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본 모바일의 미래


요즘 모바일 분야의 움직임을 보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을 떼어내 SK플래닛을 설립한 것도 그렇고, KT가 가상 재화를 생산·유통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표방한 것도 그렇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마켓과 이북스토어 등을 구글플레이로 통합한 것도 그렇고…. 전체 흐름을 모르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어렵죠.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BI)라는 인터넷 매체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모바일 콘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BI 창업자·최고경영자(CEO)이자 편집장인 헨리 블로젯(46)이 ‘모바일의 미래’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다가 몇 가지 눈에 띄는 게 보여 소개합니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PC 판매 대수를 추월했다. 수년 후엔 모바일 디바이스에 비하면 PC 판매 대수는 난쟁이에 불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게 달라진다. 모바일 혁명은 어디까지 왔는가. 스마트폰 사용자는 8억3500만 명, 일반 폰 사용자는 56억 명. 미국은 지난해 스마트폰 35%, 피처폰 48%였다. 올해는 스마트폰 46%, 피처폰 41%로 뒤집힌다.

세계적으로는 스마트폰으로 교체되는 사이클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주로 젊은이들만 사용하지만 수년 내에 모두가 쓰게 될 것이다. 태블릿만 놓고 봐도 2~3년 안에 판매 대수에서 PC를 추월할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의 플랫폼은 누가 장악할까.
[광파리의 IT 이야기] 모바일 광고·모바일 쇼핑 시대 열린다
개발자들은 여전히 애플 iOS를 선호한다. 안드로이드는 파편화 문제가 있다. 버전이 너무 많다. 게다가 안드로이드는 돈이 안 된다. 돈을 벌려면 iOS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개발해야 한다. 플랫폼의 미래는 안드로이드가 힘을 결집하느냐,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느냐, 차세대 웹 표준 HTML5가 앱을 밀어내느냐, 아니면 애플 천하가 계속되느냐 중 하나다.

사람들은 모바일에서 무엇을 할까. 온라인에서 하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당연히 모바일 광고도 볼 것이다. 2년 전 분기당 1억5000만 달러도 안 되던 미국 모바일 광고 시장은 이제 거의 8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모바일은 사용 시간 점유율에 비해 광고 점유율이 매우 낮다. 지난해 미국에선 사용 시간 점유율이 23%나 됐지만 광고 점유율은 1%에 그쳤다.

사람들은 모바일에서 물건을 산다. 미국 소비자의 38%가 스마트폰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 음악 전자책 등 콘텐츠도 모바일로 구매한다. 모바일 앱 시장은 매년 2배로 커져 올해 100억 달러 규모가 된다. ‘드로 섬싱(Draw Something)이라는 모바일 소셜 게임은 나온 지 6주 만에 79개 국가에서 앱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하루 1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고 있다.

발표 내용을 대부분 간추렸습니다. 모바일 광고가 뜨고 모바일 쇼핑이 더 뜰 것이란 분석이 돋보입니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뭔가를 구매할 것이란 얘기인데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이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것도 장사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구글은 플랫폼을 구글플레이로 통합하고 구글오퍼스·구글월렛 등 커머스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죠.

플랫폼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은 장사를 하기 위해서이고 플랫폼 경쟁은 결국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