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면 다시 올리기 어려워…브랜드 지킨 자가 최후 승자

[신현만의 CEO 코칭] 가격 전쟁에서 ‘박리다매’는 자충수
Q 저는 주방 용품 회사의 마케팅 본부장입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로 사업에 뛰어든 회사가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고객을 휩쓸자 다른 회사들도 가격 싸움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영업 사원들은 이대로 있다가는 고객을 다 빼앗길 것 같다며 맞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 사원들의 요청대로 가격을 내린다면 채산성이 나빠져 회사의 경영 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시장 변화를 외면한 채 기존 가격을 고수하면 시장을 다 잃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가격을 내려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고객을 잃더라도 가격을 고수하면서 수익성을 지켜야 할까요.


A 귀하의 회사처럼 시장점유율이냐, 수익성이냐를 놓고 고심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특히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가격 전쟁이 벌어지면 기업들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일단 고객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기존 기업들은 고객을 빼앗기면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게 되죠. 또 요즈음처럼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내려서라도 고객의 수요를 끌어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판매량을 늘리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가 전략을 쓰는 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저가 전략은 자칫하면 회사의 기반을 흔들 수 있습니다. 가격을 인하하면 당분간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판매가 늘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내려간 만큼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저가 전략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언젠가 상황이 호전되면 가격을 다시 올리는 것을 전제로 가격을 인하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 내린 제품 값을 올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값을 다시 올리면 고객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고객 이탈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만약 고객 이탈이 부담스러워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면 수익성 악화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파는 겁니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는 거죠. 시장이 크고 고객이 많다면 이런 전략도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팔 수 있다면 제품당·서비스당 이익이 적더라도 전체 합은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경우에 따라선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또 많이 팔면 구매나 생산·판매 등에서 시너지가 발생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초 시장이 작거나 혹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가격을 내려도 판매가 크게 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길은 하나뿐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브랜드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거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저가 전략은 이렇게 위험합니다.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면 몰라도 가급적 채택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을 빼앗기더라도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고객을 잃는다면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절대 고객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 가지고는 미래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당장 존립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가격과 고객을 다 유지하는 겁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경쟁 회사가 가격을 내리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 없이 고객을 계속 유지하려면 제품 성능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릴 수 없다면 고객에게 다른 무엇인가를 더 줘야 합니다. 부가 상품이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제품 성능과 서비스 질을 높이고 부가 상품이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비용이 들어갑니다. “가격을 내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큰 차이가 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가격은 한 번 내리면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브랜드가 손상될 경우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가격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을 유지하면서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고 부가 상품이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모두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전사적인 혁신 없이는 위기 돌파 불가능
경기 상황이 호전돼 소비 여력이 회복되면 고객들은 다시 제품의 성능과 서비스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고객은 가격만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아니니까요.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면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저가 전략으로 브랜드가 흔들린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돼도 만회의 기회가 줄어듭니다. 특히 제품과 서비스의 선택에서 비가격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저가 전략을 선택한 기업은 회복 불능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성능과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격 인상 없이 부가 상품과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부담이 작지 않을 겁니다. 이에 따라 이것을 성공적으로 해 내려면 전사적으로 혁신을 해야 합니다. 회사의 모든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혁신해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브랜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무형의 가격 전략을 함께 곁들여야 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고객은 내용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매장의 디자인 등 비가격적 요소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 만큼 제품과 서비스에 고급 이미지를 입힐 수 있는 비가격적 요소를 발굴해 보완하길 권합니다. 경쟁 회사들이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에 조금만 더 고급 이미지를 강화해도 손쉽게 차별성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만약 귀하의 회사가 차별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만 있다면 귀하의 회사는 가격 전쟁에서 최종 승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하려면 귀하 회사의 임직원 모두가 이 전략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겁니다. 보스가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잘 이끌어 성과를 거두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비전이나 명분입니다. 무엇을 왜 하려고 하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보스의 지휘에 따르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이렇게 명분과 확신이 갖춰지면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발적 참여가 나타납니다.

귀하도 영업 사원은 물론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왜 우리 회사는 가격을 내리지 않는지, 가격을 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는지’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그런 다음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임직원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십시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격 전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은 대개 보스의 지휘 아래 똘똘 뭉쳐 철저하게 브랜드를 지키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