이파이와 와이브로로 하면 되겠지만 이 부분은 무선 인터넷에 대한 투자나 장기적인 계획 문제와 맞물려 있고 우리가 해결할 부분도 아니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의 양방향 동영상 서비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필요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노매드커넥션은 스타트업이지만 지금까지 따로 펀딩 없이 수익을 계속 내면서 운영 자금을 충당해 왔다. 창업 초기에는 시큐어소프트 시절 주력으로 했던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컨설팅을 하면서 수익을 냈었다. 앱 개발을 대신해 주면서 운영 자금을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부 용역을 거의 하지 않고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과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올 하반기 들어 대기업들도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면서 많은 기업들과 개발 및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따로 투자를 받지 않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받을 만한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