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구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의 ‘IT 미디어 기업의 가치 평가’

“우리가 분석한 기업은 KT입니다. 우선 산업 개요를 살펴보면 통신 업계는 최근 더디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KT의 총매출 그래프를 보면 과거 그리고 미래 예측에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경쟁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KT는 이동통신·IPTV·인터넷·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KT는 각 서비스 영역을 통합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통합 서비스는 수익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지만 고객 확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전략·재무 분석 통해 미래 가치 예측
“이어 재정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전통적인 재무상태표·손익계산서를 한눈에 알아보고 분석하기 쉽게 하기 위해 축약본으로 바꿔 봤습니다. 자료를 보면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고 재무 레버리지 비율은 과거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2010~2012년 자산 관리를 보면 현금 비율(cash ratio)이 약간 높아졌습니다. 이는 회사가 가진 장비와 부동산을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롱텀에볼루션(LTE) 광대역 주파수 입찰에 참여한 영향으로 현금 흐름이 다소 나빠졌습니다.”

지난 10월 16일 오후 카이스트 경영대학 강의실에서 국내 최대 통신 회사 KT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진행되고 있었다. ‘IT 미디어 기업의 가치 평가’ 수업은 정보 미디어 MBA와 금융 MBA가 합반해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분석 그리고 재무 분석을 하고 있다.


IR 현장 같은 치열한 토론 분위기
학생들은 대부분이 국내 대기업, 금융권에 종사한 경력을 갖고 있고 외국인 학생들은 각국 정부 기관(재무부·중앙은행 등) 출신 등이다. 영어로 진행된 발표는 학생에 따라 약간은 어눌하기도 했고 원어민처럼 유창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4조는 조목조목 KT에 대한 분석 내용을 발표한 후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까지 잔여이익모델(RIM)과 현금흐름할인법(DCF)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KT는 현재 재무적으로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하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미래 이익률과 새 비즈니스 성과에 대한 전망은 밝다는 결론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다른 학생과 한인구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전망에서 매출 성장은 줄어드는데 세후 영업이익(NOPAT Margin)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예측 방향과 다른데 왜인가?”, “현금 흐름 분석에서 오직 3개년도 데이터를 이용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하다고 볼 때 기간을 무한대로 세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발표를 마친 4조는 여러 질문에 다소 식은땀을 흘리기도 또는 차분히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4조 학생은 “기존 KT의 주력 사업이 이미 포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성장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수익성이 증가하는 이유는 KT가 기존의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 산업과 미디어 산업에 집중하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높은 마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마진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라고 답하는 등 마치 기업설명회(IR) 현장에서 경영자와 투자자 간의 토의처럼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5조는 엔씨소프트를 분석했다. 성장성이 높은 게임 산업이어서 산업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KT와 대조적이었다. 발표 학생은 “2012년에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회복세에 있고 2014년 이후 10%대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25%대의 마진이 예상되므로 ‘강력 매수(strong buy)’를 추천합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제약 산업과 여행업 분석이 다른 이유
경영학의 실용적 목표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경영자에게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하며 투자자는 투자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 교수는 강조한다. 기업의 가치 평가는 전략 분석, 회계 분석, 재무제표 분석, 예측 등 네 단계를 거친다.

첫째, 전략 분석에서는 산업 분석을 토대로 기업의 전략 방향·경쟁력·위험·수익성 등을 분석하고 현재의 경쟁력이 미래에 어느 정도 지속 가능(sustainable)한지 분석한다. 대상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 구도, 신규 진입의 위협, 공급자에 대한 교섭력, 고객에 대한 교섭력 등을 분석해 현재의 수익성과 미래의 전망을 파악한다.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전략·재무 분석 통해 미래 가치 예측
예를 들어 제약 산업과 여행업을 비교해 보자. 제약 산업은 신약 개발에 대한 경쟁은 치열하지만 신약이 정부의 승인을 받고 특허를 취득하면 독점력이 생기고 경쟁이 제한된다. 또한 규모의 경제, 브랜드, 유통망, 의사와의 관계 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신규 진입이 어렵다. 구매자인 의사는 개별적으로 처방하므로 교섭력이 낮고 공급자인 화학 회사도 많고 대체 가능하므로 역시 교섭력이 낮다. 이에 따라 제약 회사의 교섭력이 강한 편이다.

반면 여행업은 온라인 여행업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큰 자본이나 기술 없이도 진입이 용이하다.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가격 비교를 쉽게 할 수 있고 충성도가 낮아 쉽게 이동하므로 여행사의 파워가 약하다. 공급자인 항공회사·호텔 등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편이어서 역시 이들에 대한 여행사의 교섭력이 강하지 못하다.

