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몇 달도 안 돼 떠나는 직원들…도대체 어떤 직원을 어떻게 뽑아야 하나요?

이번 호부터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의 ‘CEO 코칭’을 연재한다. 언론인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신 회장은 서울대 영어교육과와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아시아경제신문 사장을 지냈다. 열린사이버대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보스가 된다는 것’, ‘능력보다 호감부터 사라’,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등 리더십 분야의 많은 베스트셀러를 갖고 있다. <편집자 주>
[신현만의 CEO 코칭] 욕심 있는 10%가 회사의 미래를 만든다
Q. 신입 사원 채용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신입 사원을 채용해 왔지만 뚜렷한 기준과 방법이 없다 보니 어떤 직원이 면접관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뽑히는 사람이 크게 달라집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채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사장인 저도 면접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항상 뽑아 놓고 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어렵게 뽑은 직원들이 몇 달도 안 돼 회사를 떠날 때마다 ‘이번에도 직원을 잘못 뽑았구나’라고 후회하게 됩니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0여 명 되는 중소 제조 기업입니다.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으며 회사가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1 어떤 직무를 맡길 것인가부터 정하세요.
직원을 잘 뽑으려면 먼저 어떤 업무를 맡게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한꺼번에 대규모로 신입 사원을 뽑아 일정한 교육을 한 뒤 현업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수한 직원을 뽑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명문 대학 출신의 학점과 영어 점수가 좋고 자격증을 몇 개씩 갖고 있는 이른바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뽑힙니다.

그런데 스펙 좋은 직원들이 반드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직무엔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스펙이 좋다고 해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신입 사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직무를 맡게 되면 업무 의욕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신입 사원의 절반 정도가 3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도 자신의 적성과 무관한 직무를 맡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신입 사원 공채 방식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신 직무별로 필요한 직원을 필요할 때마다 뽑는 수시 채용이 대세가 됐습니다. 신입 사원보다 경력 사원을 선호하는 추세도 정착돼 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이미 연간 채용 인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경력 사원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교육 훈련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들은 신입 사원을 아예 뽑지 않고 모두 경력 사원으로 채용하기도 합니다. 교육 훈련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직원을 뽑을 위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귀하의 기업에서도 가능하면 경력 사원 위주로 채용 시스템을 개편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굳이 신입 사원을 뽑아야 한다면 먼저 직무를 분명히 한 다음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아 보세요. 모든 직무에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역량이 있게 마련입니다. 최근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역량 면접’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2 인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후보자의 역량을 좀 더 세밀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인턴 제도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턴사원으로 업무에 투입해 직무 역량을 평가해 정규 사원으로 채용하는 겁니다. 일종의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근무 과정에서 역량은 물론이고 업무 태도와 조직 적응력도 함께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인턴사원은 정부로부터 최장 9개월까지 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
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08 건설인력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공개 모의 면접을 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8.09.03
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08 건설인력 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공개 모의 면접을 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8.09.03
경력 사원이든 신입 사원이든 인턴사원이든 채용 기준은 비슷합니다. 경력 사원은 당장 업무에 투입해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에 좀 더 비중이 실린 반면 신입 사원은 대개 10년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잠재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죠.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품성이나 태도입니다. 조직 문화와 맞느냐는 것이죠. 물론 기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품성이나 태도는 잘 안 바뀝니다. 따라서 품성이나 태도가 조직 문화와 맞지 않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채용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저가 항공사로 시작해 세계적 항공사로 성장한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은 “태도를 채용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는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태도가 좋은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지요.


3 스마트한가, 성실한가, 욕심이 있나?
저도 그래서 직원 채용 면접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개 3가지를 살펴봅니다. 먼저 스마트한지를 봅니다. 쉬운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이도가 높아지면 스마트하지 않은 직원은 업무 능력이 부족해 조직의 부담이 되고 맙니다.

다음으로 성실한지를 살핍니다. 성실이 조직원으로서 성과에, 그리고 자신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성실이 기초가 되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시행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설령 어렵게 시행에 들어가도 중간에 서고 맙니다. 또 업무 완성도도 성실과 직결돼 있습니다.


업무 능력과 조직 적응력이 뛰어나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사람은 채용 가능자의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통은 이 두 가지 조건만 갖춰도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고 자신에게 부여된 과제는 잘 처리합니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기업에선 주로 이런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엄친아’처럼 일정한 틀 안에선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지만 조직이 발전하려면 한 차원 높은 생각을 하고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직원들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창의적으로 사고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직원들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직원들은 모두 욕심이 있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관해 구체적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욕심이 있는 사람만이 회사를 바꾸고 가치의 격차를 만들어 내죠.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보통 채용 가능 인원의 55%는 조직이 요구하는 일을 겨우 담당하는 정도여서 입사해도 승진 하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중도 탈락합니다. 35% 정도는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해 입사 때보다 한두 단계 이상까지 승진할 수 있습니다. 업무 능력과 조직 적응력이 뛰어나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사람은 채용 가능자의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채용이 어려운 것도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원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인재를 뽑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도 탈락할 사람은 뽑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면접에 조직의 최고 엘리트들을 투입하고 그 바쁜 CEO들이 시간을 내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