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구글이 최근 ‘구글 IO’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행아웃’이란 것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플랫폼에서든 구글 사용자끼리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입니다. 구글 콘퍼런스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난 지금 새삼스레 행아웃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이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음성과 문자 중심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행아웃은 카카오톡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많이 다릅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를 주고받고 이모티콘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여러 사람이 한 채팅방에서 문자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같습니다. 그러나 행아웃은 멀티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 구글의 각종 서비스와 연동한다는 점, 9억 명에 달하는 구글 계정 소유자가 서비스 기반이 된다는 점, 영상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행아웃은 ‘통합 멀티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영상 채팅 및 영상회의 서비스인 ‘구글플러스 행아웃’과 모바일 문자 서비스인 ‘구글톡’을 결합한 것이죠. 구글은 조만간 음성 통화 서비스 ‘구글보이스’도 행아웃에 통합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행아웃 하나로 음성 커뮤니케이션,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영상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로 연결된 상태에서는 사실상 공짜입니다.

음성+문자+영상 통합 서비스란 점은 행아웃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애플로 치면 문자 서비스 ‘아이메시지’와 영상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묶고 음성까지 결합한 서비스죠. 더 큰 강점은 어떤 플랫폼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폰은 물론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G메일·구글플러스·크롬 등 각종 구글 서비스 화면에서도 행아웃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나 익스텐션(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행아웃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멀티 플랫폼 지향…기존 구글 서비스 통합
행아웃의 영상 서비스는 카카오톡과 차별화되는 강점입니다. 두 사람이 얼굴 보며 대화할 수도 있고 최대 10명이 한 방에 들어가 영상회의를 할 수도 있고 행아웃 화면을 공개해 누구든지 관람할 수 있게 영상 중계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상채팅+영상회의+영상중계’ 서비스란 얘기입니다. 또 하나 차이점은 채팅방에 강제로 들어가는 카카오톡과 달리 본인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구글 사용자 9억 명이 서비스 기반이라고 하지만 ‘구글 사용자끼리’여야 한다는 점은 행아웃의 단점입니다.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연결되는 카카오톡과 달리 행아웃은 구글 계정 소유자여야 소통이 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구글 서비스 사용자가 많지 않아 행아웃의 위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개통자의 약 90%가 구글 서비스에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폰을 택한다는 점은 위협적인 요인입니다.

구글은 5월 15일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행아웃을 공개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올렸습니다. 뒤이어 크롬 익스텐션도 내놓았죠. 구글 콘퍼런스를 취재하러 샌프란시스코에 간 한국 기자들은 행아웃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이것을 이용해 연락했습니다. 서너 사람이 얼굴을 보며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날지 상의했고 다음날 호텔 인근 레스토랑에서 식사할지 여부를 문자 채팅으로 상의하기도 했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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