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정보 논란이 걱정스러운 이유

[광파리의 IT 이야기] 모바일 서비스에 필수…과잉 대응 우려
경찰이 최근 개인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지역 맞춤형 광고에 사용함으로써 위치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3개 광고대행사를 입건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구글코리아와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압수 수색했습니다.

위치정보보호법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위치 정보 서비스 사업자들은 강력히 반발합니다. 경찰이 법을 과잉 해석해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야단입니다.

테크놀로지(IT) 담당 기자로서 착잡합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지난 3월 10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연말이면 2000만 대도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왜 스마트폰을 사용할까요.

음성 통화나 하려고 스마트폰을 쓴다면 자전거 타려고 8차로 고속도로를 까는 것과 다름없겠죠. ‘스마트폰=모바일 인터넷’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특히 위치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는 대단합니다. 요즘 시내에서 IT 업계 친구들을 만날 때는 지도를 인쇄해 들고 가지 않습니다. 친구들이 폰에 찍어준 약속 장소 근처에서 지도 앱(응용 프로그램)을 켜면 현재 위치와 약속 장소가 표시됩니다. 이것만 들여다보면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길을 헤맬 이유도 없고 전화를 걸어 되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폰이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그런데 위치 정보라는 게 매우 위험한 정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내 위치를 끊임없이 추적한다면 소름 끼칠 일입니다. 정보 당국이 내 이동 경로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빅 브러더’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스마트폰 위치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하면서 ‘빅 브러더’의 감시도 받지 않는 것. 이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경찰은 모바일 광고대행사들이 ‘개인 위치 정보’를 사용자 동의도 받지 않고 수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광고대행사들이 수집한 정보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으로 확인한 위치값(위도·경도)과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맥어드레스입니다. 맥어드레스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마다 다릅니다. 핵심은 이 맥어드레스가 개인 식별이 가능한 ‘개인 위치 정보’냐 아니냐입니다.

위치정보보호법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맥어드레스에 대해 단순 위치 정보일 뿐 ‘개인 위치 정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맥어드레스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맥어드레스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려면 명단과 대조해 봐야 하는데 세상 어디에도 그런 명단은 없다는 겁니다. 또한 이동통신사들이 폰을 개통해 주면서 수집하는 국제단말기식별번호와는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모바일 업계는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맥어드레스로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은 억지다”, “경찰 해석대로라면 스마트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싹이 트기 시작한 위치 기반 서비스는 물론 모바일 비즈니스 전체가 고사할까 걱정된다.” 이렇게 말합니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들어온 후 모처럼 IT 업계에 생기가 돌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미국 앱스토어에 친구나 가족의 동의를 받아 각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풋프린트’란 앱이 등록됐습니다. ‘오빠믿지’와 비슷한 앱인데, 누군가 이런 식으로 나를 추적하면 어쩌나 섬뜩한 느낌도 듭니다.

국민의 개인 정보를 지키겠다는 경찰의 취지를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과잉 단속해 모바일 산업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스럽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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