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진출 팀 중에는 브이터치처럼 새로운 기술을 내놓은 팀도 있었고 2gather처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은 팀도 있었습니다. 신기술은 보다 나은 기술이 있는지, 이미 누군가가 특허를 등록해 둔 기술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는데, 삼성이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해 큰 부담 없이 심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였습니다. 삼성이 주최한 대회여서 몰린 측면도 있겠지만 2600개가 넘는 팀이 참가했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결선에 오른 팀 중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팀도 있었습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이 품이 많이 드는 점에 착안해 이를 간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소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이 팀은 4~6위에 주는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최종 심사에서는 청중 평가단의 점수가 10점을 차지했는데, 강당 한복판에 앉은 젊은 평가원이 눈에 띄었습니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맨 먼저 손을 들어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습니다. 전문용어를 섞어 가며 질문하는 품새가 아마추어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등학생이란 사실이 밝혀져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충청도 어느 공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결선을 보려고 서울까지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최우수상은 ‘브이터치’란 원거리 터치 솔루션을 발표한 브이터치 팀이 차지했습니다. 기술 이름도 브이터치, 팀 이름도 브이터치, 회사 이름도 브이터치입니다. 손가락으로 TV 채널을 돌리거나 볼륨을 조절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입니다. 사람의 눈동자를 인식하고 손가락 위치를 입체적으로 파악함으로써 화면 속 메뉴를 신속 정확하게 터치해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스마트 TV에 적용하면 유용하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3차원 공간에서 동작을 인식해 기기를 작동하는 기술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도 있고 ‘립모션’이란 기술(기업)도 있습니다. 그런데 브이터치가 개발한 기술은 반응속도가 훨씬 빨라 주목할 만했습니다. 이미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거나 등록했고 현재 50%를 밑도는 인식률을 연말까지 95%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이 실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는 발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해도 거대 조직에서 신기술을 신속히 개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순동 삼성SDS 사장은 “기술 발전이 워낙 빨라 기업 내 혁신 활동만으론 대처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블로그 ‘실리콘밸리 이야기’로 유명한 조성문(샌프란시스코 오라클 본사 근무) 씨는 최근 이렇게 말하더군요. “스타트업이 거액에 팔린 사례가 나와야 선순환이 시작된다. 정부가 돈을 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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