이러한 산업 분석을 통해 제약 산업이 여행업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대상 기업이 원가 경쟁력이 있는지, 차별화가 돼 있는지, 현재의 경쟁력이 미래에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등을 분석한다.

둘째, 회계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회계 추정의 오류 내지 이익의 과대·과소 계상 등을 수정한다. 예를 들어 대손상각이 누락됐는지, 감가상각이 과소 계상됐는지 등 중요한 항목에 대한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오류 및 경영진의 자의적인 처리를 수정한다.

셋째, 재무제표 분석은 기업의 수익성, 효율성, 자산의 효율성, 재무구조, 유동성, 현금 흐름 등을 분석하고 매출 및 원가의 인과관계 등 회계 변수 간의 관계를 파악한다. 매출 및 이익의 추세를 이해하고 매출 증가에 따라 필요한 운전자본, 설비자산 등에 대한 투자 수요를 파악하고 자본 조달에 따라 증가되는 이자비용 등을 파악한다.

넷째, 예측은 전략 분석, 회계 분석 및 재무제표 분석을 토대로 미래의 회계 수치를 예측해 추정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예측은 매출에 대한 것이다. 향후 5~10년 정도의 매출을 예측하고 재무제표 분석에 의해 파악된 회계 변수 간의 관계 및 기업의 전략 방향을 고려해 예상되는 매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운전자본 및 고정 자산에 투자돼야 할 금액을 추정한다. 이러한 투자 수준을 조달하기 위한 부채 수준을 추정하고 부채 조달에 따른 이자 비용도 추정한다. 예상 이익에 대한 법인세 등도 추정한다. 미래의 이익 내지 현금 흐름을 추정한 후 이를 자본비용으로 할인해 현재 가치를 구한다. 추정 기간 이후에는 성장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해 구한 잔여 가치(terminal value)를 가산해 최종적으로 기업의 주식 가치를 추정하게 된다.

가치 평가 모델의 고전은 배당할인모델(DDM: Discounted Dividend Model)로, 미래의 배당을 추정해 이를 자기자본 비용으로 할인해 주가를 추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성향이 높지 않아 이 모델은 실무에서 별로 활용되지 않지만 소위 배당주는 이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DCF(Discounted Cash Flow) 모델이다. 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에 소요되는 금액을 뺀 것을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이라고 하며 이를 채권자·주주 등 기업에 자본을 공급한 투자자에게 지급 이자, 배당으로 나눠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미래의 잉여 현금 흐름을 할인해 기업 가치(Enterprise Value)를 구하고 채권자 몫인 부채를 차감해 주주 가치를 구한다.


실무에서 많이 활용되는 재무 분석 기법 적용
RIM(Residual Income Model)은 실무에서 많이 활용되기도 하고 이론적으로 우수한 방법이다. 기업의 장부가치(자기자본)에 미래의 초과 이익의 현재 가치를 더해 구한다. 미래의 초과 이익은 미래의 이익에서 정상 이익을 차감한 것으로 정상 이익은 장부 가치에 자기자본 비용을 곱한 것이다. 회계학자들의 실증적 연구 결과 RIM이 DCF 등 다른 가치 평가 방법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DCF는 대차대조표의 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미래의 이익 내지 현금 흐름만 추정해 할인하는 반면 RIM은 대차대조표 정보인 장부 가치를 기본으로 하고 초과 이익을 통한 기업의 수익성을 추가하는 개념으로, 미래 이익의 추정 오차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의 장부 가치가 기업 가치 평가에서 유용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MBA 명강의 지상 중계] 전략·재무 분석 통해 미래 가치 예측
한인구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과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정보시스템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정보기술을 회계 및 재무 분야에 응용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강의해 왔다.



카이스트 경영대학 ‘IT 미디어 기업 가치 평가’ 수업은…

국내외 IT 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략 분석, 회계 분석, 재무 분석, 가치 평가, 가치 상승을 위한 전략 제안 등으로 기업 분석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기업을 선정해 분석 내용을 발표하고 토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구하고 기업에 대한 이해와 평가 훈련을 할 수 있다. 모든 발표와 토의는 영어로 진행된다.



기업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은 경영자에게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하며 투자자에게는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데 필수적이다.



용어 설명

재무 레버리지(financial leverage) 기업에 타인자본, 즉 부채를 보유함으로써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것.

배당할인모델(DDM) 미래의 배당을 추정해 이를 자기자본비용으로 할인해 주가를 추정하는 것.

잔여이익모델(RIM) 기업의 향후 추정 손익에서 초과 이익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수익 가치를 산출하고 순자산 가치를 더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현금흐름할인법(DCF) 현금 흐름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해 구한 현재 가치로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